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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공공차관 청산, 새로운 자본축적의 원년

2016-12-30
20161230
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

우리나라 공공차관 제로시대
57년 만에 순수 공여국 전환
생산력을 더 증가시키려면
창의력·기술 혁신 뒤따라야
새해 新자본 축적 원년 되길


57년이 걸렸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가 외국에 손을 내밀어 차관을 들여오기 시작한 때가 1959년. 그로부터 57년이 지난 2016년 12월15일, 마지막 남은 미국 농업차관 1천700만달러를 5년 조기상환하면서 공공차관으로 들여온 모든 빚을 청산했다. 이번 차관 상환을 계기로 순수한 의미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지위가 바뀌었다.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만들어 53개 국가에 14조원의 차관을 지원해오고 있지만 온전한 차관 공여국은 아니었다. 갚아야 할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 딸들 해외로 보내 좋은 교육 받게 하고, 나라의 동량(棟梁)으로 키우고 싶었지만 우리 부모들은 돈이 없었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 기반시설을 깔고 산업을 일으키려 했으나 나라에도 돈이 없었다. 어디선간 돈을 끌어와야 했고, 그렇게 들여온 차관이 1999년까지 396억달러다. 1968년 총예산 2천657억원의 16%에 달하는 총공사비 429억원의 경부고속도로. 막대한 건설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도 올리고, 대일청구권자금도 동원했지만 부족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25억엔의 차관을 들여왔다. 국립대학교를 짓거나, 인재 육성을 위한 해외 유학자금도 차관을 통해 조달했다. 필자도 사무관 시절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차관자금으로 해외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은 바 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나 국제부흥개발은행에 고용휴직을 가게 되었고, 여러 개도국의 경제 발전 전략 컨설팅, 공무원 교육 훈련 업무 등을 담당했다. 필자 개인의 경험과 연계하여 우리나라의 과거 경제개발 경험을 전해 주고 함께 공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과 함께 뿌듯함을 느낀 바 크다.

공공차관 청산. 분명히 기쁜 일이고, 자랑할 일이다. 마지막 차관을 상환한 날은 잊지 않기 위해 업무수첩에라도 기록해 두고 싶다. 그런데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왜 그럴까?

경제학에서 생산은 노동과 자본의 함수라고 한다. 경제성장론이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기술’이 생산함수에 추가되었다. 노동과 자본은 그대로라도 기술발전이 이루어지면 경제의 총생산이 증가한다는 논리다. 맞는 말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돈을 따라 다녔지만, 지금은 기술이 돈을 이끄는 시대가 되었다. 외국에서 빌려온 돈은 모두 갚아 이제 순수 공여국이 되었지만, 빌려오는 기술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07년까지 20억달러 수준이던 기술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에 급격히 늘어 2014년에는 5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혁신을 통해 세계경제 발전에 기여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여전히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을 들여오는 구시대적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축적의 시간’이란 책을 쓴 서울대 공대 교수 한 분은 며칠 전 한 워크숍에서 지금 우리 산업계가 개념 설계 역량이 부족하다고 강하게 지적하였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가져다 구현하는 실행력은 우수하지만, 하얀 도화지에 최초의 밑그림을 그리는 창의력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식차관’ ‘기술차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밋빛 미래를 위한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 인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은 모두 뛰어난 개념 설계 역량과 선진적 기술력으로 성장해 오지 않았던가.

몇 해 전 고인이 된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아이폰으로 세상을 바꾼 그는 우리에게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혁신’과 ‘새로운 기술’이 부국(富國)과 빈국(貧國)의 운명을 가르고, 세계경제에 도움을 ‘주는’ 나라와 도움을 ‘받는’ 나라를 가르게 될 것이다. 이번 공공차관 상환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공공차관 제로를 선언한 2016년 말. 정유년 새해는 새로운 자본축적의 시대, 진정한 세계경제 기여자가 되기 위한 혜안을 모으는 원년이 되었으면 싶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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