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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진입도로 제설 안돼 구급차 못 올라오자 학생들 이송 도와

2014-02-19

긴박했던 구조과정
건물 잔해·피해자 섞여…신속 구조·후송 어려움
‘저체온증 의식 잃을라’ 수색작업 숨가쁘게 진행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40여분 뒤인 17일 오후 9시40분쯤, 경주시 양남 119구조대가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의 눈앞에는 종잇장처럼 찌그러진 체육관의 모습이 펼쳐졌다. 육중한 건물더미에 깔린 채 여학생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구조대가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이들은 찢어질 듯한 신체적 고통은 물론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일부 학생은 말도 못한 채 끙끙 신음소리만 냈다.

본격적으로 구조작업이 시작됐지만 신통치 않았다. 해발 5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리조트까지 구조장비 및 응급차량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며칠간 눈이 내린 탓에 진입도로 제설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작업을 더디게 했다. 일부 소방대원들은 허리춤까지 내린 눈더미를 헤치고 나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에는 포클레인이 있었지만 작동이 조심스러웠다. 자칫 성급하게 구조물을 들어올릴 경우, 2차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구조작업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소방관들은 먼저 철제 구조물을 옮기면서 매몰된 학생들을 한 명씩 구조했다. 구급차가 올라오지 못하자, 현장에 있던 부산외대 남학생들이 지원에 나섰다. 남학생들은 이불에 쌓인 부상자들을 들고 50~70m씩 걸어서 구급차까지 이송했다.

현장에 투입된 한 소방관은 “사고가 난 체육관의 건물 잔해가 피해자들과 뒤섞여 신속한 구조와 후송이 어려웠다. 학생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밤 11시가 지나 추가인력이 속속 도착하면서 구조작업은 속도를 냈다. 소방관 및 의용소방대 500여명과 공무원 200여명 외에 해병 제1사단과 육군 50사단 군병력까지 가세했다. 이들이 갖고 온 중장비로 인해 철골 구조물 절단 및 철거작업은 한층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밤 11시40분쯤 폭삭 주저앉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을 두드리며 “안에 누가 있느냐”고 소리치는 소방관의 귀에 “살려달라”고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렸다. 구조대원들이 구조물 잔해를 간신히 들어올려 구해낸 학생은 앳된 얼굴의 여학생이었다. 큰 부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구조대원들은 여학생을 구급차로 서둘러 이송했다.

“구조물에 깔려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외치던 한 남학생도 잠시 뒤 구조됐다. 다른 구조대원들은 한편에서 행여 학생이 저체온증으로 의식을 잃지 않도록 응급처치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생명구조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자정을 넘길 무렵, 가장 먼저 무너져 내린 체육관 무대 앞쪽에서 시신 4구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시신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 수는 늘어만 갔다. 숨 가쁘게 진행되던 구조작업은 밤을 꼬박 새우고, 사고 발생 14시간 만인 18일 오전 11시쯤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추가 매몰자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경주소방서 소속 정모 소방관은 “아들·딸 같은 학생이 10명이나 목숨을 잃은 현실이 너무 분해서 끝까지 수색을 하고 있다. 더 많은 목숨을 살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경주=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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