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설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유족에게 상처를 주는 패륜적 명예훼손이자 정치적 선동이라며 반발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박지원 의원이 "픽션 영화다. 관람하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때마침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의 '허위사실 유포 처벌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청원이 5만 명을 넘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두 사안은 한국 사회의 공론장이 진영 논리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이중 잣대의 함정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지지하는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적 가치를 향한 의혹 제기는 패륜과 왜곡이라며 처벌을 요구하고, 상대 진영을 겨냥한 허위와 왜곡은 창작의 자유라고 두둔하는 '내로남불'이 일상화된 탓이다. 민주주의 공론장에서 성역이 될 수 있는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 역시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한동훈 의원의 지적처럼 '만약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음모론 영화가 개봉했더라도 민주당이 "픽션이니 관람하자"며 여유를 부렸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은 표현의 자유가 보편적 원칙인지, 진영의 이익에 따른 가변적 잣대인지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불쾌하거나 수용하기 힘든 표현이라고 해서 국가가 법과 형벌의 칼날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공론장은 위축되고 민주주의의 자율정화 능력은 마비된다. 표현의 자유라는 시험대 위에서 민주당이 5·18 특별법 폐지 청원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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