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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대결] 베스트 오퍼·황제를 위하여

2014-06-13

베스트 오퍼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은둔의 老 미술경매사, 이 여인을 만나자 흔들렸다

[신작대결] 베스트 오퍼·황제를 위하여

미스터리와 로맨스의 절묘한 만남. ‘시네마 천국’(1988)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신작 ‘베스트 오퍼’는 거장의 세공술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기품있고 세련된 결과물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답게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재능과 기교를 감각적인 스토리 텔링과 완벽하게 접목시켰다. “복합적인 스토리 라인과 환상적인 캐릭터의 결합, 더 나아가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는 차원 높은 예술영화”라는 배우 제프리 러쉬의 평가는 그 점에서 이 영화를 제대로 압축해 설명한다.

버질 올드먼(제프리 러쉬)은 세계적인 미술품 감정인이자 경매사다. 한눈에 예술품의 진위여부는 물론 가치까지 정확하게 알아보는 능력 덕에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결벽증과 완벽주의 성격 탓에 버질은 타인과의 관계를 극도로 꺼리며 평생을 고독하게 살아왔다. 그런 그의 유일한 낙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여인의 초상화들을 자신만의 비밀공간에 채우며 혼자 감상하는 일. 모두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가치를 지닌 세기의 명화이다.

‘베스트 오퍼’는 흥미로움으로 가득한 영화다. 고가의 예술품이 거래되는 경매장의 현장감은 물론, 다양한 명화의 향연이 전하는 신비감, 그리고 26년 만에 이뤄진 ‘시네마 천국’의 주역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엔니오 모리코네의 만남은 환상적인 호흡이 주는 황홀경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제목인 ‘베스트 오퍼(Best Offer)’는 경매 최고 제시액이자, 인생과 맞바꿀만 한 최고의 명작을 만났을 때 제시할 수 있는 최고가를 의미한다. 버질은 자신의 63번째 생일, 인생을 건 베스트 오퍼를 하게 된다. 집안의 가보를 감정해달라는 의문의 여인 클레어(실비아 획스)와의 만남이 그 계기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버질은 클레어가 사람들과의 만남을 단절하고 12년간 은둔했다는 사실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클레어 역시 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용기를 얻는다. 이처럼 서로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세기의 명화로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던 초반의 전시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흥미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두 사람의 특별한 로맨스에 집중한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버질은 그녀를 통해 뒤늦게 열병 같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제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비밀공간을 가득 채운 명화 속 여인이 아닌, 미스터리로 가득한 매혹적인 여인 클레어를 알아가는 일이다. 영화는 그런 두 사람을 중심으로 사랑과 예술, 인생에 대한 절묘한 비유를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베스트 오퍼’는 나이 차를 극복한 두 사람의 단순한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듯했던 이야기에 또 다른 반전을 심어 넣어 관객의 허를 찌른다. 숙달된 조련사처럼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가는 솜씨는 역시나 예사롭지 않다. 특히 시대를 초월한 명화와 어우러져 더욱 고전적으로 느껴지는 이 방식은 신구의 절묘한 만남이 이뤄낸 인상적인 케이퍼 무비의 탄생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버질이 유일하게 속내를 드러내는 빌리(도날드 서덜랜드)와 로버트(짐 스터게스)의 관계도 주목된다. 버질의 오랜 친구이자 모조품 화가인 빌리는 자신을 예술가로 인정해주지 않는 그가 야속하기만 하다. 반면, 기계수리공 로버트는 버질과 협업의 관계이자, 연애 상담을 해주는 조력자로 위치한다. 카메라는 다양한 시점을 사용해 그런 그들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130분간의 러닝타임을 조절해나간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편향된 삶을 살아가던 버질에게 일생일대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당대 거장과의 만남에 방점을 찍은 건 버질을 연기한 제프리 러쉬다. 이미 ‘샤인’ ‘킹스 스피치’ 등의 작품을 통해 명연기의 표본을 보여줬던 그는 이번에도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사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평가처럼 “영화가 갖고 있는 품격과 미학을 드러냄과 동시에, 독특한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명연기를 갖춘 배우”다. 덕분에 ‘베스트 오퍼’는 우아함과 기품이 살아있는 독창적인 미스터리 로맨스로 완성됐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이유다.


