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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사고력 쑥쑥] 페르미 추정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

2008-08-25
[초등 사고력 쑥쑥] 페르미 추정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라는 말은 영재교육과 관련한 입시에는 빠지지 않는 기본 능력으로 언급된다. 그렇다보니 창의적 문제해결력은 영재교육과 관련되는 분야의 영역으로만 생각하고, 일반 학생에게는 별 상관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사실 과학이든 수학 교육이든 기본적으로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암산의 천재나 컴퓨터에 버금가는 계산력을 가졌다고 해서 실제 수학적인 재능에서 뛰어나다고 인정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현재 초·중등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이나 아이들에 대한 수학·과학의 관심사항은 암기나 계산력에 집중되고 있다.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조차도 이러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든다. 대부분 학부모가 교재나 학원 선택에 있어 문제 해결력을 기본적으로 길러주는 곳이 아니라 계산력에 치중된 선행중심의 교육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가진 학생이 고등 영재학교 입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는 요원한 것 같다.

수학의 본질은 증명에 있다. 진짜 수학은 끈질긴 추론과정을 보여주는 능력을 요구한다. 교과서에 다루는 수학은 이러한 진짜 본질을 이끌기 위한 중간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해가 빠른 학생은 시중에 유통되는 교재에선 진짜 수학인 추론과정을 보여주는 교재가 거의 없다는 점과 이런 태도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 곳도 쉽게 찾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지금 수학성적이 좋다고 해도 끈질기게 추론을 계속하는 능력이 없다면 밝은 미래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이런 추론 능력은 수학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암기로만 구성된 분야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학문 영역에서 추론능력은 반드시 요구된다.

외국기업의 입사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의 공통점은 페르미 추정과 연관된 문제 해결력 평가에 대한 것이다.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원자력과 관련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문제 해결력의 대가였다. 그가 길러낸 후학들도 노벨상을 받은 인물이 한둘이 아니다.

페르미는 세계 최초의 핵실험을 한 멕시코 앨라모고도에서 미리 준비해둔 찢어진 노트를 이용해 폭발이 느껴짐과 동시에 공중에 뿌려, 자유낙하 시키면서 종이의 흩날리는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폭발력을 추정했는데, 실제 폭발력과 거의 일치했을 정도로 뛰어난 추론능력을 가졌다. 이후 페르미 추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생겨나기도 했고,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훈련과정의 교본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면접시험에서 나온 '후지산을 어떻게 옮길까?', 아니면 '일본의 전봇대 개수는 몇 개일까?' 이런 해답이 없고, 간결하면서도 문제해결의 축소판인 질문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페르미 추정은 바로 결론적으로 생각하는 가설적 사고력,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프레임워크 사고력, 전체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추상화 사고력 등을 길러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페르미는 이런 사고과정을 후학 공학도들을 길러내는데 많이 활용했다. 오늘날 미국 맨해튼의 금융컨설턴트를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추론능력이 필수라고 한다.

한국영재학교와 서울과학고 영재학교의 최종 시험결과가 나오는 시점이다. 결국 출제되었던 문제들도 이런 페르미 추정과 연관된 추론능력을 요구하는 문제해결력을 평가한 점에서 그 본질은 차이가 없을 것이다.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높이는데 주입식 선행학습으로만 준비하는 발칙함을 선택한 학부모나 학원은 아무도 그런 실패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단지 학생의 능력으로만 치부할 뿐이다. 실패한 학생이라면 앞으로 모르는 문제들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말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이 페르미 추정을 생각하면서, 기본적으로 수학이나 과학을 어떻게 공부해야할 것인지를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자기 주도적 학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상호(와이즈만영재교육 시지센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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