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예산부족 이유 조례안 반대
시의회 의원들 비판·지적 ‘입장차’
심도있는 논의 위해 다음회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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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회원이 20일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의무급식 안건심의와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대구시의회에 상정된 ‘대구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논쟁끝에 다음 회기로 연기됐다. 워낙 민감한 사안으로 시각 차가 큰 데다,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신현자)는 20일 제205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고 온종일 의무급식 조례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기에서 다시 논의키로 결정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의무급식 조례안의 예비심사 회의는 시작부터 뜨거웠다.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 대구운동본부’ 관계자와 시민들이 시의회에 나와 피케팅 시위를 벌였고, 직접 방청도 했다.
여희광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이 의무급식 조례안에 대한 시의 입장을 밝힌 뒤 곧바로 토론에 들어갔고, 시의원과 대구시·대구시교육청간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여 실장은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부담능력이 있는 학생까지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 재정 여건을 감안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부터 점차적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조례안 제정에 부동의(不同意) 입장을 재차 밝혔다.
대구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조례안 제정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자, 의원들의 비판과 지적이 쏟아졌다.
김원구 시의원은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비용이 뻥튀기로 산출됐다. 대구시는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내년도에 1천473억원이 필요하다며 반대입장을 보였는데, 무상급식을 하지 않아도 소요되는 부대비용과 친환경 급식비를 어거지로 끼워넣는 방식으로 필요 예산을 늘렸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대구시가 부동의 이유로 달랑 A4용지 2쪽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한데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이윤원 시의원은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밥까지 얻어먹는다는 서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가 쏟아지고 있는데, 무조건 소득수준에만 맞춰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성아 시의원은 “급식 재료의 원가절감과 함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혜택의 범위를 넓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교육청이 보다 세밀한 조사를 하고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의답변 과정에서 나온 “비가 새는 교실에서 공부하면서 의무급식을 실시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이성희 대구시 부교육감의 발언도 도마위에 올랐다.
김 시의원은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원어민 교사의 수가 줄어든다는 황당한 지적을 한다. 대구 시민을 상대로 공갈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며 “차라리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정년 앞둔 교장들 해외여행을 못 보내주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게 아니냐. 재정이 어렵다고 하면 되는거지, 어떻게 이런 식의 논리가 나올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의원들은 “지금 실시되고 있는 저소득층 자녀 대상 선별적 무상급식도 신청자가 없어 형편이 괜찮은 가정의 자녀까지 무상급식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이에 대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이래서 무슨 논의를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의 부실한 자료 검토가 도마에 올랐고, 결국 의무급식 조례를 다음 회기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 의무급식 조례는 다음달 14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대구시의회 제206회 임시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비록 이번 회기에 유보됐지만 의원들이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고 논의도 뜨거웠던 만큼, 다음 회기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김일우기자 atli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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