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구장 5년새 두 배… 낮은 토지비·접근성에 하천부지 선호
전국 풍수해 165건·복구비 70억원…경북 피해 건수 전국 두번째
홍수 소통 기능 보전이 대전제… 구간별 생태 특성 따라 입지 판단해야
지난 6월 '제3회 대통령기 전국파크골프대회'가 전국 제1호 공인구장인 동락파크골프장에서 열렸다. 파크골프장 인근으로 낙동강이 보인다. 구미시 제공
파크골프장은 최근 유행하는 대표 생활체육시설이다. 신체 부담과 비용이 적고 자연 속에서 걷고 교류할 수 있어 건강복지와 지역경제에 기여한다. 수요가 늘면서 전국 구장도 최근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구장의 63.6%가 강·하천 인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하천둔치의 본래 기능은 홍수를 받아내고 습지와 자연 초지가 물을 정화하며 야생동물의 이동 통로가 되는 공간이다. 이를 평탄화해 잔디를 심으면 식생과 배수 환경이 달라진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화학비료와 관수, 반복 예초, 토양 다짐, 수목 제거, 야간조명과 쓰레기까지 살펴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월 하천점용 허가기준을 개정해 상습 침수지역을 피하고 농약·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홍수 때 구조물을 해체·이동하고 수질·생태계와 하류 취수장 영향도 검토하도록 했다.
◆ 왜 구장은 강으로 가는가
지난 7월 문경시 영강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파크골프장의 출발은 공원이었지만, 한국에서 전성기를 연 곳은 강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5월 발간한 '파크골프가 모두의 생활체육이 되려면: 규제완화를 넘어 공존 설계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파크골프장은 2020년 254곳에서 2025년 552곳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한파크골프협회 등록회원은 4만5478명에서 22만9757명으로 늘었다. 보고서는 미등록 이용자를 포함한 참여 인구를 60만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더 눈여겨볼 숫자는 파크골프장 입지다. 전국 파크골프장의 63.6%가 강이나 하천 주변에 들어섰다. 올해 1월 기준 국가하천에 182곳, 지방하천에 204곳이 자리 잡고 있다.
이유는 현실적이다. 파크골프장은 많은 땅이 필요하다. 18홀을 제대로 배치하려면 수만㎡의 평탄한 부지가 있어야 한다. 주차장과 화장실, 쉼터까지 갖추면 면적은 더 커진다. 도심에서 이런 땅을 사들이려면 사업비 대부분을 토지보상에 써야 한다. 외곽으로 밀어내면 접근성이 떨어져 고령 이용자가 찾기 어렵다.
하천 둔치는 이 난제를 한꺼번에 풀어준다. 대부분 국·공유지여서 토지매입비 부담이 작고, 넓고 평평해 코스를 만들기 쉽다.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이라면 접근성도 좋다. 산책로와 주차장, 체육시설 등 기존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경북 중서부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구미는 2022년 당시 구미·선산·도개·고아·동락·해평·양포 등 낙동강 국가하천 주변 7개 구장에 243홀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후 전체 시설은 288홀까지 늘었다. 상주는 지난해 낙동강변에 36홀 규모 구장을 새로 열었고, 성주는 선남면 소학리 낙동강 친수구간 9만1000㎡에 36홀 규모의 성주참외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성주군은 이를 '1읍·면 1파크골프장' 구상의 거점이자 전국대회 유치를 통한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보고 있다. 문경에서는 영강변 상·하부 구장이 시민 생활체육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고령의 대가야·다산 구장도 강변 공간을 활용한다. 칠곡 석적을 비롯해 낙동강 생활권 곳곳에서 파크골프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김천은 기존 27홀 구장에 더해 남면 봉천리 일원에 사업비 87억원을 들여 36홀 구장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파크골프 수요를 지역상권과 연결한 사례도 있다. 구미시는 관외 이용객이 지역에서 사용한 5만원 이상 영수증을 제출하면 팀당 최대 4명이 사전 예약 없이 입장할 수 있는 '지역소비영수증 입장제'를 운영한다. 올해 5월 대상 구장을 8곳으로 확대한 뒤 제도 이용객은 월 평균 1천920명, 접수된 지역소비영수증 금액은 2천500만원에 달했다. 문경 역시 지난 6월 문경 영강천변 파크골프장에서 열린 제5회 문경새재배 전국파크골프대회에 전국에서 2천500명이 참가해 지역 숙박업소와 식당이 붐비는 등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공짜 둔치의 비싼 청구서
제5회 문경새재배 전국파크골프대회가 지난 6월 문경 영강천변 파크골프장에서 열렸다. 대회에는 전국에서 2천500명이 참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강남진 기자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광주 영산강·황룡강변 파크골프장 4곳이 침수됐다. 충남 금산 봉황천 파크골프장도 2024년 7월 확장 공사를 마친 직후 구장 약 80%가 토사에 덮이고 일부 시설물이 유실됐다. 올해 7월에는 문경 영강 상류 구장 전체와 하류 구장 일부가 침수돼 출입이 통제됐다.
