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1003024322053

[주말 인터뷰] “지역병원의 역할은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권성규 해성병원 이사장의 지역의료 해법

2026-10-03 16:40
  • 가
  • 가
  • 가
  • 가
  • 가

고령환자 90% 이상…돌봄병실·소아청소년과 신설
인력난에 인건비 10년 새 2배 가까이 올라
경북대병원과 ‘패스트트랙’…상급진료 신속 연계

권성규 해성병원 이사장.

"대형병원과 똑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신 환자의 상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역병원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봉화군에서 지역의료를 지켜온 해성병원 권성규 이사장<사진>이 내놓은 농촌병원의 생존 해법은 의외로 명확하다. '큰 병원'이 아니라 '봉화에 꼭 필요한 병원'이 되는 것. 의료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수도권·대학병원 선호라는 삼중고 속에서 지역병원이 모든 진료를 끌어안기보다 응급 대응과 초기진단 역량을 높이고 상급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이사장이 과거와 비교해 가장 큰 변화로 꼽는 것은 시설과 장비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진료환경을 개선했고, 특히 고령환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돌봄병실'을 신설했다.


농촌 고령환자에게 입원은 치료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동과 식사를 돕기 위해 가족이 병상을 지키거나 별도의 간병인을 구해야 한다. 결국 간병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의료비용이 된다.


"과거와 비교하면 시설과 장비가 많이 좋아졌다. 특히 돌봄병실이 생기면서 간병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고령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이었다."


소아청소년과 개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외지까지 진료를 받으러 가야 했던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본관 2층에 외래진료실과 처치실, 대기실, 입원실 등을 갖췄다. 고령층 의료에 집중하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필요한 진료기능까지 보완한 것이다.


해성병원의 환자 구성은 봉화가 처한 고령화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권 이사장에 따르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90% 이상이 고령층이다. 만성질환을 복합적으로 앓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입원하면 간병 문제까지 뒤따른다.


그는 "어르신이 입원하면 치료비뿐 아니라 간병 부담도 상당하다"며 "고령환자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확대된다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병원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 '사람'이다.


권 이사장은 농촌병원 운영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로 의료인력 확보를 꼽았다. 의료인력 자체가 부족한 데다 수도권 생활 선호까지 겹치면서 지방, 특히 농촌 의료기관은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는 데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애를 먹고 있다. 의료인력 자체가 귀한 데다 수도권을 선호하다 보니 농촌지역 병원이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인력난은 곧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권 이사장에 따르면 해성병원의 의료인력 인건비는 10년 전보다 2배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했다. 반면 환자들의 대형병원 선호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늘지만 환자는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이 같은 현실에서 권 이사장은 대형병원과의 '규모 경쟁'보다 지역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쪽을 택했다.


핵심은 신속하고 정확한 초기진단이다.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치료하고, 고도의 전문치료가 필요하면 지체 없이 다음 단계로 보내는 방식이다. 특히 응급환자에게 지역병원은 최종 치료기관이 아닐 수 있지만 생사를 가르는 '첫 판단'을 내려야 하는 곳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대형병원 수준의 모든 의료기능을 갖추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응급의료와 검사 역량을 강화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전문치료가 필요하다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바로 연결해야 한다."


이 구상은 경북대학교병원과의 협력으로 구체화됐다. 해성병원은 경북대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상급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신속하게 연결하는 '패스트트랙'을 구축했다.


지역병원이 모든 치료를 자체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발견-초기진단-전원-전문치료'로 이어지는 시간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농촌에서는 이런 연결 능력 자체가 지역병원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권 이사장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북대학교병원으로 신속하게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해 군민들이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성병원은 민간병원의 울타리도 넘어서는 중이다. 봉화군과 공공보건의료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취약계층 의료지원과 응급의료체계 강화, 정신·돌봄 의료서비스, 공중보건 위기 대응 등 지역 필수의료 보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의료자원이 부족한 농촌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따로 떼어놓기 어렵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병원과 봉화군·보건소·소방기관·상급종합병원이 하나의 의료망으로 움직여야 제한된 자원으로도 의료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이사장이 그리고 있는 해성병원의 미래는 '대형화'가 아니다. 시설과 장비를 보강하고 응급환자를 놓치지 않으며, 정확한 초기진단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는 신속하게 상급병원으로 연결하는 병원이다.


농촌에서 병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의료기관 한 곳이 없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령 주민에게는 가까운 치료의 기회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정주 여건이, 응급환자에게는 골든타임을 지켜줄 첫 번째 의료거점이 사라지는 문제다.


"우리가 대형병원과 똑같아질 수는 없습니다. 대신 지역에서 환자의 상태를 가장 먼저 정확하게 판단하고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병원은 될 수 있습니다. 봉화군민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의료는 더 충실하게, 지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의료는 더 빠르게 다음 단계로. 권성규 이사장이 말하는 지역의료의 해법은 규모가 아닌 '역할'에 있다. 해성병원이 지키려는 것도 결국 병원의 크기가 아니라 봉화군민에게 필요한 '의료의 시간'이다.



기자 이미지

황준오

현장의 작은 변화 속에서 지역의 미래를 읽는 보도로 봉화의 오늘과 내일을 기록합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