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중앙로역 만남의 광장 앞을 가로막은 방화셔터는 ‘통곡의
벽’이었다. 일체의 구조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곳에는 사고 당시 탈출구
를 찾아 헤매었던 것으로 보이는 무수한 발자국들이 몸서리쳐지게 찍혀있다.
중앙로역사는 알려진 것과 달리 이중 구조다. 대구역 방면으로 보자면
지하 3층이지만, 대구백화점, 교보문고, 밀리오레, 중앙지하상가로 보자면 지
하 4층이다. 문제의 방화셔터가 설치되어 있는 지하 1층은 동서남북이 연결
되고 지상으로 통하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공공보도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의 6∼7할은 이 길을 따라 행선지를 찾아간다.
지하 3층 개찰구를 통과해 지하 2층으로 올라오면, 아카데미극장 방향으로
가로 폭 1.95m의 양 계단과 만남의 광장으로 이어지는 7.8m폭 대형 계단이
나온다. 평소 지하철을 이용해온 승객이라면 어디로 향했을까? 긴급한 상
황일수록 본능이나 습관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실제 사고 당시 승객 대피활
동을 도운 기기원과 매표원이 방화셔터 쪽으로 탈출구를 유도했다가 현장에
가서야 뒤늦게 방화셔터가 내려진 사실을 알고 방향을 선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살길을 찾다가 까무러지듯 허둥지둥 발길을 돌렸을 무수한 발자국
들이 필사의 생명의지로 뒤엉켜 있었다. 방화셔터는 평소에 작동하지 않는다
. 그 방화셔터는 재난 대피구 앞에서 탈출 승객을 가두어 놓은 채 위험하
게 작동했다. 출구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방화셔터는 아마 아우슈비츠 독
가스실의 폐문이나 마찬가지였으리라.
다수의 희생을 초래한 것으로 보이는 방화셔터는 대구시가 옛 중앙지하
상가를 1999년 12월 민간투자사업으로 고시해, 2000년 6월 D실업과 실시협약
을 맺어 2001년 9월 중앙지하상가 1·2지구를 프리몰로 재개장하는 과정에서
설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삼화기공에서 제작해 납품하고 시공테크에서 시공
을 한 방화셔터는 연기감지에 의해 작동된다고 판매업체의 공장장은 설명했
다.
중앙지하상가 입구의 상인들 가운데 방화셔터가 자동으로 내려오는 것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사고 당시 대부분 출근 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오후 8시 이후까지 내려져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왕래하는 주통로에서 구조활동을 하
지 않은 것일까. D실업 관계자는 “당시 소방관들이 방화셔터 쪽문으로 드
나드는 모습을 보았고 별도의 지시가 없어 현장이 방치되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초기상황을 6m 캠코드에 담은 대구독립영화협회 현종문감독(가야
대학교 강사)도 소방관들이 중앙네거리 지하도로 구출활동을 하는 장면을 목
격하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서태영<인터넷칼럼니스트·rangka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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