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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음식이란 무엇인가

2014-10-17

음식은 복불복?

20141017
20141017

지난주 건강보조식품의 허와 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정 성분의 효능을 만병통치약처럼 부풀리는 현실을 고발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될 듯하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어야 될 식단을 식품의학 및 영양학 전문가가 짜주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방과 양방에서의 ‘착한 식사법’도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현재 몸에 나쁘다는 정체불명의 온갖 식품첨가제에 반세기 이상 노출됐는데 오히려 평균수명은 그런 첨가제가 없던 농경사회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현대의학 덕분이랄 수 있다. 50년대 중반 영양 왕피천 상류에 살던 송방오무마을 촌로들의 평균수명은 불과 쉰을 넘지 못했다. 환갑을 맞는 사람도 드물었다. 영양실조로 마흔 중반에 이를 몽땅 잃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나쁘다는 첨가제에 완벽하게 노출된 우리의 평균수명이 이제 100세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 모순은 식품의학자와 식약청이 목숨을 걸고 풀어봐야 될 것 같다. 식품공전상 우리가 사용하는 식품첨가제는 족히 1천종이 넘는다.


좋은 음식, 나쁜 음식 단정 어려워
사람의 몸 제각각, 유·무해 상대적
“음식-건강 상관관계는 신의 영역
골고루 알맞게 먹고 꾸준한 운동,
지구상 최고의 식생법으로 평가돼”


◆ 음식의 탄생과 종말

먹어도 살고 먹지 않아도 우린 죽는다.

단지 ‘어떻게 하면 건강할까’란 문제는 모두의 난제다. ‘식(食)’을 설문해자 해보면 이런 뜻이 있다.

‘인간(人)이 선량(良)하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음식은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동시에 머금고 있다. 그게 입을 통해 들어가면 심신이 평화로워지고, 그럼 자연히 심성이 유순해지게 된다. 음식을 먹어야 산다는 사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태어나면서부터 안다. 본능이기 때문이다. 음식섭취 본능은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 유전자에 기록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사람의 몸은 6조 개에 달하는 세포로 구성돼 있다. 초마다 수천만 개의 세포가 파괴되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우리 몸은 특정 식품을 먹고 싶어 하지만 세포는 식품에서 분해된 영양소를 원한다. 우리가 섭취한 식품은 입, 위, 소장, 대장 등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등의 영양소로 분해되어 혈액에 흡수된다. 흡수된 영양소는 혈액을 통해 신체 각 부위의 세포로 전달되고, 이 영양소는 몸의 성장과 유지 그리고 소모된 세포를 보수하거나 새로운 세포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세포는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장과도 같다. 영양소 중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은 세포라는 공장에서 연소되어 에너지를 발생하므로 ‘열량소’라고 부른다. 열량소가 에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산소 공급이 필수적이다. 음식으로 섭취한 열량소와 호흡으로 공급된 산소가 세포에서 만나 연소되어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은 마치 휘발유와 산소가 엔진에서 연소되어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에너지의 용처는 여러 곳이다.

근육을 수축·이완시키는 ‘활동에너지’, 체온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열에너지’, 호흡과 맥박을 유지하는 ‘기초대사에너지’, 뇌와 신경의 자극을 전달하는 ‘전기에너지’, 새로운 세포를 합성하기 위한 ‘화학에너지’ 등으로 사용된다.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데도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는 비타민이나 무기물 등 신체의 생리조절 작용을 담당하는 미량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신호이다. 이런 걸 연구하는 전문가는 ‘임상영양사’이다.

문제는 비전문가가 좋은 식품을 판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지리산 산꾼이 “이게 좋다”고 하면 도시에서 온 사람은 다들 그런 줄 알고 그 음식만 선호하게 된다. 어떤 식품을 보았을 때 한눈에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비타민 등 영양소의 함량이나 식품이 갖고 있는 열량, 신선도나 식품 내 유해한 성분의 함량 등을 알 수 있다면 누구나 균형 잡힌 식품을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 음식은 어떻게 소화되는가

허기(虛飢).

‘배고픔’이란 한마디로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니 체내에 음식을 넣으라는 신호이다.

체내에 들어온 음식물은 위, 소장과 대장을 거쳐 항문까지 약 8m에 걸쳐 여행을 하게 된다. 입에서 대장에 이르는 소화기관은 음식물을 우리 몸의 일부로 만드는 공장 역할을 한다.

