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지능형반도체개발센터장 인터뷰
“메모리 전부 아냐…시스템 성장가능성 주목”
“수요산업 연계해 시장 진입 지원 확대해야”
김동현 지능형반도체개발지원센터장. 본인 제공
"우리나라야 반도체에서 메모리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전체 매출의 75%가 시스템반도체에서 나옵니다. 대구경북에도 기회는 있습니다." 정부의 반도체 팹(Fab) 투자 구상에서 비켜난 대구경북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김동현 지능형반도체개발지원센터장(경북대 산학협력 교수)이 내놓은 답이다.
정부가 호남권에 800조 원대 대규모 반도체 팹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특화단지인 구미를 품은 대구경북에서는 이른바 'TK 패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전력·용수 등 반도체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지역의 소외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대규모 팹 유치 여부만으로 지역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투자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이 강점을 가진 시스템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서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것. 그는 "반도체산업은 전통적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인프라와 기업 집적지가 충청권까지 확장된 상황"이라며 "기업의 투자 효율성과 입지 여건 등을 고려하면 생산시설 투자 결정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대구경북이 이미 확보한 반도체 산업 기반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에는 이수페타시스와 에스앤에스텍, 원익큐엔씨 등 반도체 공급망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여기에 대구시가 2022년부터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도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김 센터장은 "2022년만 해도 대구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가 사실상 없었지만, 지원 인프라 구축과 기업 유치를 통해 현재 13개 기업이 자리 잡았다"며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시스템반도체가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인 만큼 지역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에서도 대경권만의 차별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5극 3특 성장 전략에서 시스템반도체 설계·검증 분야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지역은 대경권이 유일하다"며 "각 지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해 국가 반도체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메모리반도체가 호황일 때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도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중심의 지원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는 개발하는 것만큼 실제 시장에서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은 제품을 개발하고도 수요기업의 선택을 받아 공급 실적을 쌓기까지 높은 진입 장벽에 부딪힌다"고 짚었다.
해법으로는 지역 주력산업과의 연계를 제시했다. 그는 "대구경북에는 모빌리티와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 반도체 수요산업 기반이 풍부하다"며 "반도체 설계기업과 수요기업을 개발 초기부터 연결해 실증과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호남권은 메모리, 대경권은 시스템반도체 등 지역마다 특화된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서로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반도체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대구시청 경제부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듣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