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은 이제 더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패션·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 ‘그루밍(Grooming)족’이 늘어나면서, 남성들의 미용실인 ‘바버숍’이 확산되는 추세다. 또 이같은 트렌드 속에서, 옛 이발소들도 여전히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과거 공존…이발소의 두 모습
노출천장·카페느낌…분위기가 압권
▶동성로 올드폭스바버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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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중구 교통의 ‘올드폭스바버숍’은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갖춘 ‘현대판 이발소’로 각광받고 있다. |
입소문 타고 폭발적인 반응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아울러
대구 동성로에서 대구역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SC제일은행 네거리. 이곳에서 북성로 방향으로 몇걸음만 옮기면 특이한 간판의 점포를 볼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노출천장 인테리어를 한 카페같기도, 밤이면 분위기가 살아날 펍(pub)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한켠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블랙&화이트 색상의 이발소 사인볼이 눈에 들어왔다.
2년 전 이곳에 문을 연 ‘올드폭스바버숍’은 남성 헤어 커트, 펌, 염색과 면도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일종의 남성 전용 미용실이다. 4개의 바버링·면도 좌석과 별도의 면도 공간, 샴푸실 등으로 구성돼있다. 옛날에 일어난 화재로 인해 그을린 벽면과 천장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올드폭스바버숍은 입소문을 타고 주말이면 4개의 좌석이 꽉찰 정도로 인기가 많은 바버숍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런 반응을 얻은 것 아니다.
박성준 올드폭스바버숍 대표는 “처음 바버숍을 내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주변의 모든 사람이 말렸다”며 “오픈하고 석달 정도는 하루에 손님이 한 명만 다녀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보다 교동 골목도 많이 살아나고, 이른바 ‘그루밍’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최근 직원 1명을 더 고용했다.
바버숍을 찾는 연령대도 어린 아이부터 70대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지난 19일 올드폭스바버숍에서 만난 신형철씨(53)는 1년여 전부터 헤어·면도 관리를 받기 위해 한달에 한번씩 달성군 논공읍에서 시내까지 일부러 나온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처음에는 모델들의 스타일이 좋아보여서 찾아왔는데, 관리를 받아보니 일반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았다”며 “26, 23세인 두 딸과 91세의 아버지 모두 깔끔하고 멋있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내게 멋있다고 하는 친구에게도 이곳을 추천했는데, 너무 젊은 스타일 같다며 막상 찾진 못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표는 최근 바버숍이 ‘군인’을 연상케 할 만큼의 심한 커트나 클래식하고 포멀한 느낌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개성과 스타일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바버숍도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공간이 아닌 남성들의 문화 집합공간으로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같은 전망을 예상하는 듯, 올드폭스바버숍 입구에 붙은 가격표 맨 아래에는 다음의 문구가 쓰여져있다.
‘Barbershop is not a hobby, It’s a lifestyle.’(바버숍은 취미가 아니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53년동안 한자리에…역사가 압권
▶대구 남산동 효성이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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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이발소를 53년째 운영하고 있는 최상호씨(왼쪽 위)는 손님의 머리 모양, 얼굴 형태 등을 고려해 그에 맞게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
유행보단 손님에 맞춘 스타일
한결같은 모습으로 단골 지켜
대구 중구 남산동 대구초등학교 정문 앞 33㎡ 남짓한 크기의 ‘효성이발소’. 1964년 문을 연 이래 53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다.
바버숍 등 새로운 이발소가 생겨나도, 이곳은 옛 이용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에서 몇 안 되는 공간이다. 반백 년 한결같은 모습으로 이 자리에서 남성들의 멋을 지켜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세월의 흔적이 묻은 의자에서부터 손님이 직접 머리를 감는 세면대, 미용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길이가 긴 가위와 각종 면도기들이 소독기 안에 보관돼 있다.
1962년에 이용사 면허를 취득한 최상호씨(80)는 “당시 228번으로 면허를 취득했다”며 오랜 경력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해당 업에 종사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각종 이용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부터 실기시험 심사위원을 여러 번 지냈고, 이용 관련 각종 상을 받았다. 이용소 한쪽 벽은 지켜온 세월만큼이나 많은 상장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오랜 경력에 따른 실력으로 현재까지 최씨를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 그의 단골고객 중에선 40년 고객도 있다. 초등학교 신입교사였던 고객은 교장이 되기까지 최씨에게 머리를 맡겼고, 최씨는 세월의 변화에 맞게 헤어스타일도 만들어줬다.
최씨는 “과거엔 10~20년마다 유행이 바뀌었는데 요즘은 자주 바뀌는 것 같다”며 “가끔 젊은 손님들이 유행하는 헤어스타일 사진을 들고 찾아와 해달라고 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스타일이면 열심히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가게를 찾는 이들은 주로 40대 이상이다. 이들에겐 유행하는 스타일보단 고객의 머리 모양, 머리카락의 성질, 얼굴 형태 등에 맞게 머리를 잘라주고 있다. 단골손님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관리해준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바버숍에 대해 묻자 최씨는 “과거의 것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아들 역시 현재 성서에서 바버숍을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가 하는 이용소에 영향을 받아 기술을 익힌 것.
최씨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춰 이용소가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예전엔 관련 자격증 학원이 없었지만 요즘은 학원도 많고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 기쁘다”고 했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손님을 받아도 체력적으로 끄떡없었던 최씨는 이제 하루에 10명 정도의 손님만 받고 있다. 그는 “이제는 힘에 부칠 때가 있지만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운영을 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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