식품의 체내 여행은 입에서 시작된다.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은 일차적으로 치아에 의해 물리적으로 잘게 부서진다. 이때 침은 음식물이 잘 쪼개지고 삼키기 좋은 상태가 되도록 수분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음식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역할도 한다. 하루에 1.5ℓ 정도 분비되는 침 속에는 10가지 이상의 효소가 포함되어 있어서 음식물을 분해시킨다.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경험은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뇌에 기록된 음식 맛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몸이 본능적으로 음식물을 소화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밥이나 쌀은 씹을수록 단맛이 강해진다. 침 안에 있는 전분 분해효소인 아밀라아제가 전분을 단맛이 강한 포도당으로 분해하기 때문이다. 뇌는 이 포도당으로 식사를 한다. 이게 부족하면 기절하고, 그럼 포도당주사를 맞아야 한다. 6·25전쟁 때 북한에서 피란 오던 산모가 젖이 나오지 않자 생쌀을 충분히 씹은 후 그 액을 아기에게 먹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입으로 쌀을 물리·화학적으로 분해시켜 아기가 쉽게 흡수할 수 있는 포도당액을 만들어 먹인 어머니의 본능적인 지혜다.

위에 도달한 죽 상태의 음식물은 위의 연동작용과 위액에 의해 분해된다. 위액은 위산과 약간의 소화효소로 구성되며, pH 1.5 정도의 아주 강한 산성을 띠는 맑고 노란 액체로 음식물 분해력이 강하다. 위액에 의해 단백질 식품은 펩타이드나 아미노산 등으로 분해된다. 음식물이 위에서 체류하는 시간은 탄수화물이 가장 짧고 단백질, 지방의 순으로 길어지며 평균 체류시간은 1~4시간 정도다.

음식의 세 번째 여행지는 소장이다. 음식물의 대부분을 소화·흡수하는 소장은 위에서부터 십이지장·공장·회장의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소화는 십이지장과 공장에서 완성되고, 회장에서는 주로 영양소 흡수가 진행된다.

걸쭉한 음식물이 소장으로 넘어오면 연동작용이 시작되고, 다양한 종류의 소화효소와 장액이 분비되면서 복잡한 소화과정이 진행된다. 십이지장 주변에 있는 췌장에서 당질·지질·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분비된다. 동시에 담낭에 고여 있던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유입되어 지방 식품의 유화와 분해를 돕는다. 소장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몸 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철저하게 분해한다. 소장에서 소화가 완료되면 음식물은 단당류, 지방산, 아미노산, 이온 등 흡수가 용이한 형태로 분리되어 혈액에 흡수된다.

영양소의 대부분이 흡수되는 소장은 놀라울 정도의 흡수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소장의 길이는 3~4m로 소화기관 중 가장 길다. 영양소가 흡수되는 융모 면적은 250㎡로 거의 80평 아파트 면적에 이른다.

음식물의 소화·흡수는 대부분 소장에서 끝나므로 대장에서는 소화효소가 분비되지 않는다. 대장은 소장에서 넘어온 비소화성 찌꺼기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을 흡수하는 일을 한다. 대장에 이상이 생겨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면 설사가 나고 탈수현상이 발생한다. 대장에는 수많은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당질이나 단백질이 소장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넘어오면 대장 내 세균에 의해 부패되어 악취 나는 가스나 독성물질이 생성된다. 우리 입맛을 유혹하여 체내에 들어온 식품은 물리·화학적으로 부서지고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되어 우리 몸의 일부가 되고,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마지막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우리에게 배설의 즐거움을 주고 체내를 떠난다.

◆ TIP

100명의 영양사가 100개의 식사법을 추천한다.

그러나 같은 식품을 먹더라도 개개인의 질병이나 현재 몸의 건강상태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사람의 몸이 제각각이므로 좋다는 결과가 나에겐 좋지 않을 수 있고 또 나쁘다는 결과가 나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정말 ‘복불복’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을 식품의학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깊게 파고들어 가면 갈수록 음식과 건강의 상관관계는 신(神)의 영역이고 현재로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알맞게 먹고 즐겁게 운동하며 사는 게’ 지구상 최고의 ‘식생법’이랄 수 있다.

다시 말해 음식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체내에 흡수되는 과정은 이론적으로는 잘 설명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몸에서 얼마나 좋은 성분으로 흡수되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배고플 때 뭔가 먹어야 한다는 사실만 숭고한 사실일 뿐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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