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구단 선수가 손바닥 안에”
1991년 투수로 삼성 입단
허리 다치며 분석원 전향
상대 장·단점 분석 주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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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한화와 홈경기를 앞두고 삼성라이온즈 기록 분석원 허삼영씨가 스피드건을 테스트하고 있다. 황인무 인턴기자 him7942@yeongnam.com |
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 기록을 넘어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승리에 힘을 보태는 기록 분석원의 존재는 상당수 야구팬들도 잘 알지 못한다. 삼성 라이온즈에도 7명의 기록 분석원이 있고, 이들 중에서도 냉철한 분석력으로 젊은 사자들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한 남자가 있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기록 분석원 허삼영 과장(41). 1996년 이후 16년째 프로야구 삼성이 치른 매 경기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1991년 대구 상원고를 졸업하고 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던 허 과장은 촉망받는 투수였다. 당시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의 아들로 불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던 허 과장이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허리부상은 그를 기록 분석원의 세계로 이끌었다. 타구단에서 야구를 계속하자는 제의도 있었지만 삼성의 일원이기를 원했던 허 과장에게 기록 분석원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됐고 곧 기록 분석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선수 출신으로 타 선수의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기록분석 업무에 자부심이 생기면서 부정적인 생각들도 금세 달아났다.
현재의 허 과장에게 기록분석은 상대팀과의 경기만큼 중요한 일이다. 상대팀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승리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상대방 타자들이 어떤 볼을 노리는지, 상대 투수들의 볼배합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등 기록적인 부분도 있지만 심리적인 요소까지 정리돼야 완벽한 기록분석이라고 본다. 8개 구단 선수의 개인 성향이나 버릇까지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 선수의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해야 훌륭한 기록분석이라는 주장이다.
허 과장은 “팀이 연전연승할 경우 그 바탕에는 선수들과의 교감이 있다”며 “상대 투수·타자의 볼배합이나 타구 방향 분석 등이 제대로 적중했을 때 그 교감은 극대화되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허 과장이 지금껏 겪은 선수 중 최고의 교감을 유지했던 선수는 일본 진출 전의 이승엽이라고 평했다. 허 과장은 “이승엽은 선구안이 좋은 데다 상대 투수의 약점을 지적해 주면 스펀지처럼 받아들인다. 투수 중에는 배영수가 이해도가 높다”며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점은 선수들이 기록분석을 잘 신뢰하지 않거나, 분석을 잘못해 팀 패배로 이어졌을 때다. 허 과장은 “시즌 초반에는 성적 부진으로 탈모까지 겪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기록 분석원의 역량에 따라 시즌 중 4~5승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허 과장은 “기록 분석의 기본은 빠른 분석과 냉정함이다. 타구단 기록 분석팀의 견제가 심하지만 삼성의 승리를 위해 머리를 싸맬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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