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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시네토크] ‘슬로우 비디오’서 동체시력 소유자로 나오는 차태현

2014-10-03

“내 필모 사상 가장 독특한 연기 했다”

[시네토크] ‘슬로우 비디오’서 동체시력 소유자로 나오는 차태현


여장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동체시력을 타고 태어났다. 동체시력은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시각 능력이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야구공은 물론, 떨어지는 수백 개의 은행잎도 어렵지 않게 잡아챈다. 동체시력을 소유한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슬로우 비디오’는 SF장르를 연상하기 쉽지만, 차태현과 김영탁 감독의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이 영화의 밑그림은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또 한 편의 소박하고 진솔한 드라마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차태현은 ‘헬로우 고스트’(2010)에 이어 김영탁 감독과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차태현에게 소박한 캐릭터들의 소시민적인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김영탁 감독은 놓치고 싶지 않은 작업 파트너다. 같은 맥락에서 “나의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소통하게 만들어 주는, 내 얼굴 같은 배우”라고 표현한 차태현 역시 김영탁 감독에겐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궁극의 배우다.

‘슬로운 비디오’는 그런 두 사람의 끈끈한 결속력으로 뭉친 영화다. 차태현은 동체시력 탓에 20년 동안 방 안에만 틀어박혀 TV 드라마만 보며 살아온 여장부역을 연기한다. 그에게 유일한 추억이라면 어린 시절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준 수미(남상미)와의 풋풋했던 첫사랑이다. 영화는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나를 부른다”며 집 밖으로 나온 이후의 독특한 행보를 따라간다. “말투도 새롭고 캐릭터도 특이하다. 내 필모 사상 가장 차태현스럽지 않은 영화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그를 만났다.

슬로우 비디오’의 매력
동체시력, 흥미로운 소재
웃음 만발하는 영화 아닌
그냥 킥킥대며 보는 영화

TV 예능서도 맹활약
영화보다 스트레스 적어
솔직히 예능체질 인정해
하지만 시청률 은근 신경

내년이면 마흔…동안 비결
항상 웃으면서 긍정적 삶
칠순 어머니도 엄청 동안

-여장부는 평이하지 않은 캐릭터다.

“정말 특이하다. 말투도 그렇고. 또 내레이션도 많다. 아무튼 내가 찍었던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제일 독특했고 가장 많은 연기를 요했던 캐릭터다. 일단 실생활에서 전혀 쓰이지 않는 말투를 어떡하면 어색하지 않게 표현하고 재미를 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게 지금의 여장부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 ‘바보’의 승룡이 다음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그들과 함께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캐릭터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일단 모든 설정은 감독이 다 했다. 대중은 내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나는 대본에 충실한 편이다. 탁 감독(김영탁 감독을 그는 그렇게 부른다)의 경우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히 있다. ‘헬로우 고스트’ 때도 더 웃길 수 있었는데 굉장히 누르더라. 내가 보기엔 별로 안 웃겨서 괜찮겠냐고 물어보면 자기는 너무 웃기다는 거다. 물론 개봉하고 나선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웃음) 개인적으로는 ‘슬로우 비디오’가 ‘헬로우 고스트’보다 2만배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얘기를 녹음실에서 했는데 옆에 있던 (고)창석이 형이 ‘아냐, 5만배는 더 잘 만들었어’라고 말하더라.(웃음) 흥행 여부를 떠나서 모두가 만족해한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다.”

