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산범물단지 재건축 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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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대구시 수성구 지산시영1단지 아파트 전경.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4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범물동 용지네거리에서 진밭골 방향 100m지점. 대로변 상가건물을 지나 골목으로 10m가량 들어가자 포클레인 등 공사 장비가 기존에 몰려 있던 주택과 5층 내외의 저층 빌라를 허물고 난 잔해를 정리하고 있었다. 길가에 있는 상가 건물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건물 바로 뒤 주택가는 거의 사라지고 거대한 펜스 안은 평지로 변해버린 상태였다.
노태우정부 시절 건립된 고층 아파트들이 몰려 있는 동아백화점 수성점에서 용지네거리 사이, 그리고 용지네거리에서 진밭골 입구 주변의 우방 미진아파트, 청림타운아파트, 보성송정 아파트 등 고층 아파트 사이에 고립(?)된 있던 저층 주택단지였던 이곳을 지상 2층~지상 25층 7개 동의 대규모 아파트 촌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기초 공사가 한창인 현장이다.
대구 지산·범물단지에 불기 시작한 재건축·재개발 바람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지역 부동산의 화두도 재건축·재개발이다.
5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2017년 대구에선 27개 단지 1만4천400여 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것이 14개 단지 7천500여 가구로 전체의 절반이상인 52%를 차지한다. 기존 주택을 허문 자리에 새 주택을 짓는 것이어서 건설사 입장에선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 주택을 짓는 것보다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 집중 건립
대부분이 20∼30년 된 아파트
3호선 개통 등 주변 환경 변화
재건축·재개발 목소리도 높아
◆대구 신도시 1호인 수성구 지산·범물지구
재건축·재개발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는 수성구 지산·범물지구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단지 중 하나다. 노태우정부는 1988년 제6차 경제개발계획을 수정해 200만호 주택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 맞춰 경기도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군포시 산본 등 서울 근교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했고, 이후 이 같은 정책을 대구 등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1980년 후반에서 1990년 초반 대구 수성구 지산동과 범물동을 비롯해 달서구 월성지구와 북구 칠곡지구에 신도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1990년 지산동에 민영아파트 4천여 가구를 분양했고, 이후 범물지구에 영구임대와 일반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했다.
이런 탓에 2013년 6월 정부가 마련한 15년 이상 공동주택 수직증축 허용안의 대상이 되는 아파트도 이 지역에 몰려 있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아파트에 대해 최대 3개 층까지 허용하고 사업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구 수 증가 범위를 종전 10%에서 15%까지 확대해 오래된 아파트의 주거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기준으로 대구에서는 805개 단지, 동수로는 3천44동이며, 가구수로는 24만9천629가구가 해당됐다. 지산 범물(1990년), 시지(1994년), 칠곡1지구(1980년대 후반) 등이 포함됐다. 구·군별로 살펴보면 20여년 전 월성동과 성서지역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달서구가 175개 단지로 가장 많았고, 수성구 162개(20.1%)·동구 154개(19.1%)·북구 142개(17.6%) 등의 순이었다.
특히 20년 전후의 15층 이상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는 수성구 지산·범물동과 달서구 월성동 일대가 수직 증축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혔다. 지산·범물동의 경우 500가구 안팎의 영남맨션·협화맨션·청구타운 등이 대상으로 거론됐다. 노태우정부 시절 건설된 아파트들은 건설시기에 따라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30년 육박할 정도로 오래된 곳이 적지 않다.
◆재건축·재개발 투자, 꼼꼼히 챙겨야
오래된 아파트들인 탓에 주거여건에 대한 불만은 조금씩 커져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되고, 인근에 대구스타디움과 대구미술관 등이 생기면서 교통여건과 생활여건이 개선돼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요구들은 더 증폭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건설된 아파트들은 상당수가 1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들이어서 사업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최근 재건축·재개발에 나선 현장이 5층 높이의 시영아파트와 주택이 몰려 있던 곳에서 이뤄졌다는 것과 수직증축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진행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올해에 재건축·재개발 바람일 불 경우 고층보다는 저층과 주택가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 재건축·재개발이 일정 부분 속도를 내고 있는 곳도 고층아파트가 아니라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받는 저층 아파트나 주택 밀집지역이다. 700가구가 사는 지산시영1단지 아파트의 경우 지상 5층짜리이고, 지역주택조합 형태로 25층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수성구 범물동 일대는 주택과 5층 내외의 빌라 밀집지역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5층짜리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용적률 상향이 없다면 조합원 아파트 2채당 일반 분양 1채 정도의 물량이 나온다. 반대로 고층인 고밀도 아파트의 경우 조합원 수가 많아 챙겨줘야 할 몫이 커지는 만큼 사업자 입장에서 사업성이 떨어져 투자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지산·범물 지역 아파트의 경우 8층 미만의 저밀도 아파트나 주택가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나 실수요자의 경우 수익과 안전성을 고려해 참여 시기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속도가 중요한 만큼 일반 투자자나 실소유자의 경우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확인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면 위험성이 있는 사업 초기에 뛰어드는 것이 좋지만, 안전성을 위주로 할 경우 사업승인이나 관리처분 인가가 나온 것을 대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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