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남 반도체 전력공급 앞당기려 대구 변압기 전용 검토
신달성변전소 준공 2030년으로 밀릴듯…6년 6개월 지연 우려
윤재옥 “호남 살리려 타지방 희생…전용계획 즉각 철회해야”
대구 달성군 구지면의 대구국가산업단지 전경 <영남일보DB>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의 전력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대구국가산업단지에 투입할 변압기를 빼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미 수년째 지연된 대구국가산단 전력망 구축이 또다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재명정부에서 불거진 'TK(대구경북) 홀대'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26일 국민의힘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호남권 반도체 조기 전력공급을 위한 공기단축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산단의 전력망 구축 기간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변압기 타사업 물량 전용'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다른 지역 산업단지에 공급할 전력설비를 호남권 반도체 산단에 우선 투입하겠다는 취지다.
호남 반도체 전력공급 위한 타 사업 자재 전용 검토 대상 표. <윤재옥 의원실 제공>
전용 검토 대상에는 대구국가산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신달성변전소(345kV)를 비롯해 경남 거제 사등변전소(154kV), 전남 여수 중흥변전소(154kV), 부산 신항·부산항변전소(154kV) 등 5곳이 포함됐다. 특히 대구 신달성변전소는 원래 2024년 4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2028년 12월로 준공 시기가 당초보다 4년8개월 늦춰진 상황임에도 변압기 전용 방안이 나온 것이다. 만약 전용이 실행되면 신달성변전소는 2030년 10월쯤 준공 예정으로, 최초 계획보다 무려 6년6개월이 더 늦어지게 된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 영남일보DB
호남권 반도체산단의 전력공급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대구국가산단의 전력 인프라 구축을 현재 계획보다 1년10개월 더 늦추는 셈이 된다. 정부가 지역 산업단지 간 전력 인프라 구축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대구가 불이익을 떠안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 신항변전소는 최초 계획보다 14년2개월, 거제 사등변전소는 12년6개월, 여수 중흥변전소는 5년까지 각각 준공이 늦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 의원은 "호남 반도체산단 전력공급을 1년 더 앞당기겠다고 한 비결이 결국 다른 지방 산단에 갈 변압기를 빼 오는 것이었다"며 "호남 반도체 하나 살리자고 이미 수년씩 늦어진 다른 지방 산단 전력망을 또 뒤로 미루는 것은 호남을 제외한 지방은 다 죽어도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력망은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 전제 조건인데, 정부가 개입해 이미 약속한 전력공급 일정을 뒤집으면 지방에 어느 기업이 믿고 투자하겠느냐"며 "정부는 타 변전소 자재 전용을 즉각 중단하고 해당 지자체와 업계의 의견부터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