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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0대 27

2012-05-16

대구·경북의 이미지는 ‘폐쇄적’ ‘배타적’
외부의 사람·사고를 받아들이는 포용력 절실

[동대구로에서] 0대 27

0대 27. 지난 4·11 총선에서 대구·경북지역 27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무소속 등 비(非)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당선자의 비율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이 숫자는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 대구·경북 지역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일지도 모른다.

호남지역에서는 30개 선거구에서 민주통합당이 싹쓸이하지는 않았다. 5명의 통합진보당과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했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민주통합당 3명과 무소속 1명 등 4명의 비 새누리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비 새누리당 당선자가 한 명이냐 두 명이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때 야당도시로까지 일컬어지던 대구·경북이 언젠가부터 요지부동의 보수지역으로 타 지역민들에게 각인된 사실을 다시 한 번 못박아 주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13일 취재차 만난 전 재무부 장관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도 대구·경북이 바뀌어야할 점으로 ‘폐쇄성’과 ‘배타성’을 꼽았다.

군위 출신으로 경북중·고와 서울대 등을 졸업한 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경제 요직을 거쳐 TK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공일 이사장까지 대구·경북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우려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공 이사장은 “폐쇄성과 배타성 때문에 국내 기업도 꺼리는 지역에 외국 기업이 오겠느냐”며 “이를 버리지 못하는 한, 타 지역 사람들이 발붙이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 지역 출신으로 20년째 대구권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한 교수도 대구라는 지역은 타 지역 사람들이 쉽게 어울리기 힘든 곳이라며, 아직도 자신은 대구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일 때문에 서울 동대문시장을 일주일에 4~5번 찾는다는 대구의 한 상인은 동대문시장 상인들과 대화하기가 겁이 난다고 전했다. 이 상인은 “서울 사람들과는 대화를 하면 말이 안 통한다. 대구 사람들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밀어붙여 언젠가부터 일과 관련된 대화 말고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도 지난해 말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 일이 없었다면 이 상인의 말이 제대로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전국의 9개 신문사 기자들이 8박10일간의 공동취재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대구 기자는 보수성향의 TK인으로만 각인됐다. 중국취재 중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겠다는 소식을 전하며 건배를 제의하자, 식사자리는 갑자기 싸늘하게 변했다. 타 지역 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나경원씨가 떨어졌는데 왜 건배를 하느냐” “속상하지 않느냐” 등의 말을 하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대구사람이라고 모두가 보수성향은 아니다”는 기자의 항변(?)에도 타 지역 기자들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더 놀란 것은 취재도중 좋지 않은 환경이나 맛 없는 음식이 나오면 “대구같다”라는 말을 자주 들어야 했다. 대구출신으로 대구를 생활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기자로서는 자존심까지 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타 지역에서 대구와 경북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생각에 서글픔이 더했다.

다양성이 없는 지역, 배타성과 폐쇄성만 있는 도시가 대구·경북이 아니건만, 외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우리 지역을 바라보는 외부의 편견적 시선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사람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문제가 없는지 한 번쯤은 되돌아 봤으면 한다.

임성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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