-솔직히 ‘동체시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좀 더 상업적으로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탁 감독이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하다. 내가 출연했지만 나도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운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궁금해하면서 봤다. 사실 저 정도의 특이한 소재라면 뭔가 큰 사건을 다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너무 잔잔하게 그려지긴 했지만 어쩌겠나. 그게 이 사람의 성향인 걸. 예전에 같이 술을 먹는데 그러더라. 성공해서 유명한 감독이 되면 정말 즐거운 영화를 만들 거라고.”(웃음)

-이 영화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앞서 언급했듯 일단 탁 감독과 코드가 맞는다. 이 영화는 웃음이 빵빵 터지기보다는 킥킥대면서 보는 영화다. 동체시력이라는 소재도 좋았지만 그동안 범죄, 수사물에서 주로 감시의 도구로 쓰였던 CCTV를 따뜻하게 그렸다는 점이 무척 신선했다. 그리고 멜로장르라는 점에서도 무한한 매력을 느꼈다. 결혼 후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장르여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제의가 들어왔다. 타이밍이 기막혔다. 그러니 시나리오를 무척 재밌게 읽었다.”

-시종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본인도 그렇겠지만, 상대 배우도 호흡을 맞추기가 녹록지 않았을 듯하다.

“상대 배우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오)달수 선배가 그 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아!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다면 관객들도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탁 감독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 나와도 내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지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거라고 말하더라. 차태현이라는 배우에 워낙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끝까지 밀고 나갔다고 하더라. 그래선지 마지막에 선글라스를 벗는데 임팩트가 엄청났다. 나도 영화를 보고 놀랐다. 시나리오에서 읽었던 느낌과는 차원이 완전히 달랐다. 역시 감독이 다르긴 하더라.”

-만약 당신이 실제로 동체시력을 가졌다면.

“진짜 쓸모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투시나 멀리 보는 능력도 아닌 느리게 보는 거니까. ‘1박2일’에서 가위바위보 게임 할 때나 필요할까. 그 외에는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

[시네토크] ‘슬로우 비디오’서 동체시력 소유자로 나오는 차태현

-영화에서 장부가 지도를 그리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CCTV로도 파악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어서 장부는 지도를 그린다. 자신의 뛰어난 동체시력을 이용한 순간의 기억들이 거기에 담겨 있다. 단, 그가 현재 화면과 다음 화면의 사각지대를 잇는 수단으로 삼은 건 걸음걸이다. 전 화면에서 사라진 수미가 다음 화면에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을 걸음걸이 수로 잰다. 나도 이게 흥미로운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림 지도는 탁 감독이 평소 눈여겨본 엄유정 작가의 작품이다.”

-남상미와의 호흡은 어땠나.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사실 상미도 전작이 우울한 캐릭터라서 분위기 전환을 하고 싶던 찰나였다. 그래서 무척 좋아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힐링이 됐다고 하더라. 신기한 건 ‘1박2일’ 쩔친노트에 데려간 인성이도 같은 말을 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하고 나서 너무 힐링이 됐다는 거다. ‘저럴 수도 있구나’ 했다. 나는 이제껏 그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 ‘어떻게 하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솔직히 돈을 받고 일하면서 즐기기란 쉽지 않다. 연기자도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되게 즐기면서 하는 것처럼 보였다.”

-‘1박2일’시즌2에 이어 시즌3에도 출연 중이다. 예능은 좀 다른가.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를 할 때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재밌기도 하고. 그런데 시청자들은 우리가 전국을 놀러 다니며 돈도 버니 얼마나 좋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해는 한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보이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예능에 출연하면서 ‘이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아세요?’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가끔 게스트가 출연하면 놀라서 간다. 너무 힘들어서 다신 안 하겠다고 하면서. 그럴 때마다 뭐가 힘든지 반문하고 싶어진다.(웃음) 그러고 보면 나는 예능이 맞는 것 같긴 하다. 다행인 건 시즌3을 하면서 시청률이 많이 올라갔다. 지난주 시청률이 23%가 나왔는데 동시간대 타 예능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신경이 쓰이긴 한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시나리오다. 느낌이 괜찮으면 선택한다. ‘슬로우 비디오’도 시나리오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주위에서는 ‘왜 하냐’며 다들 의아해했다.(웃음) 그러고 보면 ‘헬로우 고스트’도 그렇고 탁 감독과는 코드가 맞는 것 같다.”

-사실 김영탁 감독도 자기 영화가 독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여장부를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다.

