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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AI 혁신에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2026-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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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우리의 일자리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공장에서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풍경이다. 이제는 AI는 사무실까지 진입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자료를 분석하며 기획까지 담당하고 있다. 산업혁명을 가져온 기계화와 자동화가 수십 년간 주로 단순 반복 노동을 대체하는 데만 머물렀다면, 최근의 AI는 사무직과 전문직 영역까지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우리에게 가장 큰 충격으로 닥친 것은 일자리 문제였다. 그 과정에서 기술혁신의 성과가 고르게 나누어지지 않아 노동시장 격차가 커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 발전을 거부하거나 지체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의 생산비가 줄어들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기업은 단 몇 달 만에 새로운 AI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지만, 노동자가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고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까지는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 시간의 차이에서 노동시장의 충격이 발생한다.


특히 변화가 너무 빠르면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자본가와 고숙련 노동자는 생산성과 임금이 높아지지만 단순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나 중간 숙련공의 일자리는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과 젊은 세대는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 고령층, 전통산업 종사자는 새로운 기술을 익힐 시간과 기회가 부족하다. 기술의 격차가 결국 임금의 격차가 되고, 이것이 다시 자산과 소득의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AI시대의 일자리 정책에는 노동자가 적응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의 발전 자체를 늦추자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고용 충격으로 이어지기 전에 직무전환의 시간과 기회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자동화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충분한 직무전환 기간을 제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해고 이후 재교육을 하는 방식보다 자동화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직무전환 교육을 시작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정부의 AI·자동화 지원 정책도 설비투자 지원뿐만 아니라 근로자 재교육, 직무전환 등을 통한 고용유지 정책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중소기업과 지역 노동시장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대기업은 AI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교육체계를 갖출 수 있지만 영세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중소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AI 교육과 직무전환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직장을 잃은 뒤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자리를 잃기 전에 다음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기술혁신의 목표는 사람을 밀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기술의 속도가 빠를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기술혁신이 노동자의 적응 속도를 지나치게 앞서가면 당장의 생산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AI 혁신의 성패는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변화에 함께 적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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