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생각 나게 하는 먹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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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차가운 바람이 불면 다들 따뜻한 연탄불 앞으로 모여들었다. 볼품은 없지만 한없이 정겨웠던 먹거리가 자리하면 꽁꽁 언 손은 금세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최근 대구 방천시장 내 ‘추억의 문방구’ 앞에 나타난 추억의 국자가 고향 노모의 손처럼 아늑하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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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밤 8시 대구시 중구 방천시장의 한 골목.
묵직한 추위와 어둠이 농밀하게 흐르고 있다.
한 무더기의 중년 사내들이 어울리지 않게 한 가게 앞 연탄불 곁에 쪼그려 앉아 박장대소를 터트리고 있다. 낮부터 술추렴을 하기 시작한 이들은 추억의 물건을 파는 문방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우르르 몰려 온 모양이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50대가 추억의 문방구라니? 어쩜 그들은 여기 파는 물건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다시 다가설 수 없는 추억의 한 순간이 그리웠던 건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맛이 있잖아요. 정년이 다가 오면 추억의 맛이 더 절실하죠. 부모 몰래 국민학교 앞 문방구 앞에서 사먹던 추억의 불량식품이 지금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네요.”
누가 그렇게 독백했다. 그러자 다들 공감한다는 표시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인다.
다른 업소 같으면 단골의 연령층이 정해져 있을 텐데 이 문방구에는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즐긴다. 추억은 역시 연령과 계층을 불문하는 모양이다.
대구 중구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
한켠에 자리잡은 ‘추억의 문방구’
중년들이 초등학생처럼 몰려들어
찬바람 부는 골목에 웅크리고 앉아
“부모님 몰래 사먹던 불량식품
지금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
가장 인기가 좋은 건 ‘국자(일명 ‘달고나’)’.
1천원을 주면 여주인 이영랑씨(35)가 백설탕을 한 움큼 넣은 국자를 준다.
연탄불 위에 국자를 2분 정도 올려놓으면 설탕이 봄눈처럼 녹는다. 다 녹았다 싶으면 소다를 조금 넣고 휘저으면 된다. 말간 설탕물이 금방 갈색 거품덩이로 변한다. 그걸 철판 위에 쏟아낸 뒤 납작하게 눌러주고 별모형을 위에 올려 살짝 눌러 음각의 윤곽선을 준다. 마지막엔 시침핀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별모양을 뜯어내 주인에게 갖다주면 쫀드기를 보너스로 준다.
타계한 가수, 김광석 특수를 만끽하고 있는 방천시장.
이 추억의 문방구 하나가 이 시장을 더욱 추억의 골목으로 반죽해 준다.
이 문방구는 지난 5월1일 시장 동편 골목 초입에 문을 열었다. 70여종의 별의 별 추억표 먹거리와 장난감류가 구비돼 있다. 충분히 웃음을 자아내는 물건이다. 유치원생부터 50대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추억의 용광로’이다.
그 문방구에서 팔고 있는 물건 이름을 적어봤다.
갑자기 대구의 첫 공장빵 브랜드로 평가받는 교동시장 내 ‘수형당(秀亨堂)’ 빵이 생각이 났다.
대구는 한때 전국 최고의 빵과 과자의 도시였다. 제조과정이 불투명한 수많은 불량식품 공장이 암약(?)했다. 이런 게 각종 구멍가게와 유원지 노점을 점령했다.
8·15광복 직후 대구의 빵은 공장빵에서 시작해 ‘빵집(윈도 베이커리)’으로 퍼져나갔다. 수형당은 1946년쯤 등장했다. 단팥빵을 불티나게 팔았다. 훗날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면서 ‘수형 그룹’으로 웅비하던 중 방만한 경영 탓에 82년쯤 소리소문 없이 침몰한다. 수형당은 대구 제빵산업의 기틀을 잡아줬다. 훗날 뉴델제과 최종수 사장, 런던제과 조원길 사장, 지역의 첫 케이크 전문점 최가네의 최무갑 사장 등 대구 원로 제빵 관계자 상당수도 수형당의 영향을 받았다. 수형당의 진병수 사장은 영천 출신. 그는 광복 직전 옛 경북학원 자리에서 삼미제과사를 개점한 최팔용 사장과 친구사이로, 일제강점기 북성로 미나카이 백화점 옆에 있던 이마사카 제과점 종업원 출신이었다. 광복 직후 중구 문화동 2번지에서 2천310㎡ 넓이의 수형당을 창업한다. 신문광고도 적극 활용했다. 70년 5월 영남일보에 실린 수형당 광고를 본다. ‘등록상표 제12418호, 경상북도 및 대구시 지정 분식 빵 제조공장, 빵의 생명은 신선미, 건강제일의 분식빵으로’란 문구가 눈길을 끈다.
수형당의 위세를 이어받은 대구 빵공장 중에 ‘오복빵’(1972년 오픈)’이 있었다. 그해 대한민국 대표 캐러멜로 급부상했던 ‘마산카라멜’이 경남 마산 출신의 김정용 사장에 의해 북구 노원동에서 문을 연다. 아직도 그 자리에서 캐러멜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황토정 마산카라멜이란 브랜드로 온라인 판매망까지 갖추었다. 창업자의 차남인 김기홍씨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마산카라멜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 대구엔 말표사이다를 비롯해 온갖 스낵류가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유통됐다. 그걸 보려면 추억의 문방구에 가면 됐다. 무허가 업소도 많아 오랫동안 쫀드기 등은 불량식품으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
이 착한 불량식품이 힐링식품이 대세인 이 시절에 각광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추억의 힘’은 대단하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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