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파크골프장 63.6% 하천 인근에 자리잡아
6·3선거 당선자 33명 중 23명이 파크골프 공약
파크골프 회원수는 전체시민의 1%도 안되는데
구축·복구비용 등 시민 세금 투입 ‘형평성 논란’
동호인 “극소수 악성민원인을 일반화해선 안돼”
시민 모두의 휴식처여야 할 강변의 친수시설이 파크골프를 비롯한 일부 특정 실외 체육시설에 빠르게 잠식당하면서, 공유공간의 사유화와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땅값을 아끼려는 지자체의 편의주의와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공약 남발이 맞물리면서, 정작 수변공간에서 산책을 하고 휴식을 취하려는 일반 시민들의 발길은 멀어지고 있다.
특히 수십억 원에 달하는 시설 조성비와 상습 침수에 따른 복구비가 모두 시민 혈세로 충당되지만, 막상 혜택은 전체 인구의 1%도 안 되는 특정 동호회 회원들이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구장과 야구장, 캠핑장에 이어 최근에는 파크골프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이후 대구에 새로 들어선 공공 실외 체육시설 2곳 중 1곳이 파크골프장일 만큼 무분별하게 확산된 결과, 파크골프장 전체 부지가 대구시 공공 축구장 전체 면적을 넘어설 정도다.
단순한 정치적 수요에 끌려가는 양적 확대를 차단하고, 유료화 전환과 이용 형평성 확보, 생태성 회복을 포함한 수변공간 운영 방식의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오전 7시20분쯤 대구 북구 무태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오전 7시부터 8시까지는 '아침반' 운영시간이다. 이날 오전 7시20분 기준 47명이 무태파크골프장을 찾았다.
◆축구장·야구장·캠핑장…강변 따라 늘어선 체육시설
대구 북구 서변동 금호강변에는 대구시가 운영하는 강변축구장이 있다. 천연잔디 2개 구장과 인조잔디 3개 구장 규모다. 바로 옆에는 강변리틀야구장과 45홀 규모 강변파크골프장이 있다. 강 하나를 따라 축구와 야구, 파크골프 대형 시설이 한 구간에 몰린 셈이다. 동구 불로동 금호강변에는 축구장과 그라운드골프장, 족구장이 함께 들어서 있다. 달성군 논공읍 낙동강 둔치에는 국비와 군비를 들여 조성한 달성야구장이 있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구미 낙동강체육공원은 하천부지에 축구장 9개, 야구장 3개, 풋살장 5개를 비롯해 족구장·농구장·게이트볼장까지 갖췄다.
여러 체육시설 가운데 가장 빠르게 늘어난 것이 파크골프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 파크골프장의 63.6%가 하천 인근에 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료로는 전국 509곳 가운데 258곳이 하천부지에 있다. 지자체가 땅값을 아끼고 유휴공간을 활용하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24년 6월 파크골프장을 체육시설 종류에 넣었고, 지난해 1월에는 그린벨트 내 설치도 허용했다. 동호회의 증설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친수시설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파크골프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이유다.
8일 대구 북구 무태파크골프장 앞 벤치에서 오전 정규시간 개장을 10분 앞두고 동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나눠먹고 있다.
◆새 실외 체육시설 40곳 중 21곳이 파크골프장
영남일보 취재진이 9일 오전 8시에 찾은 강변파크골프장은 입구부터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했다. 이중주차까지 돼 있어 파크골프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오전 8시21분 대구 북구 무태파크골프장 앞 벤치에는 과일 등 간식을 나눠 먹는 동호인들이 앉아있었다. 10분 뒤인 8시30분부터 시작되는 오전 정규시간을 앞두고 잠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11일 오전 7시20분 다시 찾은 무태파크골프장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운영되는 '아침반'으로 이때까지 방문객은 무태파크골프클럽 회원 27명, 일반인 20명이었다. 관리자는 "이 정도면 적은 편"이라며 "오전 정규시간부터 정오, 오후 정규시간인 1시30분부터 6시까지는 각각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맘때는 날씨가 선선해져 이용객이 가장 많을 시기라고 덧붙였다.
오전 7시34분, 취재진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도 버스에서 내려 파크골프장을 향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태파크골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곳부터는 동화천 산책로가 동화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걷거나 뛰는 이들과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시민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파크골프채를 들고 파크골프장으로 이동하는 동호인도 종종 보였다.
파크골프장은 다른 종목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
취재진이 2024년 12월 기준 대구시 공공체육시설 현황 251곳을 종목별로 분류해보니, 2018년 이후 대구에 들어선 축구·야구·테니스·풋살·게이트볼 등 실외 체육시설과 파크골프장은 40곳이다. 이 가운데 21곳이 파크골프장이다. 같은 기간 새로 생긴 축구장은 5곳, 테니스장은 6곳, 야구장은 2곳이었다.
순위도 뒤집혔다. 2010년까지 대구 공공 파크골프장은 3곳으로 축구장(14곳)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2024년 말에는 파크골프장이 34곳으로 축구장(28곳)보다 많아졌다. 같은 시점 공공 야구장은 프로 구장을 빼면 10곳, 리틀야구장은 5곳이다. 대구 파크골프장은 지난해 금호파크골프장 등이 새롭게 문을 열어 지난달 기준 36곳, 738홀이 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파크골프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83곳, 1천773홀이다. 대구와 경북을 합치면 2천500홀이 넘는다. 경북은 앞으로 1~2년 내 28곳, 666홀을 더 짓고 대구는 달성군과 군위군에 5곳, 279홀을 추가할 계획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차이는 더 크다. 2024년 말 기준 대구 공공 파크골프장 34곳의 부지를 모두 더하면 56만1천394㎡다. 공공 축구장 28곳의 부지 합계(50만3천770㎡)보다 넓다. 2018년 이후 들어선 실외 체육시설 40곳의 부지 45만214㎡ 가운데 63%인 28만2천34㎡가 파크골프장이다.
