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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AI를 예술적 동반자로…박인성 작가 초대개인전 ‘너라고 부를게 I’ll call you “You”’

2026-11-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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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레진의 우연성 탐구, AI 협업으로 확장
자연·인간·기술 통해 기록의 변화 조명

지난 5일 윤선갤러리에서 만난 박인성 작가는 이번 전시를 AI를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예술적 동반자로 삼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지난 5일 윤선갤러리에서 만난 박인성 작가는 이번 전시를 "AI를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예술적 동반자로 삼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공을 차는 아이, 하늘로 솟구치는 로켓, 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길. 서로 다른 풍경을 담은 이미지 위에 금속처럼 보이는 입체 조형물이 얹혀 있다. 평면 이미지와 화면 밖으로 돌출된 조형물이 어우러져 낯선 조화를 이룬다.


사진과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이미지와 기록, 물질과 비물질의 관계를 탐구해 온 박인성 작가의 개인전 '너라고 부를게 I'll call you "You"'가 6일부터 12월20일까지 대구 윤선갤러리에서 초대 기획전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에 에폭시 레진, 금속성 질감의 입체 조형물 등을 결합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지난 5일 윤선갤러리에서 만난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AI를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예술적 동반자로 삼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도는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기록의 객관성 문제와 맞닿아 있다. 독일 유학 시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제작자의 관점과 의도가 반영된 기록이 과연 객관적일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박 작가는 "창작자의 의도가 최소한으로 개입된 상황에서 어떻게 다큐멘터리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출발은 나로부터 시작됐지만 완성은 나로부터 멀어졌으면 하는 것이 제 작업관"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은 아날로그 필름을 편집하고 남은 자투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구체화됐다. 의도적으로 완성한 영상보다 우연히 남은 필름 조각이 더 진실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후 필름이 산성 약품에 의해 훼손되는 과정을 연속으로 스캔하거나 레진이 굳으면서 생기는 예측 불가능한 형상을 작품에 활용했다.


박인성 작. 권혁준기자

박인성 작. 권혁준기자

박인성 작. 권혁준기자

박인성 작. 권혁준기자

최근에는 이러한 비의도성과 우연성에 대한 탐구를 AI와의 협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약 20년간 촬영한 사진과 작가노트, 드로잉 등 개인 자료를 AI와 연계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고, AI가 제안한 입체 형태를 직접 레진으로 구현하기도 한다.


박 작가는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결과가 반드시 제 의도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계속 수정하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작업은 저의 생각에서 시작되지만, 최종 결과까지 반드시 제 의도대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가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평론에서 "제미나이가 작가의 축적된 자료를 보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은 기존 작업과 완전히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이전부터 존재했던 작업 방식이 새로운 매체로 이동한 것에 가깝다"며 "이미지가 인간의 손을 완전히 벗어나지도, 인간의 손에 완전히 종속되지도 않은 상태가 박인성 작업의 일관된 축"이라고 분석했다.


전시는 자연(Natur), 인간(Mensch), 기술(Technik)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숲의 풍경을 담은 작품 'Natur'가 관람객을 맞고, 중앙에는 공을 차는 아이의 모습이 있는 'Mensch', 안쪽에는 로켓 발사 장면을 담은 'Technik'이 자리한다.


과거 작품을 해체해 다시 구성한 입체 작품도 선보인다. 2019년 개인전에서 사용했던 출력물을 레진 안에 넣어 굳힌 작품이다. 박 작가는 "평면은 제가 지향하는 관점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지만, 입체는 저 또한 알 수 없는 부분을 항상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AI의 오류를 기록으로 남긴 영상 작업도 눈길을 끈다. 약 2년 전 AI로 제작한 81개의 짧은 영상 클립에는 작가가 입력한 프롬프트와 다른 장면이 상당수 포함됐지만, 이를 수정하지 않고 보관했다. 영상 작업과 함께 당시 영상 제작에 사용한 시놉시스를 성능이 향상된 AI와 함께 소설로 발전시키고, 완성된 글을 직접 손으로 원고지에 옮겨 적은 작품도 볼 수 있다.


박 작가는 "기술이 발전하면 오히려 초기에 나타났던 어설프고 이상한 모습, 극심한 할루시네이션 같은 오류를 품고 있는 매체 자체가 기록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연과 인간, 기술 안에서 기록이 어떤 형식과 방식으로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인성 작. 권혁준기자

박인성 작. 권혁준기자

박인성 작. 권혁준기자

박인성 작. 권혁준기자


기자 이미지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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