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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일의 방방곡곡 길을 걷다] 울릉도 도동항 행남 해안 산책로와 봉래폭포

2026-11-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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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남 해안 산책로에서 조망한 바위군락과  짙푸른 바다가 이루는 환상적인 풍경. 울릉군 제공

행남 해안 산책로에서 조망한 바위군락과 짙푸른 바다가 이루는 환상적인 풍경. 울릉군 제공

동해 고요한 아침 해 뜨는 섬, 울릉도. 도동항은 오전 햇살로 일광욕을 하고 있다. 향토 식당에서 아침으로 먹은 홍따밥의 고소하면서 쌉싸름한 감칠맛이 입에 아직 남아있다. 도동항 여객터미널로 가다 왼 방향 계단을 올라가면 터미널 옥상 휴게 광장을 만난다. 이곳에서 도동항 전경을 바라본다. 숱한 삶의 노래가 얼기설기 얽힌 항구는 비린내 나는 교향곡이다. 보랏빛 바탕의 '도동 저동 (행남) 해안 산책로' 표지판 화살표 따라 내려가면 행남 해안 산책로이자 해안누리길 34코스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의 새벽을 여는 독도 조형물을 만난다. 태극 모양을 바탕으로 하늘로 솟아오르는 힘찬 형태다. 아 독도, 나도 모르게 뱉어버리는 독도는 우리 땅. 독도 노래 가사는 네 번이나 개사되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87㎞.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조선 땅, 독도는 우리 땅." 흥얼흥얼 콧노래 한다. 그 누가 뭐래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안내판에는 해식동굴 베개용암 타포니 등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화산지형과 암석 설명이 있다. 해변의 작은 길. 기묘한 암석 절벽 아래 길을 내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벙글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길옆에는 바닷물이 밀려와 철썩철썩 하얀 구슬로 부서진다. 자연 동굴도 나타나고 그 그늘에서 옥빛 바다를 멍하니 본다. 이건 분명 신의 솜씨다. 유명 여행작가가 도동항 행남 해안 산책로는 제주도 한담 해안 산책로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길이라고 하던 해맑은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다.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나갈 때마다 새로운 경치가 보이고 암벽 사이 눈이 시릴 만큼 짙푸른 바닷물이 크레용 화폭이다. 눈이 황홀해 잠시 서서 바닷물을 본다. 투명하고 맑아 바닥까지 환하다. 거기에도 등 푸른 어류가 헤엄치고 있다. 물고기는 은빛 비늘과 지느러미로 바다를 자유로이 유영한다. 거기에 시선을 고정하면 생명의 끈으로 묶여있는 나와 물고기의 실존을 느낄 수 있다. 그 맑은 물고기들이 나의 마음으로 헤엄쳐와 한갓진 대낮의 꿈에 무지개를 만든다. 얼마나 신박하고 미끈한지.


행남 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본 에메랄드 빛 바다와 섬. 도동 방파제에 서있는 촛대바위 풍경.

행남 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본 에메랄드 빛 바다와 섬. 도동 방파제에 서있는 촛대바위 풍경.

드디어 해식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깎아지른 암벽 공간에 바닷물이 깊숙이 들어와 생긴 동굴이다. 바위 절벽은 색깔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그중 불그죽죽 울룩불룩한 암벽은 걸음을 멈추게 한다. 화산의 마그마가 시간의 풍화로 형성된 그 경치는 기억의 암벽으로 남는다. 길옆에는 바다의 언어가 밀려와 태고의 시편(詩篇)을 부려 놓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 그 경치에 몰입하고 관광의 별을 헤아리는 기쁨이 흘러넘친다. 어느 바위 위에 갈매기 한 마리 앉아 있다. 그 풍경마저 망막에 정오의 고독을 다림질한다. 해안절벽 곳곳에 푸른 풀들이 가득 자라고 있다. 그 식물군이 경이로운 비경에 한 숟갈 아름다움을 얹는다. 또 동굴을 지나고 거대한 암반이 해안에 솟아오른 듯한 절경을 볼 수 있다.


다시 절벽 사이 해안 길이 이어지고 사파이어 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해안절벽의 암석 표면에는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타포니도 많다. 산책로가 거대한 암벽 아래로 이어져 절벽에 바싹 붙어 걷는 구간도 있다. 나아가면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섬이 나타나고 건널 수 있는 다리도 놓여 있다. 해안 통제 구간에 도착했다. 바로 가면 행남 마을(행남 항) 지나 행남 등대로 가지만 길을 비틀어 계단 타고 위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가 나무 사이로 해안 경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방색 붓질로 그린 한 폭의 풍경화다. 길이 능선으로 이어지자 걷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왕작살나무도 보이고 털머위 군락을 지나며 다시 해안풍경을 바라본다. 짙푸른 바다와 식물군을 등에 어부바한 절벽 갯가 작은 길은 두근두근 파스텔 절경이다.


행남 해안 산책로 행 남등대에서 도동가는 길, 나선형 계단과 바다 위 탐방로 아치형 다리의 절경.