“(탁 감독) 주위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웃음) ‘헬로우 고스트’도 돌고 돌다가 나에게 온 걸로 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내가 아니더라도 워낙 반전이 세서 누구든지 처음 기획의도대로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슬로우 비디오’의 여장부는 알다시피 좀 고민이 필요한 역할이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으면 지금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동안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힘들었다기보다는 견우를 많이 이용했다. 사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들어오는 캐릭터가 다 비슷했다. 나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 변신도 중요하지만 1년에 한 작품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영화를 기다리기보다는 나에게 맞춘 영화들 위주로 출연하게 되더라.”

-그 점에서 이번 작품은 당신의 연기적 변화와 의지가 읽힌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다만, 이 작품 역시 내가 골랐다기보다는 제의가 들어와서 선택했다. 사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오히려 내가 궁금하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역할이 들어올까’가 말이다. 어차피 죽기 전까지 연기를 할 생각이다. 연기자라는 직업이 좋은 이유다. 일반 회사처럼 정년퇴직이 있는 게 아니고, 나이가 들면 그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된다. 그리고 확실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연기의 폭은 넓어지는 것 같다. 대신 내가 못하는 역할도 더 많아 지겠지만.”

-차기작이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인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다. 이번엔 전지현 대신 걸그룹 에프엑스의 빅토리아와 호흡을 맞춘다.

“아무래도 지현이가 빠졌다는 게 가장 큰 숙제이긴 하다. 사실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은 그녀라고 생각한다. 견우가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당시 지현이가 너무 잘해줘서 성공했다. 견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색하겠지만 그녀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나중에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나이 든 견우다. 익숙하지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그런 부담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자연스럽게 세월이 지난 모습을 보여주는 거니까.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도 견우가 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시나리오도 재밌게 나왔다. 그리고 이제 영화를 고를 때 한 가지 이유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얽히고설키게 된다. ‘슬로우 비디오’는 탁 감독과의 인연도 있지만, ‘바보’의 제작사다. 그때 흥행이 잘 안 됐으니까 이번에 잘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하게 됐다. 그런 점들을 무시 못한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면 도와줄 수 있는 거다. 특별히 나에게 큰 피해가 되지 않으면 말이다.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도 1편에 이어 신씨네가 제작하고 조근식 감독이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조 감독님의 ‘품행제로’를 무척 재밌게 봤기 때문에 확신이 들었다.”

-내년이면 마흔 살이다. 당신도 나이 듦을 느끼나.

“몸이 피곤하고 그런 건 있는데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다만, 큰아이 학교 보내고 둘째아이 유치원 보내고 집에 왔는데 또 하나가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는 있다.(웃음) 그런 것 외에는 나이 드는 것을 별로 느끼고 살지는 않는다.”

-대중은 당신의 동안 유지 비결을 궁금해한다.

“부모님의 유전자를 받아서겠지. 어머님이 칠순인데도 엄청 동안이시다. 공식적인 멘트는 항상 웃으면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을 하지만 유전은 무시 못한다. 하도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기회가 되면 어머니와 같이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놓을 생각이다. 그러면 확실한 답변이 되겠지.”(웃음)

-기대만큼 흥행을 예상하나.

“솔직히 그건 모르겠다. 내 영화는 대부분 그렇다. ‘과속스캔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정말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내 영화를 보고 느낀 것보다 대중이 너무 잘 봐주신 덕분이다. 이번에도 잘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감독이나 제작사가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을 만큼만 흥행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그게 영화의 성공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슬로우 비디오’를 소개한다면.

“요즘 나오는 영화들과는 다른 점이 많은 영화다. 눈이 피곤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의 속도감은 빠르지 않고, 문법 역시 전형적이지 않다. 그 점을 불편하게 받아들일지, 신선하게 받아들일지 솔직히 나도 궁금하다. 하지만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감동이나 웃음 포인트를 주려 하지 않아도 이야기만 잘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웃고 울 수 있는 영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황인규(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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