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민단체 반발 이어 국감서도 사업 추진 적절성 쟁점
민주당 박해철 “남생이 대책 회신 없고 우회로 검토 자문에도 승인”
낙동강청 “환경평가 거쳐…서식지 고려해 세 차례 설계 변경”
환경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설계 변경된 대구 팔현습지 보도교 조감도.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자료 발췌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보도교 건설을 추진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자체 전문가 자문에서 공사 중단과 우회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고도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산청의 남생이 보호대책 마련 필요 의견에도 별도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보호대책의 구체성과 이행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단·우회로 검토' 자문에도 사업계획 승인
대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박해철(경기 안산시병) 의원이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대구지방환경청·국가유산청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낙동강청이 지난해 1월 받은 전문가 자문에는 "보도교 중단하고 기존 시설을 활용한 우회로 설치, 보도교 차폐 등 추가 검토 필요"라는 의견이 담겼다. 하지만 낙동강청은 이달 16일 중지됐던 보도교 설치 공사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인 남생이 보호대책도 쟁점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30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남생이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달 19일 의원실 자료 요구에는 "현재까지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남생이 보호대책에 대한 별도의 회신은 없었다"고 답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조건은 추가로 확인된 법정보호종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거쳐 보호대책을 수립·실시한 뒤 공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낙동강청은 협의내용 이행결과 보고서에 신규 법정보호종 대책이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의원실은 남생이 관련 내용이 계획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대책의 구체성과 이행 여부를 문제 삼았다.
◆수리부엉이 영향 판단·추가 보호종 검토도 쟁점
수리부엉이에 대한 영향 판단의 근거도 도마에 올랐다. 국가유산청은 수리부엉이가 이동성을 지녀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원실에 따르면 이는 낙동강청이 비공개로 제출한 모니터링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로, 별도의 현장조사나 추가 전문가 자문은 없었다.
낙동강청이 2024년 10월 정리한 전문가 자문의견에는 이 같은 예측이 "야생동물 생태학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예측"이라는 지적도 담겼다. 올해 7월 협의내용 이행결과 보고서에는 사업지 일대 절벽이 수리부엉이 번식지로 기재돼 있다고 의원실은 설명했다.
추가로 확인된 보호종에 대한 후속 검토도 지적 대상이다. 평가서 현지조사에서 확인된 법정보호종은 수달·삵·원앙 등 3종이었다. 이후 대구지방환경청은 2024년 5월 작성한 추천서에 14종의 서식을 명시했고, 낙동강청의 지난해 1월 자문자료에는 16종으로 늘었다. 그러나 대구지방환경청은 추가 보호종에 대한 재협의 검토 문서가 없다(부존재)고 답했다고 의원실은 밝혔다.
낙동강청은 필요한 환경평가 절차와 설계 변경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고 거짓·부실검토위원회에서도 거짓·부실이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을 19차례 실시했으며, 보도교를 절벽 서식지에서 64m 떨어진 중앙부로 옮기는 등 세 차례 설계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정밀조사 완료 전 공사 진행에 관한 의원실 질의에 기후부는 국립생태원이 조사 대상 선정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 박해철 의원실 제공
◆시민사회 반발 이어 국회서도 "보호대책 먼저"
팔현습지 보도교는 수성구 매호동부터 동구 망우당공원까지 5.5㎞ 구간의 제방을 보강하고 산책로를 연결하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의 일부다. 2022년 사업 착수 이후 생태계 훼손 우려로 보도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지역 시민단체와 진보 계열 정당 등이 참여한 팔현습지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교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공대위는 법정보호종 최소 25종이 서식한다며 공사에 따른 서식지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걸그룹 리센느의 앨범 포토북 촬영지로 알려지고, 팔현습지를 배경으로 한 감정원 감독의 영화 '별과 모래'가 제1회 뉴욕한국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지역 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박 의원은 "협의조건은 보호대책을 먼저 세우고 공사하라는 것인데, 국가유산청이 필요하다고 한 남생이 대책은 회신조차 없다"며 "낙동강청 스스로 보도교 중단과 우회로를 검토하라는 자문을 받아 놓고도 사업계획을 승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리부엉이 판단의 근거가 된 모니터링 보고서는 공개돼야 한다"며 "국립생태원의 정밀조사와 재평가가 끝나고 보호대책이 확인되기 전에는 착공도 추경 예산 집행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