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증화상 생명구조의 핵심 치료수단 ‘자기유래배양피부’… 산재·건보 간 보장 격차 해소 시급
푸른병원 김상규 병원장 “비용 부담에 치료 포기하는 비극 막아야… 필수의료 지원 불가피”
광범위 화상 치료제도 이원화… “환자 경제력 아닌 의학적 필요성이 기준 되어야”
대구·경북 유일의 화상전문병원인 푸른병원의 김상규 병원장은 초중증화상환자에 대한 건강보험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푸른병원 제공
"생존 가능성 3% 미만의 초중증화상환자에게도 끝까지 치료를 이어갈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가족들은 막대한 치료비 앞에서 환자를 살릴 가능성보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학적 판단이 환자의 경제적 형편에 가로막히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대구·경북 유일의 화상전문병원인 푸른병원의 김상규 병원장은 초중증화상환자에 대한 건강보험의 제도적 공백을 짚으며 개선을 촉구했다. 김 원장은 "지난 10여 년간 생명을 살리기 위한 국가 시스템 도입 제안에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여전히 이들을 지킬 제도적 기반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체표면적 40% 이상 또는 3도 화상면적이 30%를 넘는 초중증화상환자에게 피부는 단순한 신체 조직을 넘어선다. 광범위한 피부 손상은 심각한 체액 손실과 감염, 패혈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손상된 부위를 얼마나 신속하게 복원하느냐가 환자의 생존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그러나 이처럼 화상 범위가 광범위한 환자들은 이식에 사용할 정상 피부마저 턱없이 부족해 일반적인 자가피부이식만으로는 치료에 뚜렷한 한계가 발생한다. 이들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의 수단이 바로 '자기유래배양피부' 치료다. 환자 자신의 피부 세포를 채취해 배양한 뒤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이 고난도 치료법은 정상 피부가 부족한 초중증환자에게 피부 복원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핵심적인 의료 수단이다.
문제는 동일한 의학적 필요성을 가졌음에도 어떤 보험의 적용을 받느냐에 따라 치료 기회와 환자가 떠안는 경제적 부담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현재 산재보험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환자에게 자기유래배양피부 사용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체계에는 이에 상응하는 명확한 인정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푸른병원이 집계한 최근 3년간 진료 자료에 따르면, 체표면적 40%를 초과하는 초중증화상환자 중 자기유래배양피부 치료를 시행한 비율은 53%에 달했다. 이는 해당 치료가 광범위한 중증화상 현장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중요한 치료 수단임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 치료를 받은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참담하다. 대부분은 산재보험 적용을 받은 환자들이거나, 도저히 가족의 목숨을 포기할 수 없어 수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급여 치료비를 영혼까지 끌어모아 지불한 소수의 보호자들뿐이었다. 반면, 치료를 시행하지 못한 나머지 47%의 건강보험 환자들은 수억 원의 치료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어 치료를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김 병원장은 이러한 이원화된 제도가 단순한 급여 형평성의 차원을 넘어 중증화상 필수의료의 지속가능성 전체를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생명을 구하기 위한 유일한 치료의 막대한 비용과 법적·재정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환자와 의료기관이 떠안아야 한다면, 중증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치료하는 병원일수록 더 큰 재정적 타격을 입는 심각한 역설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김 병원장은 "고난도 수술과 집중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의료기관은 전국을 통틀어도 5~8곳에 불과해 제도적 지원이 건강보험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생명 구조에 필요한 보장이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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