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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고기 몇 점의 온기

2026-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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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문 대구문인협회 문학단지조성추진위원장

김성문 대구문인협회 문학단지조성추진위원장

점심 무렵,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어릴 적 먹던 쇠고기 국밥 냄새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그쪽으로 향한다.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문이 열릴 때마다 뜨거운 김이 흘러나온다. 그 김 사이로 잊고 지냈던 어린 날의 풍경이 하나둘 떠오른다.


어린 시절 봄이면 마을 사람들은 한데 모여 건강과 풍년을 빌었다. 마당 한쪽 가마솥에서는 고사리와 우거지, 파와 무가 든 쇠고깃국이 종일 끓었다. 하얀 쌀밥에 국을 말아 먹으면 그날만큼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었다.


가을 운동회 날에도 국밥은 빠지지 않았다.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동네별로 천막이 들어섰다. 점심때가 가까워지면 여기저기 국솥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달리기를 마치고 어머니 곁에 앉자, 어머니가 국밥 한 그릇을 내밀었다. 숨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숟가락을 들었다. 매콤한 향과 진한 국물 맛에 운동장의 함성까지 섞여 드는 듯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오래 남은 것은 어느 가을 오일장의 국밥이다. 그날 장보기를 마친 어머니는 나를 장터 한쪽 허름한 식당으로 데려갔다. 반으로 가른 통나무를 식탁 삼아 마주 앉자, 어머니는 먼저 내 국을 저어 식혀 주었다. 그러고는 어머니 그릇에 있던 고기 몇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아무 말 없이 내 그릇에 옮겨 놓았다.


"엄마도 드세요."


내가 그렇게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 고기를 당연한 듯 받아먹었다. 어머니는 내 그릇을 한번 바라보고는 천천히 숟가락을 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어머니의 그릇에 무엇이 남았는지는. 장꾼들의 말소리와 웃음이 뒤섞이던 그 식당에서 먹은 한 그릇은 어린 내게 어떤 잔칫상보다 넉넉했다.


마침내 자리가 나고, 내 앞에 따로국밥 한 그릇이 놓인다.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오래 끓인 살점이 부드럽게 풀린다. 국물 한 숟갈을 삼키자, 장터의 웅성거림과 운동장의 함성이 되살아나고, 내 그릇으로 고기를 옮겨 주던 어머니의 손이 떠오른다. 잠시 숟가락을 멈춘다. 눈앞의 식탁 위로 오래전 장터의 풍경이 포개진다.


이 식당은 오랜 세월 한결같은 맛을 지켜 왔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알던 골목도 장터도 예전 같지 않다. 익숙한 얼굴과 풍경도 이제는 쉽게 마주칠 수 없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어머니가 내 그릇에 옮겨 주던 고기 몇 점의 온기는 아직 남아 있다. 국밥 한 그릇은 나의 시간 속에서 여전히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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