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 낮은 점수 받은 ‘정주기반’ 가중치 29.6%→16.5% 축소
모의평가 1위 항목은 최종 평가기준에 반영…가중치 20.2% 부여
이달희 “답정너식 용역 폐기해야”…복지부 “특정 지역 위한 조정 아냐”
국립츼의학연구원 입지 평가기준-모의평가 점수 비교 그래픽=생성형AI
'메디시티'를 지향하는 대구시가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 연구에서 천안을 유치 후보지로 내세운 충남에 유리하도록 평가기준이 변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보지 모의평가 이후 충남이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의 비중은 줄고,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에는 새로운 가중치가 부여됐다는 것이다.
호남 반도체 위주의 '메가프로젝트'와 TK공항(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건설 지지부진,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에서 경북대 탈락 등을 둘러싸고 대구·경북(TK) 홀대론이 제기된 가운데 국립치의학연구원마저 'TK 홀대'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달희(비례대표·사진) 의원실이 확보한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개발원은 지난 8월 대구·부산·광주·충남 등 4개 시·도를 대상으로 모의평가를 실시했다. 이 평가는 당초 용역 과업에 없었지만 복지부의 구두 지시로 진행됐다.
모의평가에서 충남은 주거·의료 부문에서 82.5점을 받아 최하위였고, 지역성장과 균형발전에서는 각각 90점으로 1위였다.
문제는 모의평가 이후 지난 6월 1차 계층분석법(AHP)에서 이뤄진 점수 배정 항목에 대한 가중치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당초 1차에서 29.6%였던 정주여건 가중치는 8월 최종 AHP분석에서 16.5%로 낮아졌다. 반면 기존 1차 평가항목에 없던 '지역성장 가능성'(14.7%)과 '균형발전'(5.5%) 항목이 새롭게 반영됐다.
이 의원실에서 같은 모의평가 자료에 변경 전후 가중치를 적용한 결과, 충남은 83.6점에서 86.4점으로 올랐지만, 대구 등 나머지 세 지역은 모두 하락했다. 충남과 2위 지역의 격차도 0.4점에서 7.2점으로 벌어졌다. 다만 이는 정성평가 항목을 동일 점수로 처리하는 가정을 적용한 이 의원실의 재계산 결과로, 공식 입지선정 점수는 아니다.
대구의 치과산업 경쟁력이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의원은 치과의료기기 생산 관련 지표를 제외하는 대신 전체 산업의 '기업연구소' 실적을 반영하면서 충남은 100점, 대구가 85점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이 국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이달희 의원실 제공
해당 연구 용역의 경우 앞서 수행기관의 자격과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특수한 전문성'을 이유로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최근 10년간 입지 선정 관련 연구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더욱이 연구 핵심 과업인 평가도구 개발 등을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2천200만원을 주고 맡겼다. 개발원은 서울대와의 계약이 자문 성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의원실은 서울대가 세부 지표와 배점까지 작성한 점을 이유로 재위탁 적절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도 "누가 봐도 공정한 공모 절차가 아니라 특정 도시를 찍어 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답을 정해 놓고 몰아가는 용역 보고서는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연구용역을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를 구성해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고, 의견 수렴을 거쳐 선정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대구의 치과산업 생산액과 기업, 종사자 등이 비수도권 1위이고 388억원 규모의 관련 국책사업이 진행 중인 데다 이미 즉시 착공 가능한 1만1천660㎡ 규모의 시유지도 확보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정 장관은 "연구, 산업, 인력, 교육, 병원 역량이 더 집적된 곳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수행기관 선정 과정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위법투성이고, 심지어 특정 지역 밀어주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번 연구용역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며 "TK 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공정한 입지 선정을 위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