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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기대감·진입장벽 낮은 업종 ‘예고된 실패’

2017-06-13

[자영업의 위기, 지역 경제 뇌관] <상>

막연한 기대감·진입장벽 낮은 업종 ‘예고된 실패’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의 한 복합상가 건물 일부 점포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인은 “이 일대가 수요에 비해 점포들이 이미 과포화된 상태”라며 “다들 장사가 안돼도 폐업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막연한 기대감·진입장벽 낮은 업종 ‘예고된 실패’


지난 8일 오전,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 내 한 복합상가 건물 1층 일부 점포에는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듯 현수막은 절반만 겨우 붙어 있었고 통유리로 된 내부에는 각종 집기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인 김모씨(55)는 “높은 임대료와 과도한 경쟁 탓에 수익을 맞추기 어려워진 이들이 모두 떠났다”며 “자꾸 점포들이 문을 닫자 임대료를 조금 낮춰 1년 전보다 공실률이 그나마 덜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길 건너편에 또 대규모 상가가 들어설 예정인데, 이미 과포화 상태인 점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취업 못한 청년층·은퇴 세대
생계수단으로 신규 창업 몰려

자영업 54% 연매출 4800만원 미만
불황·높은 임대료·경쟁 심화로
수익률 급락에 월세도 못낼 판
대구 폐업 41% 사업부진에 접어


◆옷 팔다 문 닫은 자리 또 옷집 열고

11일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대구의 총사업자(법인·일반·간이·면세사업자 포함) 수는 2013년 27만4천835명, 2014년 28만6천322명, 2015년 30만623명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폐업자 수는 같은 기간 3만8천928명, 3만7천365명, 3만4천877명 등 소폭 줄어들고 있지만, 신규 사업자 수는 4만6천427명, 5만70명, 5만1천751명으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 같은 신규 자영업자 증가의 원인으로는 취업난에 몰린 청년층과 은퇴 이후 마땅한 생계수단을 찾지 못한 이들이 창업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정된 시장에 신규 진입자들이 꾸준히 늘다보니 매출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 지 오래다. 대구 폐업자 중 40.8%는 ‘사업부진’을 이유로 장사를 접었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3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보면, 월평균 매출액이 400만원이 채 안된다고 응답한 대구지역 자영업자는 53.9%에 달했다. 절반 이상이 연매출 4천800만원도 올리지 못하는 셈이다. 서울과 부산의 경우 400만원 미만과 400만원 이상~1천만원 미만으로 비교적 고르게 응답률이 나눠진 것과 비교하면 대구의 자영업 시장은 이미 경쟁의 포화 상태를 넘어선 것이다.

서문시장 2지구에서 여성의류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유동인구는 많지만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은 편”이라며 “마진을 최소화한 탓에 월세 내기가 버거울 때도 있는데, 손님들은 3만원 하는 바지 한 장도 비싸다며 구경만 하다 간다”고 말했다. 이어 “옷을 팔다 장사가 안돼서 나간 자리에 또 옷가게가 생기고, 또 매출이 생각처럼 안나와서 바뀌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치킨업계 종사자들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치킨가게 사장 김모씨(수성구 매호동)는 “수익률이 계속 떨어져 하는 수 없이 최근에 제품 가격을 2천원 정도 올렸다. 하지만 그만큼 임대료나 재료비가 오른 탓에 나아진 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과포화된 시장에 준비없이 진입

문제는 창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성공 가능성만 보고 뛰어드는 것이다.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 대구지역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을 하게 된 동기로 대부분(80.5%) ‘생계 유지를 위해서(다른 대안이 없어서)’를 꼽았으나, ‘창업을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서’(19.4%)라는 응답률은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달서구 상인동에서 돼지고기 구이집을 운영하는 박모씨(35)는 “취업 준비를 하다가 지쳐 창업을 했다. 운이 좋아 사업이 잘 풀렸지만, 성공에 대한 욕심으로 점포를 두어개 더 냈다가 결국 실패를 맛보고 말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청도에서 국밥집을 10년간 운영해온 정모씨(40)는 최근 동구 신암동에 국밥집을 하나 더 냈지만 매출이 시원찮아 걱정이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가게를 열자고 마음먹은 것은 나름 오랜 기간 장사를 해오며 쌓은 노하우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녀는 “올 초 임대를 내놨는데 반년이 다 되었는데도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에만 창업이 몰리는 것도 자영업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다.

전국 업종별 사업자 현황을 살펴보면, 총사업자(670만2천456명) 중 부동산임대업(21.7%)을 비롯해 서비스업(18.7%), 소매업(13.1%), 음식업(10.6%)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업종은 신규·폐업 사업자 순위도 대부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다만 부동산임대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신규 사업자(21만891명) 대비 폐업 사업자(9만3천21명)가 적은 편이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인테리어 등 초기 비용이 적고 ‘투잡’의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계범 소상공인전략연구소 대표는 “대구가 창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는 성공신화를 쓴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많이 배출해낸 지역이라는 특성도 반영된 것 같다. 하지만 창업은 현실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아지길 바라는 것보다 충분히 경험하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무분별하게 카피업종을 늘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공멸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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