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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맛집 파워블로그 ‘모모짱’과 주인장 전문양씨

2012-03-02

연 120만명 방문자와 ‘맛있는 소통’…이 아줌마의 포스팅에 맛집이 웃는다

20120302
대구의 대표적 여성 맛집 파워 블로그(모모짱)를 운영하는 전문양씨.

이젠 품질이 아니라 마케팅, 그것도 온라인 마케팅이 최대 승부처.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마케팅에 소비자가 휘둘리고 있다.

지난해 마케팅 업계의 화두는 단연 ‘파워 블로거’였다. 홍익대·대학로·강남·건국대·가로수길·삼청동 등 젊은 소비층이 밀집한 서울의 대표상권일수록 온라인 마케팅은 생사를 가늠하는 변수.

주인들은 홈페이지를 움직이는 것보다 파워블로거를 잡는 게 더 효과적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파워 블로거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젠 팸투어 초청 1순위도 파워 블로거다. 대구시는 물론 전국 각급 지자체가 관광상품을 마케팅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파워 블로거를 팸투어 형식으로 초청한다. 얼마전 기자는 일본 아리마 온천관광협회 초청으로 팸투어를 다녀왔는데 같은 흐름을 감지했다. 일본 관광 관계자 역시 일간지 기자보다 파워 블로거를 움직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특히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식당업계는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파워 블로거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블로거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흐름은 서울·경기쪽에서 훨씬 더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구는 아직 상당수 식당주가 맛집 블로거와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픈한지 3년 안돼
 전국 찾아 다니며 1400개 식당 포스팅

 살가운 고백·치밀함 일관성 있는 잣대 등 네티즌들에 호평

 세계육상선수권땐 대구맛집 30곳 선정에 참여하기도

“맛집엔 공통분모… 상호·간판만 봐도 주인 알 수 있어
 대구 양식당 수준 서울에 안 뒤진다”

◆ 맛집 파워 블로거 ‘모모짱’

전문양씨(43).

연 방문자 120만명을 넘긴 네이버 맛집 파워 블로거 중 한 명이다.

지역의 맛집 파워 블로거 중 드물게 여성이다. 그녀의 닉네임은 ‘모모짱’. 모모는 일본말로 ‘복숭아’를 뜻한다.

그녀는 원래 ‘패션통’. 패션 관련 디자인·코디네이팅·컨설팅 영역을 동시에 건드린다. 영남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일본 도쿄로 간다. 일본문화여자대 대학원에서 패션머천다이징, 다시 박사과정에서 피복환경학, 이어 도쿄모드학원에서 CAD(컴퓨터 설계의 한 분야)·패션일러스트·컴퓨터그래픽까지 배우고 대구로 돌아온다. 북구 산격동 한국패션센터, 백화점 쇼윈도 디스플레이 의상 코디네이터…. 또 푸드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와중에 맛집 블로그에 필이 꽂힌 모양이다.

“일본에서 약 6년 있다 왔어요. 그들한테서 끝처리의 완벽함을 배웠죠. 패션쇼의 경우 오픈 전에는 초등학교 학예발표회 같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디테일한 장치와 분위기 조정 등을 통해 물건을 만들어내는 저력에 깜짝 놀랐어요. 일본의 세심함 같은 게 내게도 전염된 것 같아요.”

출발한지 채 3년이 안되는 후발 블로거.

하지만 살가운 고백과 배려, 치밀한 포스팅, 맛집 잣대에 대한 일관성 등에 힘입어 지역 맛집 파워 블로거로 평가받게 된 것.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인 김성윤씨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모모짱으로부터 향토음식 취재 도움을 받았다.

그녀가 대구 교보생명 뒤편 롬바드 상가 1층 이탈리안 레스토랑 플레이트(Plate)를 추천했다.

거기서 무려 5시간 동안 마라톤 인터뷰를 했다. 플레이트 오너셰프 박대수씨는 경북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야심파. <주>신세계 푸드를 거쳐 이탈리아 피에몬테 소재 호텔 레스토랑 안티카 제카, 수성구 범어동 아트리움 등 7군데 레스토랑을 거쳐 최근 독립했다.

그녀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처럼 산다. 대구만 맴도는 게 아니다. 서울 강남 유명 스시바에 있다가 이내 부산 식당가를 훑고다닌다. 최근들어 자신에게 파워가 생기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초등생’처럼 산다. 그게 그녀의 주특기인 셈.

“맛을 넘어 제 꿈을 확인하는거죠. 블로거, 그건 제 직업도 아니고 그냥 좋아서 파고드는 건데, 그러니 누구한테 영향을 받을 필요도 없고 제 생각을 진솔하게 피력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이 되기 위해선 남보다 몇 배 더 열정적으로 뛰어다녀야 하지요.”

그녀가 아끼는 들안길의 한 스시바의 경우 30여회 포스팅을 해서 주위로부터 ‘스폰을 받는 게 아니냐’하는 의심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포스팅한 식당이 1천400여개.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주유천하’ 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번 돈을 음식 사먹는데 다 퍼붓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부티크 스시바인 ‘스시타츠’를 다녀온 모양이다. 블로그에 들어가 포스팅한 내용을 일별했다. 일본어에 나름 능통하고 일식에도 조예가 있어서 주인한테 묻지 않고도 상당수 메뉴는 이름을 안다. 일식 초보자에겐 생소한 누룩에 절인 무인 ‘베타라즈케’, 일본식 계란찜인 ‘차왕무시’ 등 오리지널과 퓨전의 차이를 정리해주고 간다. 또 색다른 메뉴가 보이면 팔로를 위해서 요리 만드는 법을 직접 관련 사이트에 서핑해서 알려준다.

