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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찢긴 악보와 바스러지는 케이크

2026-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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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배 지휘자

지중배 지휘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프랑스 남부의 '베시에르'라는 작은 마을에 머물렀을 때다. 마땅한 식재료가 없던 여관 주인이 평소 하던 오믈렛을 대접하자, 이렇게 맛있는 것은 병사들과 나누어 먹어야 한다며 마을의 계란들을 모아 대형 오믈렛을 만들어 병사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 대형 오믈렛은 지금도 단합의 상징이다. 현재도 베시에르에서는 자이언트 오믈렛 축제로 그 전통을 이어간다. 시대의 흐름에 권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후 스스로 권력의 정점으로 올라가기 전의 보나파르트는 함께한 전우들과 나누는 리더였다.


초창기 그의 혁명 정신과 리더십은 당대 유럽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희망과 영감을 안겨주었다. 새로운 영웅의 등장에 베토벤 역시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는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그러나 후에 스스로 그 권력의 정점으로 올라간 나폴레옹을 보고 울분을 이기지 못하여 베토벤은 작곡된 악보의 표지를 찢어버렸다. 그 표지에는 '보나파르트에게 헌정'이라고 쓰여있었고, 베토벤은 '교향곡 3번 영웅'으로 제목을 바꾸었다.


표지가 찢겨나간 악보처럼, 한때 전우들을 생각했던 나폴레옹의 리더십도 흉측하게 변질되었다. 최고의 권력자가 된 나폴레옹은 최고급 부르고뉴 와인 '샹베르탱(Chambertin)'만을 고집하여 심지어 전쟁터의 참혹한 야전 막사에서도 오직 그 와인만을 마셨다. 와인병이 깨지지 않게 특별 수송대를 꾸릴 정도였다. 자신이 얻은 것을 같이 느끼고자 병사들과 오믈렛을 나누던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조차 자신만의 특권적 사치를 누려야만 하는 권력자로 변하게 된 것이다. 황제 이전의 시절에는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그에 관한 작품을 창조했다면, 스스로 황제가 된 이후에는 예술가들을 동원해 자신의 위업을 억지로 찬양하게 만드는 씁쓸한 행보를 이어갔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의 권력은 결국 무리한 러시아 제국 원정의 참담한 실패와 함께 비참한 몰락을 맞이한다. 이 몰락의 순간은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나폴레옹 군대의 위용을 상징하던 프랑스 제1제국의 선율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마침내 러시아 제국의 찬가와 대포 소리 그리고 승리를 알리는 종소리에 먹혀 들어가며 무너져 내린다. 러시아의 전쟁 승리 100주년이 되던 1912년에 행사용으로 나폴레옹의 모자를 본떠서 케이크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폴레옹 케이크'라고 불리는 이 디저트를 현재도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우연의 일치인지 겹겹의 페이스트리로 만든 프랑스의 '밀푀유'가 기본인 이 케이크는 입안에서 힘없이 바스러지는 페이스트리 조각들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나폴레옹 시대와 같고 하얀 크림은 그를 무너뜨린 러시아의 설원과 같다.


오랜 역사가 품고 있는 음악과 음식의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리더들의 모습을 비추는 훌륭한 거울이 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회 각계의 리더들은 대중과 함께 땀 흘리며 각자의 숭고한 이상을 품고 출발한다. 그러나 그중 누군가는 어느 순간 자리가 주는 권력의 단맛에 취해 초심을 잃고, 자신만의 샹베르탱 와인을 탐한다. 찢겨 나간 악보와 바스러지는 케이크의 역사는 명확하다. 좋은 권력이란 홀로 특권의 잔을 기울이는 오만함이 아니라,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하는 사람들과 소박한 오믈렛을 나누며 공감을 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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