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조합원 10여 명으로 출발…20~40대가 90% 이상
아동학대 신고·법적 분쟁 대응, 교사 개인에게 맡겨선 안 돼
"행정업무 줄이고 상담부터 법률 지원까지 한 번에 연결해야"
이미희 경북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이미희 제공
"교사의 '가르칠 권리'를 지키는 일은 결국 학생의 '배울 권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이미희 경북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교사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민원과 법적 분쟁, 과도한 행정업무를 함께 해결해 교사가 다시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 활동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경북교사노조는 2020년 3월 14일 조합원 10여 명과 집행부 6명으로 출발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학교 현장을 두고 "학교폭력과 안전, 돌봄 등 교사의 권한을 넘어서는 요구가 쌓인 데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업무까지 더해졌다"며 "평교사 개인이 교육 당국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법적 교섭 권한을 가진 노조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자는 절박함이 설립으로 이어졌다. 노조 측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은 2천~3천 명 규모로, 경북에서 가장 큰 교원노조로 성장했다. 조합원의 90% 이상은 20~40대 교사다.
이 위원장은 성장 배경으로 현장 문제 해결에 집중한 활동을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학교의 이동식 저장매체 사용 규제 개선이다. 정보보안을 이유로 적용된 규제로 교사들이 불편을 겪자 노조가 실태를 조사하고 교육청에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노조를 통해 답답한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 보여준 경험이었다"며 "거대 담론보다 교사가 매일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둘러싼 아동학대 신고와 법적 분쟁 대응을 들었다. 이 위원장은 "교사가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학생 지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상담이나 전문 의료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교사들을 지원하는 절차부터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교육청에 심리상담 지원 절차 간소화를 요구해 왔다. 법적 분쟁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 개선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이 위원장은 교원안심공제 서비스 등 보호 장치가 마련된 점을 평가하면서도, 교사가 지원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부담까지 줄여야 한다고 했다.
"정당한 교육활동을 한 교사를 보호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상담부터 법률대리까지 한 번에 연결하는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비용과 대응 부담을 교사 개인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행정업무를 줄이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재난이나 폭력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학교에 별도 계획과 실적 보고를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미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인데도 형식적인 계획서를 다시 만들고 예산을 집행한 뒤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함께할 시간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현장체험학습과 학교 민원대응팀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보완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안전사고 발생 때 담당 교사가 감당해야 할 책임에 비해 보호 대책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민원대응팀 역시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를 보호하기보다 추가 업무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학교가 넓은 지역에 흩어진 경북의 특성은 노조 운영에도 영향을 준다. 집행부는 온라인 소통을 통해 각 학교의 요구를 모으고 대응하고 있다. 다만 조합원이 늘면서 요구가 다양해지고, 노조의 권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도 많아졌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집행부 교사들도 업무적·심리적 어려움을 겪지만, 기댈 곳 없는 선생님들의 절박한 호소라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한다"며 "온라인 소통과 함께 직접 만나는 기회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그가 바라는 변화는 자신이 돌아갈 교실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저 역시 언젠가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입니다. 그때는 악성 민원이나 법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보다 아이들과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지를 먼저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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