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민주적 운영시스템 갖춰
수익, 조합원과 균등하게 분할”
백신종 한국택시 대구협동조합 이사장이 지역 택시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침체 늪에 빠진 택시산업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지난 4일 대구에서 첫선을 보인 한국택시 대구협동조합(이하 조합) 백신종 이사장(63)이 밝힌 목표다. 백 이사장이 이끄는 조합은 대구에선 4번째 협동조합 택시 브랜드다. 비록 택시업계에선 후발 주자지만 조합이 그리는 로드맵과 청사진은 참신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택시기사를 더 이상 회사의 부품이나 돈을 버는 노예가 아닌, 회사의 주인이자 사람으로 대우하겠다는 철학이 눈길을 끈다. 기사라는 직업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로부터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받는 데 주안점을 뒀다. 여기에 협동조합법에 따라 택시 운행 수입과 배당금을 모든 기사와 균등하게 나누는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승객 만족도에 초점을 맞췄다. 1인1차, 2인1차 제도를 자율적으로 시행해 기사가 택시 내 위생을 책임지고 승객을 편안하게 목적지로 안내하는 임무를 우선으로 했다. 사고를 자주 내거나 음주, 도박, 불친절로 조합의 명예를 실추하고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기사는 조합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출자금 2천만원을 주고 가차 없이 내보낸다.
백 이사장은 “대구에도 이미 3개의 협동조합 택시가 있지만 우리 조합의 운영 모토는 최대한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는 데 차별성이 있다”며 “이사장이라고 해서 월급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누구나 조합의 주인이자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로서 대우해주고 수익과 성과는 공평하게 나눈다”고 강조했다.
물론 진통도 있었다. 조합 운영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출자금 확보부터 쉽지 않았다. 이에 백 이사장은 서울보증보험과 금융권을 수차례 찾아가 기사에게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이것이 출자금으로 쓰일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보증보험에서 드디어 조합 기사에 한해서만 출자금 명목으로 대출이 가능해졌다”면서 “전국에 다양한 법인 및 협동조합 택시가 있지만 우리 조합만큼 공신력과 실행력이 뒷받침된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4일자로 조합의 브랜드(Coop Taxi)를 달고 대구 시내를 달리고 있는 택시는 40여 대. 조합은 연말까지 114명의 조합원을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다. 조합원이 되려면 2천만원의 출자금을 내야 한다. 출자금은 퇴사 때 원금 그대로 받아갈 수 있다.
백 이사장은 “내년까지 250명의 조합원을 모집해 국내 택시산업의 판도를 바꾸겠다”며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 조합의 창립 모토와 철학에 공감하는 분들과 언제 어디서든 토론하고 동지로서 평생 함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백 이사장이 주축이 된 조합은 현재 서울(75대), 포항(48대) 등 전국 4곳에서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 인천과 춘천, 제주 등에 협동조합 택시를 발족하기 위한 실무 작업이 한창이다.(053)567-4671
글·사진=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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