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2천 대 4천만원 격차
철강공단 1만3천명 허탈
무기한 파업 지역경제 우려
포스코 노사 임금협상이 결렬되고 무기한 파업이 예고되자 포항 지역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사진은 포항철강산업단지 전경. 포항시 제공
"야근에 주말 특근까지 다 해야 연봉 4천만 원이 넘는데, 저쪽은 이미 1억2천만 원을 받으면서 더 달라고 합니다. 일할 맛이 안 납니다."
포스코 노사의 임금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무기한 파업까지 예고되자, 이를 지켜보는 포항 지역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 밖에서 숨죽여 지켜보던 이들의 속내는 허탈함을 넘어 분노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포항철강관리공단 내 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익명 요구 근로자 A씨(42·남구 대잠동)는 "같은 공단에서 일하는데 연봉은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우리는 1~2%만 올라도 감지덕지인데, 억대 연봉자들이 수천만 원을 더 달라며 싸우는 걸 보면 맥이 풀린다"고 말했다.
26일 포스코 노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포항 본사에서 열린 임금교섭은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과 김성호 노조위원장이 최고대표자 면담에 나섰고 이후 실무교섭도 이어졌지만, 임금 인상률과 보상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재차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이 제시한 안은 기본급 2.5% 인상(연간 약 250만원), 일시금 500만원, 명절상여금 100만원에 기본급 10% 추가 지급 등이다. 명절상여금 비율은 2028년 이후 15%로 높이겠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를 합치면 노조원 1인당 대략 920만 원 수준이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노조 요구안을 1인당으로 환산하면 약 7천만~8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 제시액이 여덟 배 안팎으로 벌어져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다.
지역 근로자들이 박탈감을 호소하는 배경에는 숫자가 있다. 2025년 기준 포스코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1억2천만원 안팎이다. 노조 요구안이 그대로 관철되면 평균연봉은 2억 원에 가까워진다. 국내 상용근로자 평균연봉이 5천61만 원, 중위연봉이 3천417만 원인 점과 견주면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포항철강관리공단 내 근로자들의 처지는 더 팍팍하다. 연봉이 야근과 주말근로 수당을 빼면 4천만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공단에는 1만3천여 명이 일하고 있다. 상당수가 포스코 협력업체나 철강 연관 업체 소속이어서 포스코 제철소가 흔들리면 일감과 급여도 함께 흔들린다. 이들은 협상 결과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처지다.
공단 내 철강 가공업체에 다니는 B씨(36·북구 장성동)는 "파업으로 공장이 멈추면 우리 일감부터 끊긴다"며 "임금 올려달라는 그분들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정작 피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먼저 본다는 게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월급이 얼마냐보다 공장이 돌아가느냐가 더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11월 2일 오후 7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26일부터는 일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퇴근 후 돌발 업무 대응을 제한하는 등 쟁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파업 장기화에 대비한 쟁의보상기금 마련도 추진 중이다. 노조는 앞서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분 파업을 실시한 바 있다.
지역 경제는 이미 위태롭다. 포항상공회의소의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는 64에 그쳤고, 올해 1~9월 수출액은 누적 12.8% 줄었다. 원도심 상가 공실률은 41.86%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하면 협력업체와 소상공인, 지역 근로자의 부담이 고스란히 커질 수밖에 없다.
사측은 생산계획을 조정하고 비상조업체계를 가동해 고객사와 국내 수요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홍보실 관계자는 "노조의 결렬 선언에도 대화를 지속해 교섭이 원만히 마무리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하루빨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숫자 뒤에 서 있는 지역 주민들의 얼굴을 노사 모두 떠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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