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150·끝] 벤타(VENTA)

건조한 날씨로 인해 실내습도 조절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 물만을 이용해 공기를 정화하고 습도를 유지해주는 워터필터 방식의 공기청정 가습기인 ‘에어워셔(Airwasher)’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몇 해 전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타격을 입었던 생활가전 제조사들이 자연필터인 물을 이용한 에어워셔제품을 앞다투어 선보임에 따라 소비자의 니즈 역시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이러한 에어워셔 제품을 알림과 동시에 시장을 형성시킨 독일의 ‘벤타(Venta)’는 세계 최초로 에어워셔를 개발한 것은 물론 독일 내 에어워셔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브랜드다.

검은색 사각모양의 상징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벤타 에어워셔는 1981년 설립자 ‘알프레드 히츨러’에 의해 세계 최초로 탄생됐다. 벤타 에어워셔가 개발되기 전인 1970년대말 독일은 수질 오염과 스모그가 심각했다. 어느 날 호숫가를 지나던 알프레드 히츨러는 유독 호숫가 근처의 공기만이 맑은 것은 느끼고, 순간 물을 이용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기기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기계에 관심이 많았고 설비 관련 일을 하고 있던 그는 가루형태의 원자재를 관을 이용해 바람으로 이동시키는 원리를 연구한 터라 공기중 입자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수분과 입자의 흐름에 대해 더욱 깊숙이 연구한 결과, 물을 이용한 공기청정기 벤타 에어워셔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그가 개발한 벤타 에어워셔는 하나의 모터로 팬과 80여장의 바이오디스크를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이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물의 점성을 통해 얇은 수분막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미세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물로써 공기를 씻어내고 물기를 머금은 깨끗한 공기를 방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공기청정 기능뿐 아니라 실내습도를 높여주는 가습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그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기기의 디자인까지도 오로지 그의 힘으로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제품이 바로 세계 최초의 에어워셔 ‘벤탁스 30(Ventax 30)’이다.

제품개발 후 에어워셔가 세상에 알려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대형 마트나 대리점을 찾았지만 브랜드도, 제품도 생소한 벤탁스 30을 인지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발로 뛰며 직접 고객을 찾았다. 하나씩 판매가 이뤄지면서 제품성능이 입소문을 타게 됐고 주문량은 꾸준히 늘었다. 작은 기업에 불과하던 벤타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하나둘 늘어났고 제품판매 수익금은 광고비로 모두 쏟아 부으며 제품 홍보에 몰두했다. 급속도로 성장세를 보이던 벤타는 경쟁관계에 있던 대기업들의 견제로 몇 번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2배이상의 매출성장을 기록,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

디자인 경쟁이 치열한 생활 가전시장에서 벤타는 제품출시 이래 30여년이상동안 검은색 상자모양의 투박한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다소 밋밋하고 멋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고집스러운 벤타 에어워셔의 디자인은 이제 ‘벤타답다’라는 대명사로 알려질 만큼 브랜드의 아이콘이 됐다. 벤타 에어워셔의 디자인은 기능에 최적화되고 핵심에 집중하여 단순하다보니 고장이 날 일도 거의 없다. 심지어 30년 전 벤타 초기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중 몇몇은 고장 한번 없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 단순하지만 질리지 않고 우수한 성능과 안정감으로 벤타의 제품은 고객들에게 신뢰의 상징이 됐다.

현재 독일·스위스·미국 시장에서 벤타의 에어워셔 시장 점유율은 가히 압도적이다. 독일과 스위스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5%인데 반해 벤타는 70%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독일 전통의 우수한 기술력과 환경 친화적인 제품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벤타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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