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황반변성
70대 김모씨는 요즘 사물이 휘어 보인다. 또 사물 가운데가 시커멓게 가려진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지난 40년간 담배를 피운 것을 빼면 당뇨나 고혈압같은 지병은 없는 상황이다.
안저 검사결과, 김씨의 양쪽 눈 황반 부위에 망막의 신경세포가 남긴 노폐물이 덮여있었다. 또 약해진 황반 사이에 문제가 되는 혈관이 자라나 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황반부가 상당히 손상된 상태였다. 병원에선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담당 전문의는 김씨의 눈에 ‘항혈관내피성장인자’라는 주사를 수차례 놓았다. 또 금연하고 채식 위주로 먹을 것을 권했다. 그 결과 치료 후 5개월이 지나자 시력이 좋아졌다. 문제의 혈관이 상당부분 사라졌고 부어있던 황반도 가라앉았다.
눈에 맞는 주사가 있다. 3대 실명질환 중 하나인 황반변성을 치료할 때 맞는 ‘눈 속’ 주사다. 엉덩이와 팔에 맞는 정맥주사를 떠올리는 이들에겐 다소 생소할 것이다.
안구 뒤쪽 신경부위 손상
시력 급격하게 떨어져
심하면 실명 부를 수도
건성이 전체의 90% 차지
눈속 주사, 시력 개선 효과
금연·채식위주 식생활을
◆노인성 눈 질환
눈의 노화로 생기는 대표적 질환이 노인성 황반변성이다. 황반이란 시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안구 뒤쪽에 있는 신경 부위다. 이곳에 손상이 생겨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환이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은 녹내장·당뇨망막병증과 함께 영구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질환 중 하나다.
황반변성에는 건성과 습성 두 가지가 있다. 건성 황반변성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데 점차 진행하면서 습성으로 바뀔 수 있다. 습성이 진행됐다면 이미 황반에 손상이 시작됐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황반변성은 국내 50대 이상 인구의 10% 이상에서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심각성이 알려져 있지 않다.
◆눈 속 주사로 시력 개선
황반변성 치료는 10년전까지만 해도 레이저를 가장 먼저 사용했다. 열을 써서 나쁜 혈관을 태우는 원리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건강한 황반을 함께 태울 수 있다. 따라서 혈관이 황반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만 사용했다.
2000년 들어 광역학 치료가 개발됐다. 팔에 광문감 물질을 주사하는 것이다. 이는 혈관을 타고 망막에 있는 신생 혈관에 도달하며, 레이저로 치료하면 문제의 혈관만 파괴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치료가 돼도 시력이 좋아지는 일이 드물고, 반복적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망막에 적잖은 손상이 생긴다.
이같은 치료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눈속 주사다. ‘항혈관내피성장인자’라고 불린다. 눈속 주사법은 가는 주사 바늘로 약물을 넣는 것인데, 이 약물은 눈에 문제가 되는 혈관을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미국 FDA에 따르면, 이 치료를 받은 환자의 95%가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았고, 40%가량은 시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현재까지 치료법 중 시력을 개선해준 유일한 것이다. 치료시간은 5~10분으로 매우 짧다. 주사를 맞은 후 3일이 지나면 시력이 호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따로 입원할 필요도 없다.
눈 속 주사가 모든 종류의 황반변성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시세포가 서서히 위축되고 닳아 없어지는 형태의 황반변성은 해당이 안된다. 이런 경우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형태의 질환은 다행히 심각한 시력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
◆식생활도 중요
아무리 치료법이 좋아도 병을 늦게 발견하면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황반변성은 조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은 질환이다.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중요하다.
노화는 이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만큼 예방 노력도 필요하다. 담배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또 채식 위주로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혈압과 혈당조절 등 건강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위험인자인 음주도 삼가야 한다. 꾸준한 운동과 식사요법을 통한 체중조절도 필수다.
올바른 식습관 역시 중요하다. 황반변성은 황반부 혈관 변화와 관련이 깊다. 따라서 혈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지방·고열량 음식은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녹황색 채소를 자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금치·브로콜리·케일 등 녹황색 채소에는 각막과 망막에 손상을 주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는 성분이 많다. 녹황색 채소인 시금치는 온도가 높을수록 영양소가 파괴되므로 살짝 데치는 것이 좋다.
또 비타민C·E를 포함한 토마토·파인애플·오렌지·배추, 황반색소를 증가시키는 달걀 노른자·누런 호박 등 눈에 도움을 주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루테인, 오메가3, 항산화제 등을 복용하면 좋다. 이들 약제의 필요 용량은 식이요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야외에서 활동하거나 레저를 할 때는 챙이 넓은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사공민 영남대병원 안과 교수
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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