물이 빠지고 나면 떠내려온 나뭇가지와 쓰레기를 치우고 쓸려간 흙을 메워야 한다. 잔디가 죽으면 다시 심고 홀컵과 안내판, 안전시설도 손봐야 한다. 문경 영강변 구장의 침수 자체를 이례적인 사고로 볼 수는 없다. 둔치는 홍수가 났을 때 물이 머물고 흘러가도록 비워둔 공간이다. 물이 둔치로 들어온 것은 하천이 제 기능을 한 결과다. 문제는 언젠가 물에 잠길 곳을 침수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재난'이라며 세금을 들여 원상복구하는 데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정현 국회의원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출받은 '파크골프장 복구 및 보수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7월까지 발생한 풍수해는 165건, 복구비는 70억4301만6446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비는 14억7327만원, 지방비는 55억6975만원이었다. 전체 복구비의 79.1%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 셈이다. 박 의원은 지역 파크골프장의 절반가량이 하천부지에 조성된 입지 특성이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경북에서는 같은 기간 28건의 풍수해가 발생해 충남 29건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복구비는 4억4786만6150원이었다. 다행히 아직 구미, 상주, 칠곡, 성주, 고령 등에서는 침수로 인한 복구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김천은 2023~2024년 쓰레기 청소 비용으로 각 2천만원을 사용했다.
잔디 관리에 대한 농약 사용 우려도 제기된다. 다행히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고령 다산, 구미, 칠곡 석적을 비롯한 도내 5개 구장의 토양을 조사한 결과 27개 농약 성분이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이 결과가 도내 모든 구장의 안전을 보증하는 자료로 확대할 수는 없다.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하천 점용 허가 세부기준'은 이런 문제를 허가 단계에서 검토하도록 했다. 하천 내 생활체육시설은 급격한 수위 상승이나 잦은 침수 우려가 있는 곳을 피하도록 하고, 파크골프장에는 농약·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운영계획을 요구했다. 홍수 때 구조물의 해체·이동 등 안전대책과 하천 접근권, 상수원 관련 입지 제한도 규정했다. 하류 취수시설 영향은 필요한 경우 기술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하천의 홍수 소통 기능과 생태적 가치를 먼저 따지고, 침수 이후의 유지·복구 비용까지 구장 조성과 운영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승섭 경일대 건축토목공학과 교수는 "가장 우선적인 것은 홍수가 났을 때 치수상의 문제가 없어야 하며 하천기본계획상의 하천공간계획과도 상치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라며 하천의 홍수 소통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구장 조성의 대전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잔디 관리와 이용객 증가에 따른 환경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이미 조성된 구장 역시 치수와 환경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성진 국립금오공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는 "하천에는 생태적으로 보호해야 할 구간이 있고, 시민들이 활용해도 상대적으로 훼손이 덜한 구간이 있다"며 "같은 하천변이라도 구간별 특성에 따라 구장 조성 여부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천변을 일률적으로 개발 가능한 공간으로 여기기보다, 구간별 생태적 가치와 보전 필요성을 먼저 따져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기
경북부에서 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묻고, 진실하게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