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양(임재양외과 원장)
오랜만에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과거 학회 일로 베이징과 상하이를 찾았을 때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여행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배움이 있어야 한다고 믿어서 주로 미국, 유럽, 일본을 찾았다. 지난 1년간 게이오대학 방문연구원으로 머물렀던 것도 일본을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하고 배움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날 때마다 "미래를 보려면 중국에 가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깊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온 중국 관광객들의 무질서와 소란, 쓰레기 투기에 관한 뉴스가 있었고,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제와 국제질서 무시를 비판하는 논평도 많았다. 우리가 질서를 지키지 않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 때면 "중국인처럼 왜 이러느냐"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러니 중국은 여전히 무질서하고 어지러울 것이라 생각했다. 미디어와 여론에도 '혐중'이라는 단어가 많았다.
어떤 대상을 막연히 배척하면 그 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현실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상하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4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기에 눈에 띄는 변화 위주로 살펴보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완전한 디지털 화폐 사회였다. 모든 결제는 알리페이로 이루어졌다. 교통카드나 지갑은 필요 없었고 모든 결제도 스마트폰 하나로 끝났다. 거리 악사, 구걸하는 이들마저 QR코드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온라인으로 마트 물건을 주문하면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상품이 이동해 대기 중인 배달원에게 전달되고, 주민들에게 실시간으로 배송되는 물류 시스템도 인상 깊었다.
도심을 달리는 차량 대부분은 중국산 전기차였다. 상하이 시내에는 무인 자율주행 시범 운행 지구가 3곳이나 있다. 직접 시승해서 시내를 돌아보니 그동안 전기차에 대해 품었던 우려가 대부분 해소되었다. 나이가 들면 운전대를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었으니 이런 자율주행차를 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기차 덕분인지 상하이의 하늘은 맑았고 공기도 쾌적했다.
많은 인파가 모이는 황푸강변 산책로. 철저한 관리와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인지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한 거리가 유지되고 있다. 임 원장 제공
휴머노이드 로봇 전시 공간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무거운 짐을 운반하고, 손상된 인체 기능을 대신하며,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보조하는 기술은 분명 유용해 보였지만, 로봇이 일상을 지배하는 미래 시뮬레이션 영상은 묘한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상하이 황푸강변을 따라 조성된 20km 구간은 산책로와 조깅 코스, 자전거도로로 정비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변에서 음식을 배달시키지도 않았고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우리 주변에 흔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조차 뒹굴지 않았다. 공유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는 지정 구역에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지하철에서는 휠체어 이용자뿐 아니라 아이만 안고 있어도 역무원이 전용 통로로 안내했다. 매일 강변을 걸으며 마주한 쾌적한 날씨, 깨끗한 거리,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중국이 이토록 변해 있었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단 며칠의 방문으로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상하이의 눈부신 발전상을 중국 사회 전체로 일반화해서도 안 된다. 촘촘한 감시망, 디지털 플랫폼에서 소외된 계층, 구글 등 글로벌 서비스가 차단된 폐쇄적 IT 생태계는 여전히 비판적으로 짚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도시의 청결과 질서 역시 엄격한 감시와 통제의 산물은 아닌지 물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상하이는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미래를 이미 시민의 일상 속에 실물로 구현해 놓았다.
편견을 내려놓고 급변하는 우리 미래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지금 상하이를 들여다볼 이유는 충분하다. 비판과 평가는 그다음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상하이는 생각보다 가깝고 편리한 곳에 있다.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상하이행 직항 노선은 하루 2회 운항하고 1시간 20분이면 푸동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자기부상열차를 타니 단 8분 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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