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71201.010400826220001

영남일보TV

[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버버리 코트

2017-12-01

전쟁서 태어난 ‘낭만’의 대명사

20171201
20171201

길을 걷다 보면 올해는 유독 거리에 바바리코트(Burberry Coat)를 입고 있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바바리코트는 가을과 함께 온다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1월에서 12월 초, 간절기라 부르는 이 시기는 아침저녁 일교차가 크고 쌀쌀한 기운이 몸을 시리게 한다. 이런 늦가을과 초겨울 날씨에 찬바람을 막아주며 스타일도 살려주는 것으로 바바리코트만한 아이템이 또 있을까? 따뜻함으로 치자면 캐시미어 코트도 있고, 구스다운 점퍼도 있지만, 이런 패션 아이템에서는 바바리코트와 같은 낭만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어린 시절 보았던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언 리의 ‘애수’라는 영화에서 사랑하는 남녀 주인공이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의 아쉬움으로 옷깃을 여미던 바바리코트! ‘카사블랑카’에서 ‘We’ll always have paris’의 낭만적 피아노 선율과 함께 험프리 보가트의 바바리코트에서 진하게 묻어나던 고독한 우수의 기억 때문일까? 바바리코트는 가슴 저편에 묻어둔 갈색 추억의 여운이 짙게 묻어나는 옷 같다.

그러나 이렇게 멋진 바바리코트도 알고 보면 낭만과는 전혀 상관없는 암울한 1차세계대전기에 만들어진 밀리터리(Military) 패션아이템으로, ‘전쟁’을 통해 탄생한 패션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롭다. 패션과 전쟁이 무슨 상관 있겠냐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은 패션의 핵심이 ‘창조’라면, 전쟁은 ‘파괴’를 바탕으로 태어나 어쩌면 태생적 뿌리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기에 패션은 없다’라는 혹자의 말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닌 듯하나 아이러니하게도 패션은 그런 엄혹한 조건과 살풍경 속에서도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으며 새롭고 위대한 패션을 탄생시켜왔다.

밀리터리 룩은 바로 현대 전쟁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걸작으로, 그중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아이템 중 하나가 바바리코트이다. 사실 바바리코트의 정확한 명칭은 트렌치코트(Trench Coat)다. 트렌치코트는 늘 안개에 젖어있는 영국의 습한 날씨와 트렌치(Trench : 군대의 참호)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을 추위와 습기로부터 보호해 주기 위해 영국군 장교가 착용한 우비로부터 탄생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바리코트는 1차 세계대전 기간 중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브랜드 버버리의 설립자 토머스 버버리(Tomas Burberry)가 군인들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그가 만든 바바리코트는 구김이 잘 가지 않고, 바람도 막아주며 방수가공을 한 트윌조직의 면개버딘으로 만든 레인코트의 상품명으로, 당대 최고 멋쟁이였던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가 이것을 즐겨 입으면서 버버리코트는 일약 트렌치코트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버버리코트는 이후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클래식한 기본스타일에 충실하면서 버버리의 심벌이 된 버버리 체크와 환상적 디자인 콤비를 이루어 세계의 패션 피플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트렌치코트의 상징이 되었다.

1차대전 당시 英 장교 참호 우의서 출발
견장 등 군복 요소가 강한 트렌치코트
에드워드 8세의 버버리 브랜드 애용 덕
버버리 코트가 트렌치 코트의 대명사로

2차대전 후 여성 즐겨입으며 진화 거듭
새 소재와 컬러·디자인 적용한 신제품
유행 연연하지 않지만 항상 유행 중심
54장 조각·36개 단추 등 구조는 그대로

트렌치코트가 전쟁에서 유래한 때문일까? 트렌치코트 디자인은 밀리터리적 요소를 유독 많이 내포하고 있는데, 양어깨에 단추로 고정된 견고한 견장은 과거 군인들이 그곳에 수류탄, 지도, 물통이나 쌍안경 등 장비를 달았던 곳이며, 군인들이 참호를 팔 때 소매를 걷고 작업할 수 있도록 고안된 손목에 있는 스트랩은 이후 바람이나 추위를 막을 수 있도록 디테일 장식으로 보완되었다.

세월에 따라 전쟁이 진화한 것처럼 버버리의 트렌치코트 디자인 역시 진화를 거듭하여, 장총을 사용할 때 총의 개머리판에 옷이 마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른쪽 가슴에 건 플랩(Gun Flap)을 덧대서 내구성을 강화했다. 착용자의 활동이 편안하도록 소매는 래글런소매(Raglan Sleeve)로 만들었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여밈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컨버터블 프론트(Convertible Front) 등이 더해졌다. 그 외에 커다란 더블버튼, 라펠이 달린 칼라와 큰 주머니, 무릎까지 오는 긴 기장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것이 대중적으로 더욱 유행할 수 있었던 계기는 종전 후 귀향한 군인들이 전쟁 시 방한복으로 이용했던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평상복으로 입고 후에 자식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이에 따라 군복으로 제작된 트렌치코트가 일반에 유행하게 되었고 대를 물려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트렌치코트는 남자 전용의상으로 출발하였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여성들도 착용하는 대중적인 패션이 되었다. 현재 버버리사에서 생산하는 트렌치코트는 54장의 조각, 36개의 단추, 4개의 버클, 4개의 금속고리 등이 사용돼 1차 세계대전 기간에 만들어진 트렌치코트와 거의 같은 구조다. 하지만 스타일은 계속 현대적 감성에 맞게 재해석하여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소재와 컬러, 디자인을 적용한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더구나 코트 안은 누벼서 탈착이 가능하게 따뜻한 라이너(Liner)를 넣어서 겨울까지도 걱정 없이 입을 수 있도록 계절이 확장되고 있다.

버버리코트는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유행에 연연하지 않지만 항상 유행의 중심에서 밀려난 적이 없고 적당히 트렌디하다.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어느 스타일에나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어, 누구나 하나쯤은 꼭 장만해야 하는 잇 아이템이다.

과거의 바바리코트가 다소 정장 같은 딱딱함이 있었다면, 최근의 디자인과 스타일링 경향은 데일리 아이템은 물론 고급스러운 정장이나 오피스 룩, 캐주얼한 스트리트 패션과 매치해도 손색이 없다. 이너로 팬츠를 입으면 전문적인 느낌을 주지만, 스커트에 매치하면 단정한 모양새를 갖출 수 있고, 빨강이나 검정 바바리코트를 입으면 젊고 트렌디한 패셔니스타로 변신할 수도 있다. 요즘 20대도 많이 찾게 되는 바바리코트 패션의 진정한 멋은 멋내지 않은 듯 무심하게 걸치는데 있다. 남녀불문, 연령대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한번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하면 평생 입을 수 있다.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 바바리코트의 옷자락을 날리며, 향기로운 낭만 데이트할 누군가에게 지금 당장 전화를 걸어보자. 차 안 가득 이브 몽탕의 ‘고엽(Autume Leaves)’으로 볼륨을 높이고.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참고문헌= https://kr.burberry.com/, 패션전문백과사전, 네이버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네이버지식백과 /세계브랜드 백과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400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