황제를 위하여 (장르:액션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냉혹한 어둠의 세계서 돈·야망·사랑 좇는 사내들

[신작대결] 베스트 오퍼·황제를 위하여

돈, 야망, 그리고 사랑. ‘황제를 위하여’는 이를 키워드 삼아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좇는 거친 남자들을 포착한다. 남을 밟지 않고는 올라설 수 없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냉혹한 어둠의 세계가 그 무대다. 이환(이민기)은 촉망받는 야구선수였지만 승부조작에 연루된 후 모든 것을 잃었다.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이제 더 이상 갈 곳도 기댈 곳도 없는 처지. 그런 그를 부산 최대 규모의 조직인 황제캐피탈 대표 상하(박성웅)가 조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환은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타고난 승부근성과 거침없는 행보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황제를 위하여’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국 누아르 영화의 연장선에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좀 더 원초적이고 원시적이다. 폭력과 노출의 수위는 물론, 피냄새가 진동하는 칼싸움 위주의 액션이라 날 것의 느낌이 강하다. 영화는 부산을 배경으로 불법 도박판과 사채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조직세계의 이야기를 담는다. 대박 아니면 쪽박의 인생이 한방에 결정되는 도박판은 돈을 좇는 군상이 언제나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곳인 만큼 그들에겐 좋은 먹잇감이다. 이환 역시 조직세계에 발을 디딘 건 돈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들어왔지만 상하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은 그는 조직의 생리에 적응해가면서 더 큰 욕망을 갈구하게 된다.

‘비열함은 기술이 되고 배신은 재능이 된다’는 도박판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아 욕망을 꿈꾸게 된 상징적 인물이 이환이다. 그는 황제캐피탈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흥업소 템테이션의 차 마담(이태임)을 마음에 두고 있다.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매력적인 외모의 그녀는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이환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상하와 갈등을 빚는 빌미로 작용한다. 영화는 이후 이환과 상하, 두 사람의 욕망과 갈등을 동력 삼아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해간다.

이 과정에서 두 인물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독기만 남은 이환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본능과 욕망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면, 시종 여유있는 표정의 상하는 따뜻함과 냉혹함이 공존하는 입체적 캐릭터로 또 다른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적나라한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투영하며 극의 밀도감을 높인다. 여기서 주목할 건 인물들의 감정과 스토리에 따라 전개되는 이른 바 관습 비틀기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콘셉트의 액션 시퀀스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한편, 주요장면마다 회상 시점을 유효하게 설정해 극 분위기를 새롭게 환기시킨다.

‘황제를 위하여’는 김성동 원작의 만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하지만 “영화적 장치로 미화된 액션이 아닌 날 것의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박상준 감독의 의지는 충분히 읽힌다. 특히 강렬한 에너지와 본능적인 욕망, 감정의 충돌은 시퀀스마다 액션신과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다만, 나름의 스타일을 독창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기존 누아르 영화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답습한 듯한 느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영화는 좀 더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이민기와 박성웅은 투톱이라는 무게감을 충분히 감당할 만큼 각자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주로 소심하고 귀여운 남자의 이미지로 각인된 이민기의 마초적 모습은 전작 ‘몬스터’의 살인마와는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정형화된 거친 남자의 모습이 아닌, 그의 캐릭터와 매력을 한층 부각시킨 외적 변신은 물론, 다층적인 내면연기와 고난도의 액션 연기까지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와 호흡을 맞춘 박성웅 역시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차별화된 조직의 보스 상하를 그만의 색깔로 인상깊게 담아냈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캐릭터로 소비되는 모습은 안타깝다. 그 이상의 역량과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는 점에서다. 결과적으로 ‘황제를 위하여’는 아쉬움만큼 가능성도 엿보이는 영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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