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00116.010150811430001

영남일보TV

대한민국/남한 탄생의 비밀은'모윤숙 스캔들?'

2010-01-16

◆ 스캔들과 반공국가주의
공임순 지음/앨피/424쪽/1만9천500원
美군정-친일인사들 정치적 결합체'한민당'
밀월관계 산물 이승만 정권 수립'반쪽건국'
분단과 식민의 歷史 전개과정 다각적 해부

대한민국/남한 탄생의 비밀은모윤숙 스캔들?

문학과 역사, 정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식민지 근대성의 기원과 그늘을 탐사해 온 소장 인문학자 공임순씨가 내놓은 비평집 '스캔들과 반공국가주의'는 분단과 식민의 역사를 거슬러 오르며 대한민국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다각도로 파헤친 책이다.

흔히 추문으로 번역되는 '스캔들'이란 주로 여성과 남자의 밀월 관계를 뜻한다. 이 책에서 스캔들이라는 단어도 이 말의 본뜻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그 대상 혹은 주체가 일개인을 뛰어넘어 한 국가, 대한민국, 남한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은 스캔들이라는 단어의 외연을 확장시켜, 저자는 미군정과 식민시기 친일 인사들의 결합체인 한민당과 대한민국의 건립 자체를 스캔들이라고 표현하면서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스캔들이 정치와 역사에 끼친 영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의 시각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한의 탄생 자체가 미군정과 식민지 친일 인사들의 정치적 결합체인 한민당과의 밀월 관계의 산물이다. 책이 주목하는 점은 밀월의 근저를 이뤘던 '친교'라는 이름의 젠더정치다.

"우파 지도세력의 정치적 위상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승만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우파세력을 뿌리내리게 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미군정의 폭압적 군사력과 경찰력뿐 아니라, 여성들의 사교와 친교 모임까지…. 당시 여성들의 사교 모임은 사적이면서 공적인 이중성을 띠었다. 냉혹한 생존 원리가 지배하는 외부와 구별되는 여성적 미덕이 발현되는 친숙하고 안정된 영역으로, 남성들의 공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공개적이면서 비공개적인, 사적이면서 공적인, 더 정확하게 말해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남녀 간의 관계로 분할 전위하는 정치권력의 은폐된 성적 환상의 장이었다. 이 사교의 장에서 친일과 반공은 유착·접맥 되었다."

책이 대표적 사례로 꼽는 것은 친일 인사 모윤숙(1910~90)과 벤가릴 메논(1897~1974)의 스캔들이다. 1948년 1월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장이자 인도 대표 자격으로 한국에 온 메논은 환영 파티 자리에서 만난 모윤숙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이승만의 총애를 받았던 모윤숙은 이승만의 지시로 메논을 불러 이승만과의 독대 자리를 마련했고 메논은 평소 입장을 바꿔,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힘을 실어주는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여성의 영역으로 특화된 사교의 장을 선점함으로써 이룬 성애의 정치화"라고 못박는다.

문제는 당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성애의 정치'가 연루된 여성 개인의 입신뿐 아니라 한국 사회 조직과 정치질서에 개입하고 관여해 현대사의 흐름을 바꿨다는 사실이다.

모윤숙과 메논의 '스캔들'이 없었더라면, 남한 단독 정부가 수립되지 않았더라면 반공을 국시로 내건 이승만 정권이 탄생했을까. 모윤숙조차도 "메논 단장과의 우정 관계가 없었더라면 단독선거는 없었을 것이고, 이승만 박사가 대통령 자리에 계셨다는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는 "'대한민국/남한'의 탄생 스캔들이 낳은 사생아가 반공국가주의"라고 주장한다. 대한민국/남한이 창출한 이같은 섹슈얼한 위계적 권력 관계에 따라 친일 청산 의제는 묻히고 반공이 대표성의 유일무이한 의제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승만-미군정-친일인사가 만들어낸 정세는 불투명한 정책 결정, 과대 경찰국가의 부활, 아프간 파병 등의 전도된 성적 위세와 과시로 현재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스캔들'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키워드로 대한민국의 탄생과 성장을 이해하려는 책은 국민국가 대한민국/남한의 사회 역사적 형성과 전개과정을 역사소설에 드러난 후기자본주의, 인문학의 위기, 박정희의 '혁신'의 전유, 역사소설과 흥망사 이야기, 대한민국 남한의 기독교 등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문제들을 통해 분석하고 규정해내고 있다.

대한민국/남한 탄생의 비밀은모윤숙 스캔들?
1948년 3월13일 유엔임시위원단 벤가릴 메논 단장(앞줄 맨 왼쪽)은 김구 선생(앞줄 가운데)을 방문해 '남한 단독선거안'을 설명한 후 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민국/남한 탄생의 비밀은모윤숙 스캔들?
원내는 이승만의 총애를 받았던 모윤숙.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