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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干(찌를 간) : 어떤 것을 찔러 들어간 모양을 본뜸

2012-08-06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干(찌를 간) : 어떤 것을 찔러 들어간 모양을 본뜸

모든 동물은 겉으로 가죽이나 껍질로 둘러싸여 있고, 속에는 부드러운 살이 있다. 그래서 겉으로만 보면 속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속을 제대로 알려면 반드시 찔러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속을 찔러본다는 말은 찔리는 그 어떤 겉이 있어야 함과 동시에, 찔리는 속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밖에서 안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入’(들 입)을 거꾸로 쓴 글자와 찔리는 속을 나타낸 ‘一’을 붙여 ‘干’(찌를 간)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글자의 운용에 있어서는 반드시 겉에서 속을 향해 ‘찌른다’는 뜻만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창으로 찌르는 것을 막기 위한 무기의 일종으로 방패를 뜻하는 글자로도 쓴다. 그래서 ‘干’(방패 간)과 ‘戈’(창 과)를 붙여쓰면 모든 무기를 총칭하는 말이 된다.

물론 가뭄이 심할 때는 매일 비추는 해도 달갑지 않고, 오직 떠오른 해를 막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가물다는 뜻을 ‘日’(날 일) 밑에 ‘干’(막을 간)을 붙여 ‘旱’(가물 한)이라 하였던 것이다.

한편 옛날에는 죽간이나 목간에 글자를 새겨 기록을 남겼으며, 그 후로는 목판이나 철판에 칼로 새기거나 약품으로 부식시켜 책을 만들어 널리 배포했기 때문에 ‘刊’(새길 간)에 ‘行’(널리 펼칠 행)을 붙여 책을 ‘간행(刊行)’하다는 말로 써온 것이다.

칼로 겉에서 속을 찔러 들어가면 속살이 보이고, 더욱 더 깊이 찔러 들어가다 보면 하얀 뼈가 드러나 보이듯, 모진 파도를 헤치고 겨우 뭍에 다다르면 반드시 파도를 줄기차게 막아온 물가의 언덕이 있다. 이런 물가의 언덕을 일러 ‘干’(물가 간)이라고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참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반드시 몸 안에서 밖으로 물기가 분출되어 나오는데, 이것을 땀이라 한다. 땀은 몸 안에서 나는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나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汗’(땀 한)은 곧 몸에서 나오는 열기를 막는다는 뜻일 수밖에 없다.

사실 전쟁이나 질병, 가난 등도 견디기 어려운 극한상황이기는 하나 이런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은 가뭄이나 장마와 같이 날씨가 고르지 못해 농사를 망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하늘을 향해 비는 말이 “때때로 날씨가 골라야 해마다 풍년이 든다(時和年豊)”고 하였다. 즉 “저 하늘의 구름이 바람에 날리고 뭉쳐 비를 뿌려줘야 비로소 천하는 태평하다(雲行雨施天下平)”<역경>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천하가 태평한 가장 큰 조건은 곧 날씨다. 날씨가 좋아야 결과적으로 풍년을 맞아 천하가 태평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이왕 하늘이 백성을 위해 비를 찔러내려 준다면 어느 한 곳이나 어느 한 때에 집중적으로 내려주지 말고, 전후좌우 가리지 말고 골고루 내려주라는 뜻이 곧 ‘平’(고를 평) 한 글자에 담겨져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자연이나 인간사회에 있어서 크거나 작거나, 많거나 적거나간에 골고루 베풀어지는 일이야말로 불만을 미연에 풀어버리는 묘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공평한 베풂과 화창한 분위기가 곧 ‘평화(平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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