행남 해안 산책로 행 남등대에서 도동가는 길, 나선형 계단과 바다 위 탐방로 아치형 다리의 절경.

얼마 후 행남 등대 포토존이 나타나고 더 나아가 행남 등대(도동 등대)에 도착한다. 1954년 행남 마을 해안절벽 끝단 해발 108m에 세워진 울릉도 대표 유인 등대다. 인근 해역, 독도 어장, 일본 스쿠바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의 안전을 위한 연안표지 시설로 설치되었다. 날씨가 청명했으므로 동으로 독도를, 북으로 저동항과 촛대바위를, 왼쪽으로 새로 만든 해상탐방로가 바다를 가로질러 뻗어 있고, 울릉도의 상징인 성인봉까지 볼 수 있는 파노라마 풍경이다. 돌아 나와 저동항으로 간다. 능선길이 다하자, 하부로 이어지는 57m 나선형 계단(일명 소라 계단)을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간다.


곧 해상탐방로다. 절벽 따라 바다 위로 구불구불 길게 설치된 탐방로를 주억주억 걸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치형 철제 다리와 콘크리트로 만든 해안 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깎아지른 절벽과 잉크 빛 바다 사이, 길 위에서 보면 조금 전 거쳐 온 행남 등대가 감성의 꽃자리다. 해식동굴이 나오고 안쪽까지 들어온 바닷물은 탄성의 에메랄드색이다. 여기도 바닷물이 맑아 암반과 수초 신비의 바닥까지 훤하게 보였다. 탐방로는 해안 돌벽을 뚫어 만든 터널을 지나 바깥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콘크리트로 축조한 낙석방지 피암 터널을 통과한다. 터널 바다 쪽은 아치형 개구부를 연속으로 만들어 예술적인 구조이고 바다를 바라보며 걷기에 더없이 좋았다.


다시 도색한 아치형 다리를 지나고 드디어 행남 해안 산책로 말미인 저동항에 도착했다. 도동항에서 출발해 비경의 해안절벽 길 따라 지루할 틈 없이 걸어온 라라랜드 길이었다. 출구 문을 나서니 촛대바위가 보인다. 안내판에 촛대바위에 전해오는 슬픈 전설이 적혀있다. 옛적에 한 어부 노인이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않자, 딸이 며칠 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마침내 아버지가 탄 배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반가워 바다로 달려갔지만, 거센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바위가 되었다. 그래서 이 바위를 촛대바위 또는 효녀 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슬픈 전설을 품은 촛대바위가 방파제에 외롭게 서 있다. 울릉도 해안 경치의 백미, 행남 해안 산책로는 국가 지질 공원으로 지정된 명소이며 천연동굴 해안 절경은 남태평양의 이토록 푸른 타히티섬을 떠올리게 하는 이국적인 길이었다. 홀로 선 촛대바위에서 산책로를 마무리한다. 도로로 나와 버스를 타고 봉래폭포로 간다.


울릉도 여행 시 꼭 들러야 하는 봉래폭포의 비경. 폭포 주위의 식물과 잘 어우러진 환상의 풍경이다.

울릉도 여행 시 꼭 들러야 하는 봉래폭포의 비경. 폭포 주위의 식물과 잘 어우러진 환상의 풍경이다.

먼 옛적부터 우리 조상의 상상 속에 일출의 신비와 한울님의 푸른 몸매였던 동해. 그 아스라한 먼바다에 울렁거리며 떠 있는 울릉도. 섬 전체가 관광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울릉도. 화산지형과 풍화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탄생. 여행객이 다니면서 환성을 지르는 명소가 수두룩하다. 매표소 지나 살짝 오르면 너붓한 풍혈이 나온다. 천연 에어컨이다. 풍혈은 조면암이며, 겹겹이 두르고 성긴 바위틈의 차고 습한 공기가 바깥으로 나오면서 따뜻한 공기와 합류해 수분이 증기가 되면서 주변 열을 흡수해 냉각되는 원리이다. 잠깐 들른다. 길 주변 우거진 삼나무 숲 향이 숨통을 틔운다. 그럭저럭 봉래폭포 전망대에 선다. 총 3단이고 높이 약 30m 하얀 물줄기가 검은 골 푸른 숲 사이로 흘러 그 빼어난 경치에, 에구구 소리가 절로 나는 비경이다.


이곳 물은 성인봉에서 내려온 물이 나리 분지에 모여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피압수로 지표에 용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래에 저수했다가 저동, 도동 주민의 식수로 사용된다. 나오는 길에 청아한 물소리 새소리 들리고 예쁜 꽃도 볼 수 있었다. 어떤 의미를 찾는 시청각이 열린 것이다. 작은 휴게소에 들러 울릉도 특산인 호박 식혜를 사서 마신다. 맛이 얼마나 좋은지 혀가 으스스 놀란다. 오늘 하룻길 즐거워 훨훨 나비 날개를 달았다.


글=김찬일 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윤문관 울릉 서면 남서리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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