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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뽑은 새해 희망 사자성어 '화이부동' 이렇게 실천하자

2009-01-02

'다름'의 용인과 공존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듬는 2009년을…

교수들이 뽑은 새해 희망 사자성어 화이부동 이렇게 실천하자

교수들이 뽑은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전국 180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희망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가 '화이부동'을 뽑았다고 1일 발표했다.

화이부동은 공자가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다"고 한데서 비롯됐다.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소인배들의 사귐은 이해가 같다면 의리를 굽혀서까지 '같게 되기'를 구하지만 서로 진심이 아닌 상태에서 어울려 조화롭지는 못한데 반해, 군자들의 사귐은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조화롭지만 그렇다고 의리를 굽혀서까지 모든 견해에 '같게 되기'를 구하지는 않는다는 풀이가 덧붙여진다.

위기가 예고된 2009년 새해, 우리 사회 각 분야별로 이 '화이부동'이 어떻게 실현되는 게 바람직한 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희망과 소망을 들었다.


◆영남대 김태일 정치행정대학장(정치분야)=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서로 다른 것의 공존을 말한다. 공존이란 무엇인가? 구체적 사회관계 속에서 힘이 있는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배려하는 것이다. 다수파가 소수파를, 돈과 지식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것이 모자라는 사람들에게 더불어 살아가자고 손을 내미는 것을 말한다.

진보세력은 포용 능력과 정책 능력이 부족해 걱정이고, 보수세력은 부패할 가능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걱정이라고 한다.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역시 이런 점이 염려된다. 이 정부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발전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시장 만능주의라고 부르는 이런 현실은 힘 없는 사람들에게 큰 아픔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때문에 '화이부동'이 더 눈길을 끄는 것 같다.



◆조진형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금오공대 교수·사회분야)= 화이(和而)를 끄집어낸 것은 자꾸 각을 세우면 좋지 않다는 뜻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좀 장기적으로 보자는 취지다. 지방분권과 지역발전이란 시각에서는 부동(不同)의 의미가 와닿는다. 국가정책 측면에서 각 지역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 다르고, 또 미래 전략도 같을 수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당한 후유증을 낼 것이다. 이는 여론상 소수가 특정 이익을 목표로 주도면밀하게 추진한 성격이 농후했다. 벌써부터 구미를 비롯, 지역의 공장들이 경기도 파주나 평택으로 옮길 구상을 하고 있다. 지역의 사활이 걸렸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지 부동(不同)의 지혜가 필요하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문화사회연구실장)= 지난 한 해 정치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고, 앞으로의 바람을 함께 담아 선택한 용어인 것 같다. 시류에 휘둘려 자기의 뚜렷한 소신이나 원칙을 너무 쉽게 버리는 상황이 팽배했다. 특히 지식인 사회에서 그랬다. 이 때문에 정치·경제적으로 국가 방향의 혼란이 야기됐다. 지역발전 측면에서는 지도층에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역할 분담을 통해 지역발전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동참은 화이(和而)고, 역할분담은 한편 부동(不同)이다. 시장이나 선거직 자치단체장에게 지나치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보다, 경제 사회 각 분야의 리더십이 같이 발휘돼야 지역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박미영 작가콜로퀴움 사무국장(문화분야)= 1917년 프랑스 파리 샤틀레극장에서는 피카소의 무대장치에 콕토의 대본, 마신의 안무, 디아길레프발레단의 춤, 샤티의 음악에 샤넬이 의상을 제작한 파라드(Parade)가 초연되었다. 큐비즘과 재즈를 최초로 발레에 접목한 당대의 거장들이 제작한 예술 합작품이었다. 그러나 흥행은 완벽한 실패였다. 1차대전과 그 전위성에 대한 관객의 호응이 적은 탓이었던 것. 하지만 1960년대부터 이 공연은 세계 유수의 발레단이 앞 다투어 재연하는 공연물이 된다.

나는 사석에서 파라드를 문화예술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흐뭇한 일례로 곧잘 꼽는다. 샤티는 평생 자신의 집을 남에게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괴팍했고, 마신, 피카소, 샤넬 또한 '남과 사이좋게 지내지만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아니하는' 좋은 예술가 특유의 한 성격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한 그들이 모여 실험적이며 낯선 짓거리를 온 힘을 모아 저질렀던 것이다.

어느 시인이 했다는 말처럼 바퀴벌레가 알을 까서 몰고 다니는 것처럼 문화예술판에서 자신의 이익과 전략을 위해 이합집산해대는 무리들을 볼 때가 있다. 문화와 예술을 위해서는 바퀴벌레처럼 백해무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화이부동을 실천하는 예술가를 보다 많이 볼 수 있기를 기축년 벽두에 나는 간절히 빌어본다.



◆이병옥 대구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교육분야)= 인간사회에 다 그러하듯이 학교도 오케스트라의 서로 다른 악기처럼 개성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10년 전부터 교육계에도 서로 다른 이념으로 인해 다소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어, 학부모나 교육 가족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진정한 교육의 발전을 위해선 화이부동의 자세로 각자의 개성은 존중하되,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배려하는 화이부동 문화가 조성돼야 이 어려운 시대에 큰일을 해낼 수 있다. 그래야만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다움과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 고급지식을 함양해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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