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국회의원들 월급을 깎아야 한다." "정치인은 봉사직이나 명예직이어야 한다." "지방의원은 무급으로 일해야 한다." 정치인의 보수를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보수를 없애거나 지나치게 낮추면 과연 누가 정치를 할 수 있을까?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를 위해 사는 것'과 '정치에 의해 사는 것'을 구분했다. 정치를 소명으로 삼는 것과 정치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일이지만 반드시 대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정치인의 보수가 없다면 정치에 돈과 시간을 쓸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가 편중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보수는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정치 활동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서도 의정비가 공론화됐다.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여비로 구성된다. 의정활동비에는 법정 상한이 있고, 월정수당은 주민 수와 재정능력,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의정활동 실적 등을 고려해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한편 현행 제도상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일부 제한되는 직위를 제외하면 겸직이 허용된다.
동시에 지방의회법 제정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정안들은 지방의회의 조직과 예산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정책지원 인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권한과 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권한을 늘리고 의정비를 높이는 것만으로 지방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회의 권한은 결국 개별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통해 행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문제는 지방의원이 어떤 조건에서 권한을 행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할 것인지와 함께 다뤄져야 한다. 지방의원의 겸직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그에 상응하는 보수는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한다.
그보다 앞서 근본적인 전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모두 선출직 대표자이지만 대표하는 정치공동체와 행사하는 권한의 범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가의 입법과 예산을 다룬다면, 지방의원은 주민의 대표자로서 자치입법과 지방재정을 다루고 지방정부를 견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천 과정에는 중앙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한다. 정치·정책 분야의 일자리와 경력 기회도 중앙에 집중돼 있다. 주요 언론의 보도 역시 중앙정치 중심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것을 정치적 '성장'이나 '진출'로 받아들이기 쉽다.
물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와 분리돼 존재할 수는 없다. 지방재정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 중앙정부의 재원과 연결돼 있고, 중앙정부와 국회의 결정은 지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역에 필요한 재원과 제도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일도 지방정치의 몫이다. 그러나 중앙과 연결되는 것과 중앙에 종속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치하려면 서울 가야 하나요?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 아니다. 의정비와 지방의회의 권한에 대한 논의는 지역에서 정치를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이 독립적인 정치 주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쌓은 경험과 성과가 정치적 자산으로 축적돼야 한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좋은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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