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영남일보 DB
"욕심이 먼저 앞선 것도 사실이었다."
2022년 12월17일, 남매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자필 편지 사진이 한장 올라왔다. 병상에 누운 아버지의 땅을 몰래 자신의 명의로 옮긴 A(57·대구 동구)씨가 가족들의 항의에 보낸 편지였다. 땅을 어머니에게 돌려놓거나 자신이 갖는 대신 다른 남매들에게 돈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은 그해 4월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시작됐다.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해지자 A씨는 아버지 소유인 경북 의성군의 농지와 임야를 자기 명의로 옮기기로 했다. 토지 가액은 합계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그해 11~12월 A씨는 아버지 명의의 인감증명서 발급 위임장을 위조, 대구 수성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제출했다. 위임 사유는 '병원 입원'이라고 적었다. 이어 증여계약서와 등기신청 위임장도 위조해 12월9일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농지 취득 과정에서도 직접 농사를 지을 것처럼 거짓 서류를 냈다. 대구에 사는 직장인인 A씨는 신청 무렵 주소를 의성으로 옮겼다가 약 20일 뒤 되돌렸다.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약 3개월 뒤에는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10년간 임대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아버지가 의사능력을 잃기 전부터 자신에게 땅을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의사능력을 유지했다면 서류 작성과 소유권 이전을 승낙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담당 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안경록 부장판사는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증여 의사를 확인할 객관적 자료가 없고, 다른 남매들 몰래 등기를 마친 점 등을 들어 A씨 주장을 배척했다. 아버지가 평소 증여 의사를 밝혀왔다면 다른 남매들에게 알리거나 협조를 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
특히 A씨의 편지에 주목했다. 욕심을 인정하고 금전적 보상을 제안한 내용은 스스로도 땅이 온전히 자신의 몫은 아니라고 인식했음을 보여준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가족들은 처벌을 두고도 갈렸다. 일부 남매는 엄벌을 요구했지만, 어머니와 한 여동생은 처벌에 반대했다.
재판부는 "비난 가능성 높은 범행"이라고 지적하면서 "아버지가 2024년 숨져 분쟁이 사실상 상속재산 분배의 성격을 띠게 된 점, 토지를 처분하지 않아 관련 판결에 따라 원상회복이 가능한 점,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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