하양·청하 지방관 지내며 영남 곳곳 화폭에 담아
‘달성원조도’에 300년 전 대구 풍경…‘내연산삼용추’도 눈길
정선의 색채 감각이 드러나는 '도산서원'. 권혁준기자
겸재 정선의 대표작으로는 금강산 그림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의 화업 한가운데에는 대구·경북도 자리한다. 대구간송미술관 특별전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는 전국 명승을 다룬 2부에서 영남의 진경을 별도 공간으로 구성해 정선과 지역의 인연을 보여준다.
정선은 1721년 하양현감으로 부임했고 이후 포항 청하에서도 지방관을 지냈다. 하양에서는 5년, 청하에서는 2년가량 재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선은 이 시기를 전후해 대구와 경북 곳곳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정선이 하양에서 경상감영 소재지인 대구를 바라본 풍경을 담은 '달성원조도'. 권혁준기자
허용 대구간송미술관 학예총괄은 영남에서의 경험이 이후 정선의 진경산수가 깊어지는 과정과 연결됐다고 봤다. 허 총괄은 "단양이나 임진강, 부여, 특히 영남의 여러 곳을 그리며 쌓은 사생 경험들이 나중에 금강산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명승에서 어떻게 특징을 잡을지, 구도와 붓, 색을 어떻게 쓸지 많이 연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관람객에게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달성원조도'다. '원조'는 멀리 바라본다는 뜻이다. 정선이 하양에서 경상감영 소재지인 대구를 바라본 풍경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 때 파괴된 대구읍성이 다시 축성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성벽은 보이지 않고 가옥이 밀집한 풍경이 나타난다. 이름난 명승이 아닌 일상의 공간을 화폭에 담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허 총괄은 "직접 달성에 와서 그렸다기보다는 경산 쪽에서 멀리 바라본 풍경으로 보인다"며 "대구 달성을 그린 이 시기 그림 자체가 굉장히 드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과의 인연을 보여주는 '내연산삼용추'도 눈여겨볼 작품이다. 허 총괄은 작은 화면 안에 내연산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꼽으며 "구도를 잡는 것을 제일 잘 보여주는 그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도산서원'에서는 정선의 색채 감각도 확인할 수 있다. 허 총괄은 "부채에 그린 도산서원은 구도도 좋고 색을 참 예쁘게 썼다"며 "사실적으로도 잘 그린 작품"이라고 했다.
정선의 그림이 현재의 실제 풍경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울진 '성류굴'처럼 실제 지형의 특정 요소를 강조해 표현한 작품도 있다. 눈앞의 대상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장소를 대표하는 특징을 포착해 화면 안에서 재구성한 것이다.
경북 울진군에 있는 명승 성류굴을 담은 '성류굴'. 권혁준기자
대구 전시에서 영남 작품을 따로 묶은 이유도 지역과의 연결성 때문이다. 허 총괄은 "대구에 자리 잡은 간송미술관인 만큼, 지역과 연결된 작품도 함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정선이라는 거장의 인생 한 페이지에 대구·경북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이번 전시의 색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사는 곳이나 가본 곳을 정선이 그렸다면 마음이 더 가게 된다"며 "개인적인 연결점을 찾아가면서 보면 작품이 많더라도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