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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동행

2014-12-04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함께 걷는 착한 기업들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동행

착한기업이 살아남는 시대…
'생존과 성장의 안전판' 인식 확산 속 투자전략으로 진화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많이 가진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 다양한 자선활동을 벌이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기업은 이윤창출만 추구하면 됐지만, 이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로서 응당 행해야 할 의무를 요구받고 있다. 일반인 역시 기업이 자사의 이익만 챙길 게 아니라 사회를 위해 다양한 유무형적 지원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생산 및 경영 활동에 있어서 환경 및 윤리 경영 등을 통해 노동자를 비롯한 지역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는 기업이 대외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알리는 활동을 사회공헌이라고 칭하고 있다.

초창기의 사회공헌 이유와 형태는 단순했다. 기업이 자선행위의 일환으로 일정 액수의 기부금을 내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공헌은 단순한 선행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사회 전체의 경제적 관점에서도 효용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기업은 사회공헌을 통해 이미지 개선뿐 아니라 생존 및 성장의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수의 경제학자들도 기업의 사회공헌이 갖는 잠재적 경제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계몽된 이익추구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그 자체로 자급자족할 수 없으며 소비자, 공급업체, 협력업체, 규제기관 등 다양한 행위자들로부터 제공되는 자원에 의존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 행위자들은 해당기업이 생산하는 유무형의 자원 외에 다른 요소들도 기업을 판단하고 있다. 즉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구조나 제도, 활동들이 적절하고 또한 정당한지를 보고 자원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데, 여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회공헌 활동이다. 결국 이 활동은 기업에 정당성을 높이며 향후 자원 획득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게 계몽된 이익추구 이론의 핵심이다.

이와 비슷한 견해도 많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2월 한국경제연구원은 사회공헌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사회공헌을 기업의 단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닌 투자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실제로 사회공헌은 기업의 투자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그 선두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금까지 380억달러(약 40조원)를 기부했다.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에 열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빈곤층 주민들에게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기증해 디지털 기술을 보급하고 교육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청소년 직업 교육과 일자리 지원 등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이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고객까지 확보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장비업체 시스코는 여러 지역에 아카데미를 설립하거나 공교육 기관과 손잡고 학생들에게 자사 장비를 활용한 네트워킹 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잠재적 실업환경의 학생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제공했다. 덕분에 시스코 역시 자사의 제품으로 교육받은 수준 높은 관리자를 육성하게 돼 충성심 높은 미래의 수요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결국 이들 기업은 자사의 사업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셈이다.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재능·기술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영역 넓혀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이 지출한 사회공헌비는 2조8천114억원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13.6% 줄어든 금액이다. 사회공헌 지출액이 감소한 주된 이유는 지난해 세전이익이 전년보다 22% 감소하는 등 기업 경영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사회공헌 열기가 식은 것이 아니라 이윤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사회공헌에 대한 지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회공헌 지출 비율은 3.76%로 전년인 2012년(3.37%)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출비율이 1.77%인 일본 기업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국내 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이나 일본 기업이 사회공헌에 있어 양적 조정기를 거친 데 반해, 지난 20년간 경제 환경과 무관하게 사회공헌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게 사실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형태가 단순한 재정기부에서 재능과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기부와 봉사활동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공헌을 기부금액만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소외계층과 사회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유무형의 지원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일시적인 재정 지원보다는 기업의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대상 특성에 맞는 자립기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사는 재능기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은 임직원의 담당업무 지식을 활용한 재능기부를 비롯해 취미와 특기를 활용한 동호회 중심의 재능기부, 법률·의료 등 전문봉사단 재능기부 등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학(원)생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우수 교육재능기부 프로그램을 농산어촌 교육 소외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으로 전국 농산어촌 초등학생들을 찾아가는 점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SK그룹은 나눔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며, LG그룹은 임직원의 자발적 기부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 외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사회공헌의 의미와 재미를 살리는 기업도 많다.

온라인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창립 15주년을 맞아 전직원의 걸음수만큼 소외이웃 기부금을 적립하는 이색 나눔 행사를 열었다. 이날 적립된 돈 총 500만원을 소외계층에 기부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오리 인형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새로운 형태의 참여형 나눔 페스티벌로 사회공헌을 실천했으며,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제품 구매와 함께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착한소비’를 활용해 호응을 얻었다.

  지역 토종기업 어려운 여건에도…
 ‘복지·장학·문화사업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 사회공헌 활동 펼쳐

 

대구경북 지역 기업들도 다양한 형태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쳐나가고 있다. 다만 지역에서 성장해온 토종기업에 비해 서울에 본사를 둔 일부 업체 및 모기업에 인수 합병(M&A)된 기업은 지역사회 공헌에 소극적인 편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그룹차원에서는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편이지만, 지역의 영업본부는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활동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재정 지출 등의 모든 권한을 그룹 본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지만, 지역 소비자와 시민 입장에선 지역에서 번 돈을 왜 모두 서울로 가져가야 하는지 수긍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또 일부 M&A 전문 기업의 경우, 사회공헌은커녕 지역 토종기업을 인수하면서 대량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근로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경우까지 있다. 요즘의 지역민과 소비자들은 ‘지역과의 상생’이나 ‘더불어 사는 자본주의’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이윤창출에만 혈안이 된 이런 기업들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반면 토종기업과 공기업 등의 경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 공헌에 앞장서는 착한기업이 많다.

 

DGB금융그룹은 사회공헌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2001년 기본계획을 세우고 사회공헌부를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2011년 10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종합 사회공헌재단인 DGB사회공헌재단을 출범시켰다. DGB사회공헌재단은 사회복지뿐 아니라 문화·예술·체육·환경·글로벌 등 전분야를 망라하는 나눔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특화된 사회공헌활동이 눈길을 끄는데, 재단이 운영하는 꿈나무교육사업단은 은행권 최초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지속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힘쓰고 있다. 특히 포항제철소는 1991년부터 지역사랑 운동의 일환으로 포항지역 마을 및 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자매결연을 한 곳은 127개이며 결연인구는 42만8천명으로 이는 포항시 전체 인구의 약 82%에 해당한다.

대구백화점은 1991년 구정모 대표이사와 전 직원이 참여하는 ‘대구백화점 한마음봉사단’을 설립해 장학·사회복지·문화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각종 사회 복지시설 방문 봉사, 자연보호 활동, 사랑의 헌혈 운동 등에도 앞장서고 있다. 

 

구미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임직원 1만여명은 127개의 봉사팀에 최소 한 곳 이상 가입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지역아동센터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전문 재능기부를 시작했으며 결혼이민여성, 다문화 모자가정 등에 대한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달성군에 위치한 LED 조명업체 테크엔은 학교에 LED 조명등을 무상으로 설치해주고, DGIST에 발전기금 1억원을 쾌척하는 등 통 큰 기부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 대구점, 롯데백화점 대구점·상인점 등 유통업체와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등의 프랜차이즈 업체, 희성전자와 세영정보통신 등 다수 제조업체도 지역사회 공헌에 동참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공단, 경북지방우정청, 대구축산농협, 구미상공회의소 등 기관과 대구대·대구한의대 등 지역대학들도 지역민을 위한 나눔과 봉사에 열성적이다.

 허석윤기자 hsy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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