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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부부의 날

2013-05-20
[자유성] 부부의 날

1991년 제작된 조셉 루벤 감독의 미국 영화 ‘적과의 동침’은 남편의 폭력과 강간에 시달리는 아내의 이야기다. 여자주인공 로라(줄리아 로버츠)는 돈 많고 자기를 공주처럼 떠받드는 마틴(패트릭 버긴)에게 반해 결혼한다. 하지만 그렇게 다정했던 마틴은 결혼 후 극도의 결벽증에다 심각한 의처증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아내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폭력도 행사한다. 비싼 선물을 주고 억지로 잠자리를 갖는다. 그야말로 적과의 동침을 해오던 로라는 사고사로 위장해 마틴의 곁을 떠나 새 삶을 찾는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의 내용처럼 최근 우리나라에서 부부강간이 주요이슈가 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6일 정상적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헌법이 정한 개인의 존엄과 가치, 양성의 평등, 행복추구권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혼인한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있어서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장되고 또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폭력으로 성관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도 이제 공권력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부에선 강압의 정도를 입증하기 어렵고 이혼 소송에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여성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리사회가 오래전부터 양성평등을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가 너무나 많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10년 가정폭력 실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부부폭력(신체적·정서적·경제적 폭력과 성학대) 발생률이 5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상의 가정이 부부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통계다. 이 중 성학대를 경험한 사람도 10.4%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내일(21일)은 부부의 날.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화목한 가정은 건강한 부부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만고의 진리를 마음속 깊이 되씹어 봐야 할 날이다. 심충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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