◆ 나의 일상

지난해 대구육상선수권대회 때 대구시 측에서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파워 블로거들이 모여 대구 음식을 홍보해달라는 것. 그렇게 해서 바람돌이·굿뉴스·알제트·준팔근팔·깡지·짱똘아빠·조춘·액션맨 등 지역의 파워 블로거 9명이 손을 잡았다. 이중 깡지는 모모짱과 함께 지역의 대표 여성 블로거이고, 안타깝게도 액션맨은 고인이 됐다. 지역 파워 블로거 추천 대구 맛집 30선을 공개했다.

“종일 블로그에만 매달려 있지는 않아요. 집중과 분산을 하죠. 한 주에 두 시간 정도 짬을 내서 주중에 가본 식당 정보를 일괄적으로 포스팅하죠. 이 콘텐츠는 매일 오전 8시40분 자동 로딩되도록 예약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하루에 평균 30개 정도 댓글을 달아줍니다.”

그녀도 어지럽게 포스팅 된 맛집을 ‘연말정산’하고 푸드 다이어리도 공개한다.

왕중왕전을 거쳐 자신이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식당 리스트를 추천한다. 현재 빵집·디저트·레스토랑·분식 관련 괜찮은 식당 정보를 올려놓았다.

“앞으로 6개월간 포스팅 해야 될 식당을 확보한 상태예요. 일단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색출합니다. 워낙 많은 식당을 접하다 보니 ‘맛집의 공통분모’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길을 가다가 간판 모양이나 상호만 봐도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오죠. 지인으로부터도 괜찮은 식당을 소개받습니다.”

◆ 모모짱이 생각하는 대구 양식당

일식 못지않게 양식당에 올인한다.

새 양식당이 생겼다 하면 바로 확인에 들어간다. 어라, 그래서 그런지 지역 양식당 족보를 손금 보듯 한다. 기자와 ‘양식당 OX 배틀’을 벌였다.

“대명동 앞산순환도로 상에 있는 ‘르네상스’에서는 커피 바람이 불기 전인데도 가장 근사하고 비싸면서 세련된 커피를 맛보았죠. 범어동 ‘아트리움’은 프로방스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달팽이 요리를 처음 내고 동네 주택가에 진출한 첫 사례로 기억해요. 삼덕성당 뒤편 ‘디종’은 발사믹식초에 엑스트라버진 오일을 섞어 빵을 찍어 먹도록 했고 새로운 버전의 향신료 문화를 대구에 처음 상륙시킨 공로가 큰 것 같습니다. ‘테이블13’은 홍재만 오너셰프가 주방에서 나와 자기 메뉴와 식재료의 가치에 대해 직접 손님에게 설명한 첫 케이스로 기록됩니다. 최근 오픈한 남구 대명9명 카페거리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 ‘몽중헌’도 자기 메뉴를 잘 설명해주죠. 두산오거리 ‘라벨라쿠치나’는 스타일리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신지평을 연 것 같아요. TBC 옆 ‘더 파리스’는 밤의 야경이 멋지고…, 셰페우스는 가장 비싼 인테리어 비용으로 오픈했으면서도 대중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해 안타까워요. 신라레스토랑은 유기농 식단의 선봉대로 보입니다. 5년전 유림노르웨이 옆에서 오픈한 ‘알리오’의 홍준곤 셰프는 특유의 손맛을 갖고 있고 착한 가격에 착한 맛을 갖고 있어요. 남구 대명9동의 ‘파스타민’은 파스타 대중화를 선도했다고 봐요. 이밖에 대백 송죽미용실 옆 로열노씨, 동인동 찜갈비 골목 근처에 있는 비스트로 114, 앞산 고산골에 있는 안타카빌라 등이 맘에 들어요.”

그녀는 대구의 양식당 수준은 서울에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 '모모짱'이 맛집블로거에게…

"음식 너무 세세하게 알려주면 '재미' 없어…칭찬은 절제해야"


파워 블로거가 파워만 있으면 불행해진다. 파워를 가질수록 식당주와 방문자들과 공유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답을 내려고 하지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식당은 물론 자신에게도 냉혹하게 던져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

일부 블로거는 칭찬일색으로 흐른다. 비판 일색도 문제지만 줏대없는 칭찬 일색은 더 문제란 생각이다. 섣부른 칭찬은 결국 그 사실만 맹목적으로 믿고 식당으로 간 사람들을 쉽게 실망시킬 수 있다. 그러면 그런 정보를 준 블로거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도 누굴 팍팍 밀어주고 싶지만 칭찬 대목에선 정말 절제를 한다. 그래서 나만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정말 맛있다’가 아니라 ‘괜찮다’로 걸쳐둔다. 너무 세세하게 알려줘도 역효과다. 영화 줄거리를 다 알려주면 영화가 재미없어지듯이.

어떤 블로거는 사진을 멋있게 보이려고 색보정을 하는데 나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노란빛이 강하면 강한대로 놔둔다. 얼마전 이탈리안 레스토랑 빠빠베로를 포스팅 했는데 그때 지역에서 처음보는 햄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여러 요리 책을 봐가면서 햄 정보를 패키지로 알려준 적이 있다.

진정한 맛집 블로거가 되려 한다면 탄탄한 기본기와 방계 음식 지식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된다고 본다. 그냥 사진만 찍어 올리는 것 갖고는 뭔가 1% 부족한 것 같다.

일반인들이 착각하지 말아야 될 사안이 있다. 그건 맛집 블로거가 포스팅 한 식당이지, 맛집이 아니란 사실이다. 화학조미료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기본 위에 조미료 올리면 뭐라 안한다. 부실한 기본을 감추려는 조미료는 일종의 음식에 대한 ‘테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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