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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첫 작품을 만들 자리

2026-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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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지난여름 테크 포럼 참석차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다. 가장 오래 눈에 남은 것은 AI가 만든 가짜 영상을 가려내는 또 다른 AI였다. 정보는 빨라지고 진위를 가리는 비용은 치솟는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다루는 능력만이 아니다. 그 안에 숨은 진위와 맥락까지 읽어내는 힘이다. 필자는 미디어를 가장 활발히 쓰는 청소년과 청년에게 AI 시대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이것을 꼽는다. 그렇다면 이 힘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해마다 연말 서점가에 오르는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7'은 안목자본을 키워드로 꼽았다. 누구나 AI로 그럴듯한 글과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에는 좋은 것을 가려내는 눈이 자본이 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AI 시대의 승자는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 했다. 그 안목은 어디서 생기는가. 필자의 답은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보는 경험이다. 보는 눈은 만들어 본 손에서 자란다.


얼마 전 대구시 청년정책 포럼에서 그 생각이 굳어졌다. 주거와 정착 지원이 차례로 올라왔고 모두 필요한 이야기였다. 다만 청년이 머물 집은 길게 논의됐는데, 청년이 제 이름을 걸고 첫 작품을 내놓을 자리는 의제에 없었다. 요즘 청년은 영상 한 편으로 자기를 소개하고, 가게를 알리고, 일자리를 얻는다. 그 첫 작품을 대구의 청년은 어디서 만들고 있을까.


AI는 문을 넓게 열었다. 문장 몇 줄이면 영상이 만들어지고, 골목의 작은 가게가 짧은 영상 하나로 전국과 거래한다. 그러나 넓은 문이 곧 길은 아니다. 기술은 빠르고 교육은 느리며, 그 틈의 대가는 가장 어린 세대가 먼저 치른다. 지난 1년 경찰이 단속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열 명 중 아홉이 10대와 20대였다. 필자 역시 8년간 지역 청소년·청년과 진로·창업 교육을 하며 같은 것을 보았다. 도구보다 다루는 기준이 먼저였고, 그 기준은 강의실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는 자리에서 섰다. 첫 작품을 만드는 자리가 곧 안목을 배우는 자리이고, 경력이 시작되는 자리다.


그 자리가 대구에 없는 것은 아니다. 2023년 12월 수성구에 문을 연 대구시청자미디어센터가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대구시가 세운 곳으로, 스튜디오와 제작실, 편집실을 갖췄고 기초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무료로 쓴다. 공간은 있다. 없는 것은 그다음이다. 빌린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어디에 실리고, 어떤 일자리로 이어지는가. 이 연결이 없으면 청년은 첫 작품을 들고 결국 서울행 열차를 탄다.


이런 장면을 그려본다. 센터에서 카메라를 빌린 청년이 동네 시장을 찍는다. 지역 기자에게 출처 확인하는 법을 배운다. 그 영상이 구청 채널에 실리고, 그 포트폴리오로 첫 면접을 본다. 센터는 교육과 제작 공간을, 지역 언론과 기업은 멘토링과 현장을, 대구시와 구·군은 제작비와 유통·취업 연계를 맡는다. 대학 RISE 사업과 창업지원기관까지 센터를 중심으로 묶는 대구형 미디어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큰 예산이 아니라 흩어진 것을 잇는 일이다.


청년이 일자리와 인구감소, 골목상권 같은 지역 현안을 직접 취재할 때, 그 첫 콘텐츠는 개인의 포트폴리오를 넘어 대구를 기록하는 공공의 자산이 된다. 그때 청년은 수강생이 아니라 지역을 읽는 기획자이고, 사실을 검증하는 제작자다. 대구가 길러야 할 인재는 영상을 빨리 찍어내는 기술자가 아니라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다. 대구의 청년은 첫 작품을 어디서 만들 것인가. 그 자리가 수도권이 아니라 대구에 있기를 바란다. 문은 이미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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