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피에 “민주화의 초석” 치켜세워…시민단체 “역사왜곡 극치” 반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공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진. |
대구공고가 홈페이지에 졸업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대구공고에 따르면 홈페이지 동문마당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통의 정부나 위정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을 비롯해 해외여행 자유화와 통금 해제, 중고생 복장과 두발의 자율화 등 각종 조치를 과감하게 단행해 국민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나아가서는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소개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특별히 두드러진 업적으로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실현하지 못한 단임제의 실천을 들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정치 민주화에 불멸의 초석으로 기록되고 있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이에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전씨는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 및 연세대 이한열군 사망사건으로 민주화운동이 불거지자 어쩔 수 없이 단임제를 선언한 것이지, 스스로 실천한 것은 아니다”며 “공립학교에서 아직도 전씨를 찬양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식의 부재”라고 비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내란수괴죄로 사형 언도까지 받은 인물을 ‘민주화의 초석’으로 미화하는 것은 역사왜곡의 극치”라며 “학생의 역사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남일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대구공고는 홈페이지 글 내용을 일부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대구공고는 ‘보통의 정부나 위정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이라는 표현을 ‘재임기간 중’으로 수정했고, ‘특별히 두드러진 업적으로…’라고 시작되는 문구는 아예 삭제했다.
신영재 대구공고 교장은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로서 학생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하다 보니 다소 과한 부분이 있었다. 일부 문구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지웠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 학교는 2010년 10월 동창회 체육대회 때 학교 운동장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큰절을 해 세간의 비판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전두환 자료실’을 개관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폐쇄한 바 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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