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의 전력망 완공을 앞당기기 위해 대구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타 지역 변전소의 핵심 변압기를 빼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차출 명단에는 대구 신달성변전소뿐 아니라 부산 신항, 경남 거제 등 주요 거점 5곳이 포함됐다. 타 지방 산단의 생명줄을 쥐어짜 호남의 공기를 단축하겠다는 '약탈적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 정부의 눈에 호남의 반도체 공장만 귀하고, 대구의 미래차·로봇 공장과 부산·거제의 물류·조선 기지는 멈춰서도 무방한 '2등 산단'으로 보이는가.
대구 신달성변전소는 이미 4년 8개월이나 지연된 상태인데, 변압기 전용까지 현실화하면 완공은 2030년 10월로 밀려 최초 계획보다 무려 6년 6개월이나 지체된다. 부산 신항과 거제 역시 준공이 10년 넘게 미뤄질 위기다. 국책사업의 시간표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날 판국이다. 전력 인프라는 기업이 천문학적 설비 투자를 결단하는 기본 신뢰다. 전력 공급 약속이 손바닥 뒤집히듯 파기되는 지방에 미래를 걸 첨단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호남 반도체 등 핵심 지지 기반을 향한 집중 투자가 이어지는 사이 TK를 비롯한 영남권에서는 '역차별'과 '홀대론'의 응어리가 깊어져 왔다. 정부는 전용 명단에 전남 여수를 끼워 넣어 차별이 아니라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이는 '얄팍한 물타기'일 뿐이다. 핵심 지지층에 성과를 안겨주려 타 지방의 성장판을 닫아버리는 행태는 명백한 '국가 인프라의 정치적 사유화'이자 위험천만한 '지방 갈라치기'다. 균형발전은 결코 특정 지역 몰아주기로 달성될 수 없다. 국가 기간망마저 정권의 정치적 전리품으로 전락한다면 정부가 말하는 균형발전은 허구에 불과하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