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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숙의 아트스토리]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영속성’

2015-04-15
[박희숙의 아트스토리]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영속성’
‘기억의 영속성’-1931년, 캔버스에 유채, 24X33,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우리의 기억은 정확할 것 같아도 필요에 의해 각색되고 변질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어떤 형태가 되었던 기억은 사실적 행위에 의해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시간을 그린 작품이 달리의 ‘기억의 영속성’이다.

텅 빈 해변 가까이에 있는 탁자에 금속 시계가 흘러내리고 있고 그 옆에는 뚜껑이 닫혀 있는 붉은색 회중시계가 놓여 있다. 늘어진 시계는 시간을 재는 고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붉은색 회중시계를 덮고 있는 것은 개미다. 개미떼는 이 작품에서 유일한 생명체로 부패를 상징한다. 달리가 부패나 죽음의 상징으로 개미를 그려 넣은 것은 생물체를 소멸시키는 동물을 개미로 보았기 때문이다. 생명체를 소멸시키는 개미는 그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암시한다.

달리는 개미와 같이 종종 그림에 벌레나 고슴도치의 시체를 그려 넣었는데 그는 죽은 동물을 통해 자신의 극심한 고통과 분노를 표출했다.

[박희숙의 아트스토리]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영속성’

살바도르 달리(1904~89)의 이 작품에서 말안장처럼 늘어진 시계가 걸쳐 있는 괴상한 생물체는 달리의 캐리커처다. 긴 속눈썹은 명상이나 수면, 죽음으로 감긴 눈을 암시한다. 또한 감긴 눈은 생각의 자유로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생각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세속적인 시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달리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시계를 그리게 된 계기는 치즈였다. 달리는 작업실에서 그리던 풍경을 응시하다가 탁자에 놓인 카망베르 치즈가 더위 때문에 접시에서 녹아 퍼져 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접시에서 부드럽게 퍼지면서 녹아내린 카망베르 치즈의 모습은 곧 달리에게 녹아내리는 시계의 영감을 주었다.

화면 오른쪽 절벽은 바르셀로나의 북쪽 리가트 지방의 바위 형상이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절벽은 이 작품이 풍경화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화가·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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