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71028.010050723050001

영남일보TV

  • [영상] 국민의힘 대구·경북 공동 비전선포식…지방선거 승리 다짐하며 필승 결의
  • [영상]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경제공약 발표 ‘국내외 대기업 유치로 경제 바꾸겠다’

바버숍 체험기-강한 남자, 신사로 만들어주는 기분이 들어

2017-10-28
바버숍 체험기-강한 남자, 신사로 만들어주는 기분이 들어

얼마 만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1988년 ‘스포츠머리’로 불리던 앞머리는 3㎝, 나머지는 그 미만의 까까머리를 하러 동네 이발소를 찾은 이후 다시 이발소를 찾은 것이. 이발소 내에 위스키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세련된 바(Bar)가 있는 카페같은 인테리어, 하얀색 가운 입은 이발소 아저씨 대신 패션센스가 넘치는 바버(Barber-이발사)가 있지만, 남자만 이용할 수 있고, 수염도 깎아주는 곳이니 현대판 정도의 수식어만 붙을 뿐 이발소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1976년생에 초등학교 1, 3학년 두 딸을 둔 유부남. 멋스러운 것은 좋아 하지만, 대놓고 멋을 부렸다고 자신있게 말하긴 아직 버거운, 행여 들키면 결혼식 축가 등의 핑계를 찾아내야 하는 그런 경상도 남자다. 그런 탓에 수년전부터 생긴 바버숍을 보면서도 “한번 들어가볼까”하는 마음만 먹고,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내지 못했던 곳. 그렇게 취재를 핑계로 바버숍 안으로 몸을 옮겼고, 이내 의자에 앉았다.

미용실에서 하는 말은 ‘알아서 해주세요’가 전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점은 끝났다고 하기 전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는 것. 대놓고 멋을 부린 것 같은 내 모습을 중간에 마주하게 된다면 ‘STOP’을 외칠 것 같아서 였다. 15분 정도만 샴푸에 드라이까지 끝났던 미용실과 달리 이곳에서는 같은 과정을 마무리하는데 50분가량이 걸렸다. 머리를 자르는 것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디테일이 달랐다. 눈썹 정리에서부터 이마가 넓어보이게 앞머리 끝 잔털도 정리했고, 구렛나루도 갸름하게 만들어줬다. 미용실이 남자를 예쁘게 만들어준다는 느낌이라면, 이곳은 강한 남자 또는 신사로 만들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꽃미남 아이돌 댄스가수가 아니라 수염을 기른 차승원이나 하정우 같은.

머리만 깎는 비용은 부가세를 포함해 3만3천원. 하지만 1시간 가량 동안 머리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귀한 대접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이발, 아니 바버링 이후 입고 있던 옷이 어색했다. 교회에 예배드리러 가면서 승복에 목탁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퇴근 후 달라진 모습을 본 아내를 어딘지 모르게 깔끔해졌다고 했고, 아이들은 연예인 같다고 했다. 단 눈썹과 헤어스타일만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대놓고 멋내고 싶지만, 들키는 게 싫어 도전을 포기하는 경상도 남자라도 한번 찾고 나면 다시 찾을 것 같은 곳. 대학가 앞 미용실에서 1만원을 주고 머리를 깎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한달 뒤쯤이면 3배가 넘는 가격차이에도 미용실과 이곳을 두고 고민에 빠질 것 같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경제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