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삼성라이온즈파크의 프리미엄 관람석인 스위트박스(suite box) 활용 변경 계획을 수립했다. 스포츠 취약계층에 우선 배정하고, 사용 신청 및 선정 방식의 투명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공공재는 시민 모두의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라팍 스위트박스의 부적절 활용 의혹에 대한 영남일보의 연속 보도와 시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사후약방문' 성격이 짙지만, 고무적인 변화임에는 분명하다. 지난해 기준, 시 보유 라팍 스위트박스 최대 이용자는 대구시의회였다. 총 35회 가운데 14회가 시의회 몫이었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스포츠 취약계층에게 돌아간 기회는 단 3회뿐이었다. 시의회가 간담회를 빌미로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숭고한 목적을 내건 '대구시 스포츠 산업 진흥 조례'가 권력층의 '사적 이용권'으로 변질된 꼴이다.
시의 개선안 마련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시정 업무 추진을 위한 간담회'라는 모호한 문구가 여전히 남아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한 정치인들의 특권 의식이 언제든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공공재를 사적으로 이용하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정치권의 마비된 감수성도 문제다.
지방선거 후보들은 이번 사태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선거 전에는 '머슴'을 자처하다 당선 후 '상전'으로 돌변하는 악순환을 스스로 끊어내야 한다.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도 염치를 모른다면 공정은 한낱 헛구호에 불과하다. 후보들은 라팍 스위트박스의 진짜 구단주가 시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뼛속까지 혁신하는 자세로 유권자 앞에 서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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