8일 대구 북구 축구장, 파크골프장, 야구장이 모여있는 강변체육공원 입구에 주차된 차들이 가득하다.
◆산책로 옆 구장 6곳…둔치 40%는 이미 시설
강변 한 구간을 떼어 보면 체육시설과 공유공간의 크기 차이가 드러난다. 대구 북구 서변동과 무태조야동 금호강·동화천변에는 강변축구장과 리틀야구장 2곳, 강변파크골프장, 산격대교 밑 무태파크골프장, 연경체육공원 다목적구장 등 구장 6곳이 있다. 대구시 공공체육시설 현황에 따르면 이 구장들의 부지는 모두 10만9천269㎡다. 강변축구장이 5만4천371㎡, 파크골프장 두 곳이 3만9천502㎡, 리틀야구장 두 곳이 1만4천496㎡다.
경산 남천도 비슷하다. 경산 남천은 시민 70%가 사는 경산 도심인 중방동·옥산동·정평동 등을 가로지른다. 경산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남천 둔치 18만2천㎡ 가운데 파크골프장 등 시설을 뺀 공간은 11만㎡였다. 둔치의 40%가 이미 파크골프장 등 시설로 쓰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 뒤 남천강변에는 9홀짜리 남천옥빛파크골프장이 더 들어섰다. 경산 파크골프장 전체 면적은 2020년 두 곳, 3만5천825㎡에서 내년 5월이면 다섯 곳, 10만2천219㎡가 된다. 경산시 업무자료의 구장별 면적을 취재진이 합산한 결과, 7년 만에 세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시민 한 명과 파크골프 회원 한 명이 쓰는 공공 공간을 단순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구시가 올해 4월 시의회에서 밝힌 시민 1인당 공원면적은 9.2㎡(2023년 기준)다. 2024년 말 대구 공공 파크골프장 부지 56만1천394㎡를 같은 해 대구 등록 회원 2만1천536명으로 나누면 1인당 26.1㎡다.
종목간 갈등을 우려한 한 사회인 체육 동호회 회원은 "애초에 구장 자체가 많지 않고 시간당 일정금액을 지불하니 말 그대로 '이용'하는 셈"이라며 "물론 가까운 곳에 구장이나 체육시설이 많으면 좋겠지만 자금을 투입해 이곳저곳에 새로 짓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짓고, 고치고, 잠기면 또 세금
시설을 짓는 비용은 대부분 지자체 예산이다. 경산 에코토피아파크골프장(18홀) 사업비 20억8천만원 가운데 14억8천만원이 시비다. 최근 대구 군위군에 개장한 180홀 산악형 파크골프장에는 465억원이 모두 군비로 들어갔다.
강변에 설치된 실외 체육시설은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2024년 7월 금호강이 범람했을 때 수성구 수성파크골프장 일대가 물에 잠겼고 상주는 낙동강변의 파크골프장이 비슷한 일을 겪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전국 파크골프장 풍수해 피해는 165건, 복구비는 약 7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경북은 28건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생태계 파괴와 난개발의 우려도 있다. 2023년 대구 금호강 둔치 파크골프장 6곳·108홀 증설 계획에 대구지역 18개 시민단체·정당은 야생동물 서식지가 사라진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대구시는 수요가 늘었다는 이유로 계획을 유지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구파크골프협회 등록 회원은 2022년 기준 1만8천696명이며 2025년에는 2만1천840명이다. 3년새 3천144명(16.8%)이 늘었지만 대구시 인구의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국의 파크골프 동호회 참여 비율은 70세 이상 25.3%, 60대 16.4%, 50대 1.7%였고, 10대부터 40대까지는 없었다.
◆공의 표심이 뒤덮은 친수시설
지자체가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는 표(票)다. 동호회는 회원 수백 명 단위로 움직인다.
영남일보가 6월3일 치러진 제9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단체장 33명의 선거공보물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단체장은 117개의 체육시설 관련 공약을 냈다. 이 중 23명은 45개의 파크골프 관련 공약을 냈고, 파크골프만을 언급한 공약은 37개(31.6%)였다. 이밖에 체육시설 관련은 '복합스포츠센터' '다목적체육관' 등으로 뭉뚱그려져 있었다.
대구 북구의 한 파크골프 동호인은 "무릎이 안 좋아 다른 운동은 못 하는데 파크골프 덕에 매일 걷고 사람도 만난다. 노인들이 갈 데가 없으니 더 지어달라고 하는 것이고, 선거 때 후보들도 그걸 안다"고 말했다.
무리한 민원을 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동호인 등 수요자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익명을 요청한 한 기초지자체 체육시설 담당공무원은 "일반인은 금지하고 클럽 동호인만 쓰게 해달라거나, 오전 5시부터 개장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매우 드문 경우지만, 담당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공무원은 취재진에게 과거 게이트볼 사례를 들며 "당시에도 증설 요구가 많아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가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라며 "그 경험에 비춰 현재의 파크골프 시설이나 운영방식을 선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파크골프는 유료화 검토라든지 운영과 서비스 측면의 개선을 위해 용역을 발주한 상태"라고 했다.
한 지역의 파크골프 동호인은 "공무원 입장에서는 업무가 늘어나니 싫어할 만하다"면서도 "극소수의 악성 민원인을 전체 생활체육인으로 호도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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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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